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마음은 맑음, 가끔 흐림

감정도 날씨처럼 지나간다

by Stella

4월의 어느 아침이었다.

햇살이 제법 따뜻했다. 장갑을 끼고 가위를 들었다. 겨우내 제멋대로 자란 가지들이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았다. 맑은 날이었다.

그런데 가위를 처음 댔을 때, 손이 잠깐 멈칫했다.

이 가지를 잘라도 되는 걸까. 이게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 어떻게 알지.

맑았던 마음 위로 갑자기 구름 한 조각이 지나갔다. 그 순간 문득 알아차렸다. 나는 지금 가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맑은 날에도 흐림은 찾아온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않고 살았다.

기분 좋은 아침으로 시작해도, 오후가 되면 어딘가 모르게 무거워지는 날이 있었다. 무거우면 그냥 무거운 채로 웃었다. 억울하면 그냥 억울한 채로 넘겼다. "오늘은 좋은 날이었는데, 왜 이러지?" 하며 흐려진 마음을 탓했다.

그런데 정원은 달랐다.

맑은 날에도 한쪽 구석에 그늘이 있다. 햇빛이 잘 드는 자리가 있는가 하면, 늘 서늘한 자리도 있다. 정원은 그걸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냥 그런 곳이다.

나는 왜 내 마음의 그늘을 이상하다고 여겼을까.


감정은 날씨다 — 막을 수 없고, 탓할 수도 없다

그날 이후로 나는 작은 습관을 하나 만들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딱 한 줄만 쓰는 것이다.

오늘 내 마음의 날씨: 맑음, 가끔 흐림

날씨 아이콘 하나를 그리기도 한다. ☁️ ⛈

처음엔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이상한 일이 생겼다. 맑음으로 시작해서 흐려진 날이 기록되고 나면, 그날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오후의 흐림이 하루 전체를 망친 게 아니라, 그냥 오늘의 날씨 중 하나였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됐다.

날씨는 원래 그렇다. 아침이 맑았다고 저녁도 맑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오후에 소나기가 왔다고 하루를 망친 날이라 하지 않는다. 그냥 오늘은 맑음, 가끔 흐림인 날이다.

감정도 그럴 수 있다.


가지치기는 판단이 아니라 관찰이다

정원 일을 하면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좋은 가지와 나쁜 가지가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이다.

너무 많이 자란 것, 방향이 엇나간 것, 다른 가지의 빛을 가리는 것을 정리할 뿐이다. 그 가지가 나빠서가 아니라, 지금 이 나무에 필요한 모양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 기록도 그렇다.

오늘 오후에 갑자기 불안해졌다는 사실을 쓰는 것은, 내가 나약하다는 뜻이 아니다. 아침의 맑음이 거짓이었다는 뜻도 아니다. 그냥 오늘 이런 감정들이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는 일이다.

알아줘야 흘러간다.


당신의 오늘은 어떤 날씨였나요?

맑음이었나요? 흐림이었나요? 아니면 맑음, 가끔 흐림이었나요?

무엇이든 괜찮다. 하루 내내 맑아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흐린 시간이 있어야 맑은 시간이 더 선명해진다. 정원이 그렇듯, 마음도 그렇다.

오늘 밤, 자기 전에 딱 한 줄만 써보시길.

날씨 아이콘 하나면 충분하다. 그것으로 오늘 하루의 감정에 작은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그 한 줄이, 내일의 당신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줄 것이다.


"감정은 날씨처럼 머물다 흘러간다. 기록은 그것이 지나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일이다."

― Stella(스텔라), 『비로소 가벼워지는 시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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