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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크로드 Feb 28. 2024

Soul Bookstore 설렘 가득한 헤맴

빛이 바래지 않은, 그러나 빛을 발하지 않는 깊은 기억



설렘 가득한 헤맴


나는 브런치 스토리에 들어와 오늘도 헤매고 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브런치 스토리지만 차차 적응이 되겠지. 네이버 블로그에 친숙한 나로서는 브런치 스토리를 탐험하는 데 아직은 서툴지만, 전문 작가님들의 세계로의 여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음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서서히 스며들어가며 새로운 탐험을 시작한 이 시즌을 즐거이 바라본다. 다채롭고 때로는 당혹스러울 만큼의 느낌 좋은 글들이 많이 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의 <Soul Bookstore>가 된 것이다.


난 늘 그러한 느낌을 추구한다. 정렬되지 않은 나의 글도 어딘가에선 끄적일 수 있음에 참으로 다행이다. 설렌다. 현재까지 5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감사하다. 그리고 나는 어제 처음으로 응원하기를 하나 받았다. 정산센터에 가보니 40%의 수수료가 빠져있었다. 짝꿍과 나는 그렇게 첫 번째 응원하기 테스트를 마치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짝꿍의 출장으로 잠시 떨어져 있고 연락을 잘 못하다가 3박 4일 만에 만났는데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에 자신이 구독자 No.1이 되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했다. 아직도 풀어갈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일단 오늘은 다시 나의 발자취로 거꾸로 시간을 돌려본다.







Footprint

디지털카메라와 아이폰 카메라, 이 두 가지 기기는 각각의 시대와 기술을 대표하고 있다. 과거의 캐논 디지털카메라와 현재의 아이폰 카메라는 나의 삶 속에서 각기 다른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나는 사진과 글이 삶의 한 순간이 되는 것을 좋아한다. 빛이 바래지 않은 감동의 재발견, 포만감으로 채워진 삶의 모든 순간을 풀어내는 것이 하나의 무형의 유산이 될 줄은 몰랐다.

지금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도 좋지만,  예전 캐논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 보여주는 매력이 있다.


이미지가 나의 삶의 조각이 되고 있었다.

글이 나의 성장의 흔적이 되고 있었다.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외장 하드를 열어, 스마트폰 카메라가 없던 시기에 캐논 카메라로 담은 미국 어학연수와 유학 여정을 풀어내고 싶은데 몇 편까지 될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지만, 꽤나 긴 여정이 될 것 같다.








땅 밟기


수능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영어>는 나의 뇌에서 차단당한 듯했다. 1년 정도 걸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학연수를 떠나기까지. 비자를 받고 바로 출국하였고 나는 그렇게 일요일 오후에 미국 땅을 밟았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1회,  미국 LA에서 1회를 경유하였다. 대략 60kg이 넘는 이민 가방을 싸느라 1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넋이 나가있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지, 현실에 살고 있는 건지?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비행기 안에서는 억지로나마 잠을 청하기 위해 애썼다. 양 옆에 앉은 일본인 승객들은 나를 의식했다. 비행기 중간 좌석에 앉아 흐느껴 울며 휴지를 눈가에 대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잠시 잠이 들었다 싶은 순간이 있었다. 약간은 기대하는 마음에 눈을 떠 시계를 보았는데 여전히 8시간 정도의 비행이 남았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했었다. 내 평생 장거리 비행은 처음이었고 온통 회색빛의 기억 만이 남은 듯했다.



LA에서 다시 덴버로 가는 비행기로 환승했다. 영화에서만 보던 흑오빠들이 실제 내 삶에 등장했다. 그들은 줄을 서있었다. 때로는 그들 사이에 묻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큰 문제없이 환승에 성공했다. 덴버 공항에 도착하자, 미리 예약된 픽업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목적지인 웨스트민스터까지 40분 정도를 달려가는 동안 마음은 혼란스러웠지만, 미국의 아름다운 풍경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듯했다. 에너지가 소진되어 아무런 힘이 없었지만 후들후들 떨리는 손으로 배낭에서 캐논 350D카메라를 꺼내어, 덴버 땅을 촬영했다. 창가에 기대어 기울어진 나의 시선과 함께, 그 시점에서의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흘러가는 대로 순종하며 밟은 땅에서의 단 한 장의 사진의 <순간>이, 오늘도 내 마음을 울린다. 나는 그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당시의 모든 기억과 감정을 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기울어진 사진처럼 나는 옆으로 반은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하늘은 내 마음처럼 그레이였고 그리 맑지 않았다.




나는 대자연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첫 어학연수로 '콜로라도 주'를 선택했다. 콜로라도의 웅장한 산맥, 넓은 들판, 그리고 파란 하늘 때문이었다. 늘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내가 실제로 콜로라도에 살게 될 줄은 몰랐었다. 아침과 점심, 저녁, 한밤중에 풍경이 매일 새로웠다. 신선한 노을이라는 선물도 하늘에서 내려주었다. 평생 볼 노을을 이때 다 본 것 같았다. 나는 매일 저녁 방구석에서 펼쳐지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메라를 통해 그 아름다움을 기록했다.


하늘의 색채, 구름의 형태, 그리고 저녁 햇살의 온기가, 방구석의 하이얀 창틀, 그리고 발코니로 이어지는 공간, 옆건물의 지붕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저녁마다 새로운 노을빛을 카메라로 담아놓지 않았다면 나는 그 색채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 그 모든 순간을 이 공간에 스토리로 담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오늘 이 날에 이르기까지. 나의 삶의 조각이며, 나의 성장의 흔적을, 그리고


빛을 발하지 못하는 평범한 이야기들을 담을 용기가 생겼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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