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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Mar 03. 2024

기억창고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

아들의 공간에 다녀와서

독립해 나가 있는 아들에게 가서 신문물을 영접했었죠. 노래 반주기가 컴과 연결되어 있어서 언제든 노래를 부르고 녹음과 녹화를 할 수 있더군요. 함께 있을 때도 마이크로 노래하는 것 같긴 하더니만, 방음부스까지 갖추고 본격적으로 즐기고 있는 거죠.



원래도 노래부르기를 좋아했던 애지만, 방음 부스까지 갖춰서 본격적으로 즐길 줄은 몰랐는데ᆢ요즘은 게임도 거의 안 하고 노래만 부른다고. 아마 웬만한 가수들보다 노래 더 많이 부르는 거 같다고. 요즘은 팝송을 주로 부른대요. 락 발라드를 가장 즐긴다고.




엄마도 한번 불러보려나해서 한번 불러봤어요. 아무 거나 반주 넣어보랬더니 이문세의 '옛사랑'을 넣어주더군요. 남자 키이다보니 전체를 가성으로 부르게 되었어요. 내가 좋아하던 노래인 건 맞는데 흥얼거리기만 했지 한번도 불러본 적이 없었어요. 쉽지 않더군요. 



근데 갑자기 한 대목에서 목이 메이며 눈물이 왈칵 나는 거죠.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어요. 지금 이 장면도 훗날에는 나와 아들 모두에게 추억으로 남을 시간이라 기억의 창고에 저장되겠지 흐뭇한 마음이 들었던 바. 동시에 울 엄마와 나이들어 이런 추억을 만들지 않았네.



그 생각이 미치면서 엄마가 많이 보고팠어요. 80이 넘긴 엄마가 어느날, '엄마 보고싶다'했던 그 음성이 제게로 왔네요. 가성으로 불러 가뜩이나 가느다랗고 적은 소리였는데 목이 메는 바람에 더더욱 소리가 기어들더군요. 진성이 아닌 가성은 또 다른 사람이더군요.





삶의 곳곳에서 팝콘처럼 터져나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아마 기억창고에 쌓이는 일들이 너무 많아지니 삐져나오나 봅니다. 큰 패턴 프린트가 들어간 한복이 유난히 잘 어울리던 엄마. 고등학교 졸업식날 후리지아 꽃다발을 안고 나타나셨을 때 마치 런웨이를 걷는 모델같았죠.



아들은 훗날 어떤 기억들로 엄마를 기억하게 될까요? 극 T 99.9% 순도에 가깝다는 녀석. 극 F성향이었던 엄마 아래에서 부대낌도 있었을 텐데 잘 자라줬어요. 눈물 흘리는 엄마에게 얼른 티슈 건네며 어깨와 등을 쓰다듬습니다. 따듯함이 전해집니다.





노래를 제법 잘 부르는 녀석이라 녹음한 거 달래니 단칼에 잘라버립니다. 엄마 페북 같은 데 올릴 거라서 절대 안 준답니다. 중학생때 코인 노래방에서 부른 걸 자랑했던 만행을 기억하는 거지요. 너 보고싶을 때 듣겠다고 아무리 꼬드겨도 요지부동. 제가 졌어요.



좌지우지해서도 안되고 그 의사를 언제나 존중해야지요. 미숙하거나 제 욕심으로 통제하려 했던 지난 날에 대한 반성이지요. 구석구석 깔끔하게 정리해두고, 잠자리의 구분도 분명하게, 음식물 처리도 잘하고 있어서 안심이 되었어요. 혹 소음공해날까 밖에서 들어보라고 또 확인하는 아들.



삶이 어떻게 흘러가 또 무엇을 하며 자신의 삶을 영위해갈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적어도 자신을 책임지고 건사하려는 원칙을 바로 세우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엄마까지 지원해줘서 그 숱한 공부를 할 수 있게 한 공신이죠.




아이에 대한 감사함이 넘쳐납니다. 바람은 차가운데 창 너머 비쳐드는 햇살이 반갑습니다. 해는 구름에 가려져도 늘 자신의 소임을 다 하고 있음을 압니다. 현실이 좀 암담한 때에도 먹구름이 품고 있는 해의 빛줄기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혹여 어려움으로 일시적으로라도 희망이라는 단어를 놓치고 흘려보내는 그대가 있다면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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