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by 민해경

전등

어둠을 비추는 과학의 선물. 보이지 않는 미지의 공간을 손에 넣게 해준 개척의 역사. 과학이 창조해낸 인간의 눈. 또한, 반딫불이를 미지의 생명으로 만들어버린 파괴의 역사. 별을 지워버린 과학의 도구. 어둠을 비추는 반짝임은, 동시에 자연의 불빛마저 지워버렸다.


쓰레기통

필요없는 것, 닳고 낡은 것, 과거가 된 것, 더러운 것들에게 강요된 보금자리. 쓰레기통에 사물을 유기할 때,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 나만의 이유로 그 유기를 이별로 미화하며, 그 꿈 속에서 잠들어 있으니까. 순간 몸을 짓누르는 고통에 눈을 뜨니, 나는 마주치고 말았다. 아린 표정으로 아슬아슬 내게 다가오는 나의 과거들을. 그리고 나는 눈을 감지 못했다. 나의 팔을 짓이기는 사물들을 보기까지.


계단

올라가면 내려와야 한다. 내려가면 올라와야 한다. 오른쪽으로 이동하라는 규칙에 따라, 우리 모두 올라가고 내려오길 반복한다. 누군가 올라가면 누군가는 내려온다. 누군가 내려가면 누군가는 올라온다. 오르며 다리가 저려온 기억과, 내려가며 조마조마해온 마음의 불안은 1층에 도달했을 때, 그저 과거로 보관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려간다. 내일은 올라갈 차례다. 문득 궁금하다. 내려가면 언제나 다리 없는 사람이 스러져 초점 없는 눈을 우리에게 겨누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올라가면 언제나 멀끔한 사람이 주어진 의자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까. 오늘도 나는, 그 거뭇거뭇하며 희아얀 눈을 마주친다. 그 눈은, 내게 뭐라 말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을 지 모른다. 순간 나의 몸은, 타오르는 듯한 빛을 느꼈다.


전광판

화면에 밝은 빛과 함께 웃는 사람의 얼굴이 나온다. 상품을 광고하며, 여러분들의 이익을 설명하며 전광판의 사내는 우리에게 행복을 보장한다 말한다. 그의 미소에 사람들은 똑같이 미소 지으며 그 행복을 구매한다. 전광판이 꺼지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난다. 다음 날에도 전광판에 사내는 미소 짓고, 사람들은 매혹된다. 그 순간 전광판 아래에서 무엇이 움직인다. 그 움직임은, 전광판에 빛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점점 더 커지는 사내의 입꼬리를 좇아 미소지을 뿐이다.


교과서

진리를 담고 있다. 학생들은 그 진리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쓰고 읽어라. 외우고 받아들여라. 적힌 숫자와 단어 하나까지 외우며 학생들은 진리를 습득해간다. 어느 날 교과서에는 이런 글이 쓰여있었다. "의심하라, 그것이 진리일지니" 그 글은 다음 날 교과서에서 지워졌고, 학생들은 물었다. 의심이 무엇이냐고. 학생은 인간인가? 아니, 인간이다. 그렇다면, 그대들에게 학생은 인간인가? 아니면 그저 그대들의 인형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