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해도에서
굴리 굴리
도시의 번잡함은 그다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는다. 오히려 단조롭고 편안한 마음의 여유만이 남아있는 것 같다.
삿포로 도심의 렌트카 샵을 나서서 비에이로 향하던 길, 첫 번째 신호등에서 멈췄다.
일본의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탓에 나는 왼편에 앉아있고, 짝꿍은 오른편에서 운전을 하게 되었다. 베테랑 운전자라도 방향 지시등과 좌우 회전을 헷갈리기 쉬운 상황이었다. 짝꿍은 깜빡이를 수시로 바꾸고 ON OFF 하며 좌우를 살피다가 금세 익숙해졌는지 안정을 찾았고, 나는 내 앞에 펼쳐진 모든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즐기고 있었다. 평소에 운전을 즐기는 편이지만, 일본 여행에서는 운전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 모든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대한 욕심 때문이랄까.
그때 자전거를 타고 가는 두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퀴 열심히 굴리 굴리. 두 개의 바퀴가 그들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고 있었다.
이 도시에서는 빨간 자전거, 바구니 자전거 모두 질서정연하게 자리하며 그 어디에서도 더욱더 자전거 탄 풍경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청명한 삿포로의 공기를 마시며, 때로는 맑은 비의 향기를 맡으며 자전거를 바라보는 모든 순간이 그저 아름다웠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도시라니.
안심하고 느리게 걸을 수 있는 곳.
느리게 달릴 수 있는 곳.
느리게 균형을 잡아도 되는 곳.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는 곳.
낮에는 푸른 하늘 아래,
밤에는 어둑한 골목길에서도 자전거는 빛나는 곳.
그러한 곳!
Life is like riding a bicycle.
To keep your balance,
you must keep moving.
삶이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
당신은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
Albert Einstein
The world lies right beyond the handlebars of any bicycle.
자전거 핸들 저편에 바로 세상이 있다.
Daniel Behr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