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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그날의마음 Sep 20. 2023

조회수는 조회수, 나는 나

조금 전 브런치에 들어와 보고 깜짝 놀랐다. 어제 올린 글이 조회수가 2000을 넘었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무슨 일이지? 왜 내 글이....? 예전에 나라면 그랬을 것이다.

몇 해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그때는 누군가 찾아봐준다는 것이 고맙고 내가 뭔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벌렁벌렁. 묘한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그럴 리 없을 텐에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나, 브런치도 고장이 나나 걱정도 했다.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어딘가 메인화면에 떴을 거라고 했다. 그 메인이 무엇인지 확인은 못했고, 조회수는 3만까지 찍었다가 내려갔다. 지금은 확인이 불가한 다른 계정을 사용했을 때의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슨 이유일까.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얼마 안 되는 새내기를 위한 배려일까. 나는 새 계정을 만들었고, 얼마 전부터 살짝 분발해 보려는 분위기이니 확실히 새내기가 맞다. 이런 것까지 브런치가 고려해 줄 리는 없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사람들이 명품을 좋아해서일까. 그 글은 제목에 '명품'이란 단어가 들어가긴 한다. 키워드로 들어가면 내 글이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사진도 올리지 않은 채 그냥 깔끔한 단색 화면만 올렸을 뿐인데. 조회수의 연유가 좀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무심하기로 한다.

나는 안다. 이 조회수와 하트가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을. 브론치 경로가 아니라면 외부인은 하트를 누를 수도 없고, 또 브런치 경로라 해도 내 글이 하트를 엄청 받을 만큼 감동적이지도 않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휘리릭 스크롤을 올렸다가, 짧아서 좋네 하고 떠나갈 것이다. 좀 더 힘을 다해 썼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도 든다. 항상 좋은 퀄리티를 보장하는 글을 썼다면 아마 이런 갑작스러운 조회수에도 당당했겠지.

그러나..... 나는 브런치에 글을 오랫동안 쓰기 위해 나름 기준을 정했다. 타고난 성품이 서정적이라 뭘 써도 심금을 울린다면 그럴 필요 없겠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은 글에도 구분이 필요한 것 같다. 힘을 기울여야 할 것과 편히 일상을 얘기하는 것을 나누는 일이다. 브런치로 밥벌이를 하는 것도 아니니 한정된 마음과 시간을 잘 나눠 놓아야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또한 조회수나 좋아요, 여기에도 연연하면 안 된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준다면 기쁘겠지만, 그것을 크게 바라면 상처받고 글을 접을 수도 있다. 글을 계속 쓰려고 한다면 때로는 무심하고 때로는 뻔뻔하게 내 길을 가야 한다.

세상을 잘 읽고 시의적절한 것을 잘 알아내는 능력이 내게는 별로 없다. 일상의 취향도 독서의 취향도, 나는 재미있는데 남들은 안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글이란 그 사람을 보여준다고 하니, 내 글도 나와 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혹 글 자체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해도 지극히 개인의 취향일 것이다. 그러니 아예 남에게 박수받으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편이 나를 위해서도 글을 위해서도 좋다. 그리고 그 편이 꾸미지 않는 솔직한 글이 될 것이다. 글로 돈을 못 번다는 것은 슬프지만, 돈을 못 벌기 때문에 나다운 글,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글도 가능해진다.

오늘도, 조회수가 올라가든 말든 평정심을 유지한다. 그래야, 대작은 못 쓰더라도 이 브런치는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글쓰기를 위한 최고의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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