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내가 존중해.
야크는 왜 교실 안에 들어왔나? 이유는 대사 속에 있다.
"전생에 야크 목동이었나봐요."
"아뇨, 선생님은 야크셨을 겁니다."
전생에 짐승이었을거라고? 싶지만, 고도 4,800m 오지에 사는 부족민들에게 야크는 인간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는 동반자 같은 존재다. 그러니 선생님이 귀하디 귀한 이 산골 마을에서, 부족장의 정의처럼 '미래를 어루만지는 직업'인 선생님은 야크만큼 중요한 사람이란 뜻.
교실 안에 떡하니 한 자리 차지한 야크는 이제 이 산골마을에 선생님이라는, 아이들에게 지식과 사랑을 줄 또 다른 '야크'가 있단 걸 비유하는 게 아닐까 싶다. 겉보기엔 교실과 우리가 뒤섞인 듯 다소 어색한 풍경이나 배움과는 거리가 먼 이 곳 아이들에겐 선생님의 존재도 마찬가지가 아닐지.
주인공 '유겐' 은 선생님이란 직업에 회의를 갖고 있다. 자기가 되고 싶었던 적도 없고, 이 일의 가치도 느끼지 못 한다. 가수가 되려 호주로 이민가려 했던 이유다. 그런 그가 이 마을에 오면서부터 알게 된다. 자기 일이 '미래를 어루만지는' 아주 중요한 일이란 걸.
나도 그랬다. 취직을 한 뒤로 오래 꿈꿔왔던 일이지만 자주 혼란스러웠다. 이 일의 의미는 뭐지, 내게 맞는 걸까, 잘할 수 있을까, 가능한 빨리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까? 사람처럼 일 역시 단면으로 평가할 수가 없는 건데 현장에서 부딪히며 기대만큼 실망이 컸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해도 잘해낼 사람' 이란 말이 있지 않나. 무슨 일을 하든 스스로 의미를 찾고 최선을 다하면 좀 더 탁월해질 수 있다고 했다. 자기계발서 같은 말이지만, 당장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매사 불평불만하는 것보단 건강한 교훈이다.
내겐 이 부족민들처럼 내 직업을 존중해주는 이들은 없지만 스스로 의미를 찾고, 보람을 느껴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과 태도라고, 이 클리쉐가 날 좀 더 나아가게 도와줄 거라 믿는다. 내일은 월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