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의 계절, 어른이 먼저 읽는 청소년 소설

현명한 어른이 되고 싶다면

by 책틈사이

2월은 졸업의 계절이다.


아이들은 익숙했던 교실을 떠나
조금 더 넓고,
조금 더 낯선 세계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어른인 우리도
그 시절을 지나왔으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졸업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
그리고 그 시작 앞에는
기대보다
두려움과 불안이
먼저 찾아온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 시기에
어른과 아이,
가족이 함께 읽으면 좋은
청소년 소설을 소개하고 싶었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 아이를 이해하고,
지난 시절의 나를 돌아보며,

아이 곁에 어떤 어른으로
서 있어야 할지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라며..




1. 『순례 주택』


순례주택.jpg


어떤 이야기인가요?

『순례주택』은
열여섯 살 수림이와
일흔다섯 살 순례 씨의 만남이라는 설정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옛 연인이었던
순례 씨가 사는 빌라 ‘순례주택’으로
쫄딱 망한 수림이네 가족이

이사를 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무모한 어른들 사이에서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판단을 하는 아이, 수림이.
그리고 거창한 말 대신
바른 삶의 태도로 어른의 모습을 보여 주는 순례 씨.


무례하고 이기적인 부모와 달리
순례 씨에게서 존중과 사랑을 경험한 수림이는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난다.


두 사람의 오가는 대화를 읽다 보면
문득 가슴이 울컥해질 수 있으니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이 소설은
빌라와 아파트,

학벌과 집값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우리 사회의 경계를 드러내면서

어른이 어떤 모습으로
아이들 곁에 있어야 하는지,
아이에게 필요한 어른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묻는다.


우리 삶에

정답은 없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아이들이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어른이 먼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를
조용히 생각하게 만든다.


유쾌하게 읽히지만

읽고 난 뒤의 여운이

오래 남는 소설이다.



2. 『율의 시선』

율의시선.jpg
어떤 이야기인가요?


『율의 시선』은
사람의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며
세상을 냉소적으로 해석하는 아이, 율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교통사고 이후
율은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고 믿게 되고,
그 죄책감은 회복되지 못한 채
타인과 거리를 두는 자기 방어가 된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역시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가정폭력과 방임 속에서 자라난 도해,
늘 완벽해 보였지만
열등감과 결핍을 숨기고 있던 진욱.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율은 처음으로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보고,

사람을 겉모습과 위치로 판단해 왔던
자신의 시선을 조금씩 바꾸어 간다.


이 소설이 그려내는 학교의 풍경은
아이들만의 세계라기보다
이미 작은 사회에 가깝다.


잘나가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보이지 않게 형성되는 서열과 관계들 속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래서 『율의 시선』은
한 아이의 성장 이야기인 동시에,
학교라는 공간과 그 안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아이들이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는지,
그 시선을 어른은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3. 이 두 권을 추천하는 이유


첫 번째

이 두 권의 소설은

‘의미 있는 이야기’이면서
‘잘 읽히는 이야기’이다.


가난, 방임,

가정폭력, 어른의 무책임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

문장은 담백하고

이야기의 흐름은 자연스럽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교훈을 앞세우지 않으며
주인공들의 말과 선택 속에서

'나'라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며 읽게 된다.


두 번째

이 소설들은

청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해

어른의 삶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교와 회사,

교실과 조직이라는 공간만 다를 뿐
우리가 맺는 관계 속에서 느끼는

긴장과 불안, 소외의 감정이

그대로 닮아 있다.


세 번째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

서로 다른 두 아이의 모습을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


『순례주택』의 수림은
세상과 맞서며 버틴다.
어른의 자리를 대신 감당하며
스스로를 단단하게 세운다.


반면 『율의 시선』의 율은
세상에서 한 발 물러난 채
자신을 지우며 버틴다.
상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냉소적인 태도로 스스로를 감싼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아이 모두
어른의 부재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견뎌낸 아이들이다.


이 두 이야기를 나란히 읽을 때
우리는 비로소 묻게 된다.


아이가 이렇게까지 버텨야 했다면,
그 곁에서
어른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말이다.



4. 아이의 성장담이자, 어른의 이야기

이 두 작품 속 어른들은
악한 인물들이 아니다.


다만,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끝까지 다하지 못했을 뿐이다.


아이가 잘 버티고 있으니 괜찮다고 믿고,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아이의 상처를
나약함으로 넘겨버린다.


이러한 모습은

소설 속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현실에서도

낯설지 않게 마주하는 장면들이다.


그래서 이 두 소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어른인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아이에게 상처를 준 것이
악의가 아니라 무심함은 아니었는지,
곁에 서 있다고 믿었지만
실은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조용히 묻게 만든다.


5. 어른들이 생각해봐야 할 것들


이 두 권을 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에 닿게 된다.


아이든 어른이든,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어른의 역할은
정답을 대신 말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길을 잃지 않도록
옆에서 방향을 함께 잡아 주는 일이라는 것.


아이의 어른스러움을
쉽게 성장으로 착각하지 않고,
그 안에 숨은 불안과 두려움을
함께 바라보는 것.

어른에게 필요한 태도는
어쩌면 그것 하나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 곁에 선 어른들에게


이 두 권의 청소년 소설을 권하고 싶다.





한국소설은

생각보다 가깝고,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도

부담 없이 읽히는 한국소설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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