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
에린 엔트라다 켈리의 장편동화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원제 : The First State of Being)은 시간여행을 다룬 SF소설이다. 1999년대를 살아가는 주인공 ‘마이클’은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평범한 소년인데, 이 친구의 가장 큰 걱정은 Y2K이다. 이미 2000년대를 지나온 분들은 알겠지만, 99년에는 새로운 천년에 대한 두려움이 극심했다. 그것은 디지털화된 자료들이 년도가 ‘00’이 되면서 모두 초기화되고, 모든 시스템이 마비될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이런 두려움이 무색하게 Y2K는 무사히 지나갔다.
마이클은 집에 비상식량을 쌓아가면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한다. 마이클은 자신을 돌봐주기 위해서 아르바이트 돌보미로 집에 방문하는 ‘기비’라는 누나를 좋아한다. 그녀는 마이클과 다르게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살아가고 있다.
이런 그들에게 어느 날 이상한 옷에 이상한 말을 쓰는 ‘리지’라는 청년이 나타난다. 리지는 사실 2199년에서 시간여행을 해서 과거로 온 청년이었다. 자신의 말이나 행동 하나가 미래를 크게 바꿔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리지는 마이클과의 만남을 조심스러워 한다. 과거의 사건을 바꿔버리면 그것이 미래를 변경해서 자신의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시간 패러독스 때문이었다. 마이클과 기비 그리고 리지는 우정을 쌓아가다가 리지가 독감에 걸리게 된다. 현대의 질병에 면역이 없는 리지가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겪다가 다시 극적으로 미래로 돌아간다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 내용이다.
그 유명한 <백 투 더 퓨쳐>를 비롯해서 사람들은 왜 시간여행을 다루는 콘텐츠를 좋아하고 끊임없이 콘텐츠가 만들어질까? 필자가 보기엔 시간여행은 크게 두 가지 욕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과거의 실수를 돌이키고 싶어 하는 욕망이다. 아무런 잘못 없이 실수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사람은 모두 다 그 잘못을 후회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를 고민한다(<나비효과>라는 영화가 대표적인 영화다).
두 번째의 욕망은 미래를 알고 싶다는 욕망이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나는 어떤 모양이 되었을까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궁금증을 일으키는 소재다. 미래에 닥칠 일을 안다면 나는 그것을 미리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이런 욕망을 만들어낸다(<마이너리티 리포트>같은 영화가 대표적인 영화다).
그러나 누구나 알듯이 과거와 미래를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다만 오늘을 살아간다.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는 이런 오늘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번역하면 ‘존재의 첫 번째 순간’이다. 리지는 소설 중간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존재의 첫 번째 순간. 우리 엄마가 ’현재‘를 가리키는 말이야. 차를 타고 달리는 지금 이 순간,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 여기는? 이건 첫 번째 순간이야, 가장 중요한 순간, 모든 게 의미 있는 순간.’
과거의 실수에 집중하면 우리는 ‘분노’하게 된다. 한편 미래의 사건에 집중하면 우리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우리가 컨트롤 가능한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인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내가 있는 곳, 내가 있는 시간이 나라는 존재가 맞이하는 첫 번째 순간이다. 이런 생각으로 살아가면 우리 삶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화려하거나 멋지지 않아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내가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현재가 다시 오지 않을 시간임을 기억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 이런 자족하는 삶이 행복의 길이고 결국에는 멋진 미래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이 책은 리지가 성공적으로 미래의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런데 책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에서 책 등장인물들의 미래 모습이 나오는데, 기비는 시간여행 이론을 만들어낸 창시자가 되고, 마이클은 좋아하는 여자 친구와 결혼하여 환경운동을 하는 연구소를 설립한다. 평범했던 두 인물이 어떻게 미래에는 영향력 있는 인물들로 성장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리지와의 만남이 그들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기에,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나간 과거에 매이지 않고,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눈앞에 있는 현재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