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자매, '그래도' 자매
▶단타 리뷰◀
첫째(희숙)"내가 다 미안타"
둘째(미연), "내가 기도할게요"
셋째(미옥), "씨X"
너무 다른 세자매, 함께 겪은 상처로
'그래서' 자매이고, '그래도' 자매인....
♣추천 포인트
☞ 문소리의 연기
☞ 묵직한 대사들
▶장타 리뷰◀
※ 스포 있음!
'그래서' 자매
세자매는 어찌 이리 다른지. 차이를 대사로 풀면 첫째 '희숙'(김선영)은 "내가 미안타." 모든 게 다 내 탓. 항상 상대 눈치를 보며 '그지 같은' 자신만 탓하는 사람이 '희숙'이다. 사채 쓰고 집 나간 남편, 엇나가는 딸을 가족이랍시고 모시고 사는 '희숙'은 결국 암에 걸렸다. "우리 언니는 뭐가 맨날 미안할까?"
이리 묻던 둘째 '미연'(문소리)의 대사는 "내가 기도할게요." 항상 우아한 옷차림과 말투, 교수 남편에 두 아이를 둔 교회 성가대 지휘자 '미연'은 완벽한 중산층 여성이다. 항상 하느님께 기도하는 그녀는 위선조차 기도로 부린다. 남편과 바람 난 여자에게도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기도할게요." 기도회 늦은 밤, '미연'이 그녀 얼굴을 발로 뭉갠 건 관객과의 비밀이다.
'척'하느라 바빠 죽겠는 둘째에게 맨날 술 취해 전화하는 사람이 셋째 '미옥'(장윤주). 자칭 '예술가'이자 전업 작가인데 글이 안 써지니 초록병을 달고 산다. 그런 '미옥'의 대사는 "씨X." 욕도 같이 달고 산다. '이것은 빈티지인가 그냥 정신 없는 문양인가' 싶은 옷차림에 노란 머리를 한 '미옥'는 아이가 있는 남자와 결혼했다. 괴팍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다.
이렇게나 다른데, 또 비슷하다. [그래서] 자매인가. 어린 시절 함께 겪은 가정 폭력, 그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그래서 각자 방식으로 자학하는 것처럼 보인다. 매만 맞았지 사랑은 받지 못했던 첫째 '희숙'이 항상 상대에게만 바보같이 착한 이유다. 제 몸엔 일부러 상처까지 내곤 말한다. "때론 그러는 게 좀 편하지 않아요?"
둘째 '미연'이 기어코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려 애쓰는 까닭도 그렇다. 겉보기엔 셋 중 집에서 가장 멀리 도망쳐 가장 달리 사는 것처럼 보이는 '미연'. 하지만 감정은 "말해봐야 무슨 소용있"나 싶어서, 그렇게 억눌러 온 삶이라 '미연'은 혼자 배게에 고함을 칠지언정 품위를 유지한다.
한편 "왜 나는 상담 안 해주냐고!" 양아들 학교에 가서 이렇게 행패를 부리는 셋째 '미옥'은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을, 못나게 보인다. '더 날 욕해봐'란 식이다. 친엄마에 밀려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된 '미옥'는 학교서 토까지 한다. 아빠한테 맞거나 맞는 언니와 남동생 앞에 무력했던 엄마만 기억하는 '미옥'에게 엄만 어떻게 하는 건가 싶다.
'그래도' 자매
'상처 받은 사람'의 유형을 거칠게 나누자면 상처의 칼날을 자기 자신에게만 들이미는 이가 있고, 칼날이 바깥으로 향해 상대를 해하는 이도 있다. 각기 달리 자학하는 세자매는 주로 전자에 속하지만 아주 미묘하게도 다른 지점은 첫째와 달리 둘째 '미연'과 셋째 '미옥'은 후자의 끼도 있다는 것.
처음부터 끝까지 화 한 번 내지 않는 첫째 '희숙'와 달리 '미연'은 식사 기도를 하지 않는단 이유로 딸을 방에 가두고, '미옥'은 순정파 남편을 쉽게 함부로 대한다. 이들의 분노가 극에서 관객에게 이해되기보다 성격적 결함 탓으로 읽히는 건 이 둘의 칼이 때론 그저 좀 더 약한 이를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었는지.
그 차이가 어디서 올까. 극 후반부에선 사실 첫째가 둘째, 셋째와는 배다른 형제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첫째와 항상 함께 매를 맞던 막내 남동생까지. 그도 첫째가 암에 걸렸듯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 칼날이 깊숙이 내면을 향한 이들의 병에 걸린 것. 이리 보면 둘째, 셋째는 학대의 직접적 피해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
현실에서 이리 단순히 판단할 순 분명 없다. 하지만 극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난 차이란 배다른 형제, 폭력의 직접적/간접적 피해자란 설정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세자매가 [그래도] 자매로 서로 끈끈히 묶여있단 점이다. 아버지의 생신날, 남동생의 난동으로 파탄난 자리에 밝혀진 첫째의 병. 얼싸안고 울던 이들은,
극의 끝, 모래사장 위에 함께 앉아있다. 가정 폭력의 상처를 각자 끌어안고 살아온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상처가 평생 아플 수도 있지만, 그래서 자신을 또 가장 가까운 이에게 상처를 입히는 어른아이이지만 [그래도] 자매기에 서로 껴안고 잘 살아내기를. 엔딩 장면 속 해사한 세자매의 미소는 충분히 자신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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