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위기

<편안함의 습격>

by mhni

마이클 이스터라는 작가가 쓴 ‘편안함의 습격’이라는 책을 읽었다. 나는 이 책의 원제가 도리어 책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해 준다고 생각한다. ‘The Comfort Crisis’. 번역하면 ‘편안함의 위기’라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좋다고 생각되는 편안함이 왜 우리에게 위기를 불러온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저자는 북극으로 순록 사냥을 떠나서 사람이 살지 않는 오지에서 온갖 고생을 한다. 그 모험담을 축으로 하여 편안함이 어떤 면에서 우리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한다.


달리 말하면 편안함은 곧 ‘편리함’이라는 말로 바꿔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편리함이 우리에게 ‘따분함’과 ‘배고픔’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을 없애고 있다. 편리함의 극치에 달하면서 우울증, 불안, 중독, 자살 등 정신적인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지루함’을 멀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미국인들은 스마트폰을 하루에 평균 2,617번 터치하면서 조그마한 화면을 들여다보는데 2시간 30분을 소비한다. 티브이, 오디오, 컴퓨터 같은 디지털 미디어를 포함하면 이 시간은 11시간 6분으로 늘어난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 뇌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모드가 있다고 한다. 집중 모드와 비집중 모드인데, 집중 모드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때, 유튜브를 볼 때 등 외부 세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모든 행위를 할 때 우리의 뇌가 집중 모드가 된다고 한다. 반대로, 비집중 모드는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일어난다. 내면을 향하는 마음의 방황이자 휴식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우리는 어떤 일을 더 훌륭하고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집중하는 데 필요한 자원들을 복원하고 재구축한다. 집중 모드에서는 우리의 뇌에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결국 주의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지친다. 현대의 삶은 우리의 뇌를 혹사시키고 있다.

이미지 출처 : YES24

‘배고픔’은 어떠한가. 우리 주변에는 항상 먹을 것이 있어서 굶주리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진정한 배고픔으로 먹기 보다는 먹을 것이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혹은 단순히 입이 심심해서 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먹는다. 먹을 것이 귀하던 과거에는 굶주릴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많은 음식을 먹어두는 것이 생존과 연결되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위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계속 먹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인의 70퍼센트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며, 이 수치는 2030년이 되면 86.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책을 읽으면서 필자도 일상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물론 문명의 이기가 주는 편리함에 젖어서 살고 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일순 떠오른 생각에 스마트폰을 집어 들기 일쑤이고, 음식도 배고파서 먹기 보다는 그냥 음식이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무의식중의 행동들이 건강에는 좋지 않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작가는 우리가 불편함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경을 겪은 사람들이 정신적 안녕 지수가 높다는 것이 지난 몇 년에 걸친 연구의 결론이라고 한다. 위기, 두려움, 또는 위험에 맞서는 일은 최적의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초래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향상된 자존감, 인격 형성, 그리고 심리적 회복력을 증진시킨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이다’라는 격언도 있지만, 훈련은 우리를 단련시키고 육적으로, 영적으로 건강하게 하는데 유익한 것은 분명하다.


필자는 여기에서 우리의 신앙생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신앙생활 그리고 나의 기도가 단지 조금 더 편리한 생활을 위함은 아닌지 말이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면서 그저 그런 것만 기도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기복주의 신앙일 것이다. 평안과 편리, 그리고 안정을 구하는 세상 사람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올 한해는 나의 편리함과 평안을 구하는 것도 좋지만 그 보다 한 차원 높은 기도생활을 하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비록 조금 불편하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더 섬기고 봉사하는 삶을 살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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