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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크로드 Feb 26. 2024

Destination 타고난 나그네의 서곡

사막의 냄새인가? 애리조나 주 로드 트립 그리고 싯다르타

Destination


타고난 나그네의 서곡


사막의 냄새인가? 이제 막 애리조나주로 넘어선 것 같다. 어스름 저녁이었다. 나그네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무한한 고속도로로, 끝없는 여정 속으로 말이다. 숨죽인 고속도로에서의 저녁이다. 차량들은 안전속도를 유지했고, 서로에게 의지했다. 누군가는 고독한 여정을, 누군가는 신나는 여정을, 누군가는 갈길이 먼 여정을, 누군가는 빛나는 여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커다란 세계 안에 붕붕이.


붕붕이 안에 카메라.


카메라 안에 모든 것.


붕붕이는 길 위에 또 다른 작은 세계가 되었고, 카메라 렌즈는 작은 세계 안에 또 하나의 커다란 기억장치가 되었다. 붕붕 뚜껑이 열린 안에서 흔들리고 스쳐지나가는 사진을 남겼다. 당시에는 대형의 책 같았는데, 모니터에서 아무리 사진 사이즈를 크게 확대해도 그런 대형의 책은 안되지. 트럭들이 나를 지나치는 소리도 아름다울 수 있는것이구나.


끝없는 도로 앞 저 먼 곳에서 누군가는 구름을 뚫고 하늘을 뚫고 가야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하는 목적지 destination, 그리고 바퀴가 굴러가던 그 모든 땅이 destination였다.


차 안에는 음악 볼륨을 높게 하였다. 곡조 있는 찬양이 하늘로 올라간다. 이 땅에서 나그네 인생길을 가느라 터벅터벅 걸을 때도 있지만, 늘 노래하며 꿈을 꾸고 있는 나그네였다.


Let it be a sweet sweet sound in Your ear.




싯다르타




헤르만헤세





난 나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크눌프의 생각을 희망이 담긴 팔레트 처럼,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일본에 있는 나의 사촌


빌헬름 군더르트에게





Learned Something New


싯다르타 p.71 (by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는 자신의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갈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배웠으니, 세상이 달라져 보였고 그의 마음이 마법에 걸린 듯 세상에 매혹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Siddhartha learned something new on every step of his path, for the world was transformed, and his heart was enchanted.





그는 숲이 울창한 산 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그리고 저 멀리 야자나무가 우거진 강변 위로 태양이 지는 것을 보았다.



He was the sun rising over the mountains with their forests and setting over the distant beach with its palm trees.





그는 밤하늘에 별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았으며, 초승달이 마치 파란 바다를 떠다니는 한 조각의 배처럼 두둥실 떠 있는 것을 보았다.



At night, he saw the stars in the sky in their fixed positions and the crescent of the moon floating like a boat in the blue.








Full of Treasures, Full of Joy


싯다르타 p.72-73 (by 헤르만 헤세)





달과 별들도 아름다웠고, 시냇물과 강 기슭, 숲과 바위, 염소와 황금풍뎅이, 꽃과 나비도 아름답게 보였다. 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이처럼 미몽에서 깨어나서, 이처럼 주변의 가까운 사물에 마음의 문을 연채로, 이처럼 아무 불신감도 없이 이세상을 떠돌아다닌다는 것은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Beautiful were the moon and the stars, beautiful was the stream and the banks, the forest and the rocks, the goat and the gold-beetle, the flower and the butterfly. Beautiful and lovely it was, thus to walk through the world, thus childlike, thus awoken, thus open to what is near, thus without distrust.





머리 위에 내리쬐는 햇살도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졌으며, 더위를 식혀주는 숲의 그늘도 시원한 느낌이 예전과는 달랐으며, 시냇물과 물통의 물맛도 예전과는 달랐으며, 호박이나 바나나의 맛도 예전과는 달랐다.



Differently the sun burnt the head, differerently the shade of the forest cooled him down, differently the stream and the cistern, the pumpkin and the banana tasted.





낮과 밤이 짧아진 것 같았고, 매 시간시간이 마치 바다 위의 돛단배처럼, 돛 아래 온갖 보물과 기쁨을 가득 실은 그런 돛단배처럼, 쏜살같이 지나갔다.




Short were the days, short the nights, every hour sped swiftly away like a sail on the sea, and under the sail was a ship full of treasures, full of joy.








We're almost there.








애리조나 주. 정말 멀리왔다. 로스앤젤레스(LA)까지 남은 거리가 800-900km정도라며 표지판에 나타났다. 아직 애리조나 주와 네바다 주도 관광을 못했는데, LA도 가야하는건가? 만약 LA를 향해 끝없이 달리고 또 다시 북쪽으로 향해 포틀랜드와 시애틀까지 돌았다면, 이 여정은 정말 완벽한 로드트립이 됐을 것이다. 친구가 말해줬다. 가족과 함께 했던 포틀랜드 여행이 자기 평생에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었노라고.



Narrow Water Widen Into Ocean.



도로의 끝에서 만나는 오션을 위해 포틀랜드를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소원이 많아지니 피로가 몰려왔다. 도로변에 작은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혹시 남는 방 있나요?



Do you have any rooms available?



세상 모든 여행자들이 스쳐지나간 듯한 곳에서 내일의 여정을 준비하기 위해 짐을 풀고 휴식을 취했다. 제한 속도 안에서 자유롭게 달리면서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타 여정부터 애리조나 여정까지 촬영한 간식 사진이 하나도 없다. 풍경이 그만큼 강렬했었나보다.


자연학습 몰입.




목적지에 다와간다. 그랜드 캐니언.



We're almost there.





Education is


a lifelong journey


whose destination expands


as you travel.




Jim Stovall








온갖 보물과 기쁨을 안고. Good Day.


F o o t p r i n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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