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따뜻한 위로

당근 스프 만들기

by Esther Kang

몇 년 전부터, 이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 앞으로의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또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일단 내가 기뻐야 하니, 정말 흥미로운 일을 찾고싶었다. 평생 해 온 일이기에 나에게서 음악을 빼놓을 수는 없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는 가족의 밥상을 챙기거나 음식을 나누는 조그마한 모임을 여는 것도 기쁜 일이다. 이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한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책 자체를 좋아한다. 책의 생김새, 새 책의 냄새, 판형, 오래된 낡은 책, 요리책과 그림책까지... 심지어 서점, 책방, 도서관, 이런 말들까지 가슴 설렌다. 읽지 않을 책이라도 예쁘거나 마음에 들면 사들이곤 한다.

사람들은 무슨 책을 읽나 궁금하기도 하고, 나 또한 읽고 싶은 책과 읽고 좋았던 책도 있기에 함께 이야기해도 좋을 듯 싶다.

그래서 나는 일단 딸의 ID로 사던 책들을 이제는 나만의 책 공간을 가져보려 마음 먹고 독립된 장바구니를 만들었다. 이 백 권도 넘게 들어 있는 장바구니에서 몇 권 사려고 스크롤 하며, 금방 사지 않을 책들 좀 지우라고 서로 티격태격할 일이 없어졌다. 딸은 아무리 바빠도 책 읽기와 다꾸(다이어리를 꾸미는)동영상 만드는 것을 열심히 하고 있다.


나도 동영상을 찍어보고 싶었지만 아이디어와 체력의 한계를 느낀 뒤, 글을 써보기로 했다. 좀 어설프면 어떠랴... 그저 나의 마음을 써내려 가는 게 즐겁고(꼭 그렇지 만은 않겠지만...), 함께 읽는 분들께 아주 조금이라도 공감과 위로가 된다면 말이다.

이제 이렇게 일을 벌였으니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나의 글거리가 되어 줄 음악과 음식, 책들을 찬찬히 찾아봐야겠다. 행복하고 감사하다...


그 첫 이야기로 당근 수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거나 으슬으슬 추운 날에는 하루종일 수고하고 들어 온 딸아이를 위해 따뜻한 당근 수프를 끓여준다. 따끈한 수프에 바게트 몇 쪽만 구워도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당근을 좋아하게 된 이후로 자주 먹게 된 음식이다.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 갑자기 오신 손님에게 대접해도 손색이 없다. 그래서 이 따뜻한 한 그릇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마음을 담은 당근 수프 만들기>


*재료*

당근 2개 (크면 1개) 250g 정도,

양파 큰 것 1개 (자색양파가 더 맛있음),

물, 우유 적당량

버터 2-3Ts, 야채스톡 1개, 타임 약간(생략 가능),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 치즈,

소금, 후추, 파슬리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냄비에 버터를 녹이고 양파가 갈색이 날 때까지 볶는다.

(천천히 중약불에서 오래 볶아야 캐러멜라이징이 잘되어 맛있다)

2. 얇게 채썰은 당근을 함께 넣고 무를 때까지 충분히 볶아준다.

(타임이 있으면 이때 함께 넣 는다. 없으면 생략 가능)

3. 물을 재료들이 잠길만큼 붓고 야채스톡을 넣고 저어준다.

4. 끓으면 불을 끄고 잠시 식힌 뒤, 블렌더로 곱게 갈아준다.

5. 우유(또는 생크림)를 넣어 농도와 간을 맞춘다.

6. 먹기 직전 치즈를 갈아서 파슬리 가루와 함께 뿌린다.

(이때, 사랑의 마음을 살짝 더한다.)


정말 맛있는 당근 수프가 완성된다.






딸 아이는 가끔, 음식에는 만든 사람의 영혼이 들어 있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엄마가 해 준 음식은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음식이라는 것은,

나보다 누군가를 위해 만들 때 비로소 마음이 담긴다.

스산한 날의 따뜻한 당근 스프 한 접시,
그 온기로 오늘 하루를 가만히 안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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