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바래지 않네 먼지만 날아가네

나의 외로운 사진기 하나로 시작하는 브런치 스토리

by 실크로드

나의 외로운 사진기 하나로 시작하는 이


캐논 EOS 350D +


렌즈 EF 28-105mm F3.5-4.5 II USM





오래전, 나는 니콘 필름 카메라로 세상을 담았다.

어린 시절의 나, 길 위를 달리던 친구들,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 가족의 얼굴까지.

필름 속 사진들은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며, 그 안에서 나는 과거와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다가 새로 구입한 제품은, 보급형 디지털 DSLR 캐논 350D으로, 2005년도에 출시된 2.2 X 14.8 mm 크기 8백만 화소 제품이었다.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세상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서는 순간,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집중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아이의 웃음, 지나가는 사람들의 작은 표정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

파일을 정리하고 메모리를 옮기는 과정조차 번거롭지 않았다.

그건 단순한 기록의 편리함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담는 작은 의식이었다.


나는 특히 여행을 좋아했다.

이탈리아에서 촬영하던 순간이 지금도 가장 행복했다.

골목길 위로 쏟아지는 햇살, 바람에 실려 오는 빵과 커피 향,

수많은 사람들의 걸음 속에서 마주한 웃음과 표정들.

카메라를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나는 세상을 내 시선으로 천천히 담을 수 있었다. 사실 라자냐를 잊을 수가 없다.

그때의 나, 그곳의 공기, 라자냐의 색채, 맛, 그 순간의 빛과 색은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지금, 내 손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편리하고, 빠르며, 결과물도 만족스럽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마치 사진가처럼 보이는 사진이 만들어지고, 일상의 순간은 거의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편리함 속에서, DSLR을 들고나가던 마음의 준비와 몰입의 즐거움은 사라졌다.

바디 위에는 먼지만 쌓이고, 오래된 렌즈는 책장 구석에서 잠들어 있다.


그럼에도 나는 종종 DSLR을 떠올린다.

그 카메라와 렌즈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

내 과거와 지금을 이어주는 다리 같은 존재였다.

사진 속 나의 표정, 체형, 심지어 여드름까지 그대로 살아 있고, 그 순간의 감정까지 전해진다.

지금의 나는, 순수하고 여린 과거의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때로는 토닥여주고 싶어진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편리하지만, DSLR이 주던 것만큼 담아낼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마음의 준비, 몰입, 그리고 살아있는 기록의 감각이다.

카메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흔적을 온전히 담아주는 친구였다.

그 친구와 함께한 순간들이, 지금도 내게 특별하고 소중하다.


그리고 가끔, 나는 오래된 DSLR을 꺼내 들고,

조용히 셔터를 눌러본다.

바람, 햇살, 웃음, 여행지의 공기와 그때의 나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




✔️일반 필름


✔️니콘 필름


✔️캐논 디지털


✔️스마트폰 카메라




이젠, 다음 단계가 궁금해진다.







중고로 구입한 캐논 바디와 렌즈는 작은 보물 같았다.

풀타임 수동 포커싱, 고속 오토포커싱, 무소음 USM까지 갖춘 정교한 렌즈는 나와 걸어 다니며 세상을 담아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더 전문적인 장비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카메라를 잡고 셔터를 눌러온 흔적을 보면, 나의 노력과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촬영을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셔터를 누르는 감각 속에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정리하며 기록하는 과정이 참 매력적이었다.



그때 장착했던 렌즈는 지금 생각해도 참 소중하다.

오래전 찍은 사진을 보면, 화질이 오래된 카메라라 믿기지 않을 만큼 선명하다.

독사진도 많아서, 당시의 나를 아주 자세히 볼 수 있다.

여드름, 체형, 표정, 눈빛… 작은 생각까지 읽힐 듯하다.

몇 장의 사진이 내 기억을 깨우고, 덜 성숙했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마주친다.

그때의 나에게 미소 짓고, 신나는 순간에는 함께 즐거워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는 조용히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빛바랜 기억이 되길 바라기도 했지만, 사진 속 순간들은 바래지 않았다.

캐논 카메라가 담아준 내 지난 삶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마치 2024년의 내가, 그때의 나를 정중히 초청해 함께 살아보는 듯한 기분이다.






내가 카메라 취미를 시작했을 때, 나만의 세계는 아니었다.

그 시절, 디지털카메라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고, 짝꿍도 카메라를 다루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만나기 전의 일이었다.

서로 다른 성향 덕분에, 지금 돌아보면 우리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접근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짝꿍의 카메라 여러 대,



대충 느낌 오는 대로 하다가 말다가 하는

나의 외로운 캐논 하나!






나는 오래된 DSLR을 꺼내 들고,

조용히 셔터를 눌러 본다.

바람, 햇살, 웃음, 여행지의 공기와 그때의 나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

빛은 바래지 않고, 먼지만 날아간다.



이제부터 이 카메라로 담은 세상을 방구석에서 정리하며 브런치 스토리에 기록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방구석부터 세계 끝까지> 이야기를 브런치 스토리에 완성해 나가겠습니다.


캐논 350D로 촬영한 더 많은 사진은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mhl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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