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학연구 중에는 거대 제약회사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많다.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들이 임상시험을 주도하거나 지원할 때는 자기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게 목적이기에 공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버드의대에서 나온 보고에 의하면 제약회사가 지원한 연구결과는 비영리 기관이 지원한 연구결과 보다 대부분 우수하다고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1]. 이것은 연구를 기획할 때 가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미리 연구를 구상하고,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약에 대한 의사 교육이 대부분 제약회사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강사들도 거의 다 제약회사의 지원을 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의사들조차도 객관적인 약의 정보를 알기는 쉽지 않다.
사실 이런 것이 현대의학의 큰 문제점이다.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으로 가야 하지만 현실은 시장주도의학(market-oriented medicine)으로 가고 있다.
‘모든 약은 독’이라는 파라셀수스의 명언처럼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 스타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타틴의 부작용은 과소평가되어 왔다. (그 이유는 -> 콜레스테롤약의 숨겨진 진실 2 )
우리 몸에 필수 성분인 콜레스테롤 수치를 강제로 너무 떨어뜨리면 우리 몸은 영양실조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왜냐면 뇌세포부터 시작해서 신경세포, 근육세포 등 모든 세포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 콜레스테롤인데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이런 각종 세포들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부작용의 종류는 많지만 그중 가장 잘 알려진 4가지만 자세히 살펴보자.
1) 근육통
스타틴 부작용 중 가장 흔한 것은 근육통이다.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근육통이 발생하며 보통 한쪽 팔이나 한쪽 다리보다는 양쪽에 나타나고, 작은 근육보다는 어깨, 허벅지, 종아리 같은 큰 근육에 흔히 나타난다.
기존의 제약회사 후원 연구에 의하면 근육통의 발생 빈도는 1-5% 정도로 낮게 보고한다 [2]. 하지만 제약회사와 무관한 연구에서는 최소 40%에서 최대 80%에 달하는 환자들이 스타틴 복용을 지속하지 못하고 약 복용을 중지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근육통(60-70%)이라고 했다 [3,4,5].
콜레스테롤은 근육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데, 인위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근육 손상으로 근육통이 발생한다 [6].
NC Ward, et al. Circulation research 2019
근육통은 보통 약을 중지하면 사라지지만 약 20%의 환자에서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 [7]. 스타틴 복용자는 근육통 증상이 없어도 전자현미경 상 근육세포에 손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8].
가장 심각한 것은 근육통과 함께 근육이 분해되는 횡문근융해증으로 근육 세포가 죽어버려 코카콜라 색깔의 오줌을 누는 등 이상 증상을 동반한다. 신장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횡문근융해증의 빈도는 10만명당 1-2명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되어 왔으나 [9] 최근 보고에 의하면 1천명당 1-2명까지 발생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주의를 요한다 [10].
근육통은 결코 가벼운 증상이 아니다.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운동인데, 스타틴으로 인한 근육 손상은 운동을 방해한다. 특히 고령자에서 약을 오래 쓸수록 근육이 더 약해지고, 그로 인한 낙상 가능성이 증가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1,12].
2) 인지 기능 저하(치매)
한번씩 환자들이 “요즘 금방 들은 걸 잊어버리고, 조금 전에 생각했던 할 말도 잊어버린다”며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분들이 계신다. 혹시 고지혈증 약 드시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스타틴 부작용이다.
기억력 저하, 즉 건망증은 매우 서서히 일어나니 약물과의 연관성을 알아내기는 사실 쉽지 않다.
뇌의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치매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다. 그중 신경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 병이 전체 치매의 약 70%, 중풍 후유증으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약 25%, 그 외 파킨슨병 등 기타 원인 치매가 약 5%를 차지한다 [13]. 중앙치매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1위가 치매 43%로 2위인 암 33%를 크게 앞선다 [14].
뇌의 무게는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우리 몸 전체 콜레스테롤 양의 25%가 뇌에 있을 정도로 콜레스테롤은 뇌의 생존에 중요한 필수성분이다 [15].
뇌 콜레스테롤 중 70%는 수초(myelin)라는 신경섬유를 둘러싼 막에 있는데 콜레스테롤이 결핍되면 신경 정보 전달 과정에 심각한 영향을 주어 운동장애, 감각장애, 인지장애 등 다양한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16].
아산병원 건강정보
스타틴을 사용하면 체내 콜레스테롤 합성이 저하된다. 뇌세포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콜레스테롤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면, 뇌 기능에도 서서히 문제가 생긴다 [17,18]. 인지기능 저하가 심한 치매의 경우 신경세포가 거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다시 돌아오기는 힘들기에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19].
전통적으로 치매의 원인으로는 두가지 학설이 있다. 아밀로이드(amyloid)라는 독성이 있는 작은 단백질이 뇌에 침착되면서 뇌 세포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아밀로이드 가설’과 뇌로 가는 혈액순환 장애가 원인이라는 ‘혈액순환 가설’이다(두 가설 비교 -> 아래 그림) [20].
RJ Kelleher & RL Soiza. Am J Cardiovasc Dis 2013
'아밀로이드 가설'은 1991년에 처음으로 나와서 연구가 시작되었다 [21]. 2006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 레스네(Lesné)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알츠하이머 병을 일으킨다고 증명한 놀라운 논문을 발표하였고, 드디어 인류는 치매 치료에 희망을 갖게 되었다 [22]. 이젠 이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는 물질만 만들어내면 치매는 극복 가능한 병이 된 것이다.
이후 ‘아밀로이드 가설’은 알츠하이머병 학계의 주류 이론이 되었고, 미국 국립보건원과 제약회사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여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약을 개발하여 왔지만, 지난 30년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21년 8월 밴더빌트 대학 슈레그(Schrag) 교수가 2006년 레스네 교수 논문은 조작되었다고 폭로하면서 주류 이론이던 ‘아밀로이드 가설’은 큰 타격을 받았다 [23]. 지금까지 제대로 된 치매 치료제가 나오지 못한 이유는 잘못된 가설 때문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24,25].
YTN science 2022.8.7
혹자는 치매 치료제를 기다리고 있던 환자와 가족에게 절망적인 소식이라고 안타까워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치매의 원인이 ‘아밀로이드’가 아니고 ‘혈액순환’ 문제라면 치매환자에게는 오히려 희소식이다 [26,27,28,29]. 왜냐면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30,31].
치매를 신경퇴행성질환으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혈관질환으로 분류하자는 주장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32]. 치매는 근본적으로 혈액순환 문제가 있다. 죽상동맥경화증으로 뇌의 미세 혈관이 좁아져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되면 만성 저산소증으로 뇌세포 기능이 저하되면서 서서히 죽어간다 [33]. 이러한 변화가 지속되면 치매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진다.
AE Roher, et al. Alzheimers Dement 2011 위 사진은 뇌 기저면의 동맥혈관을 부검한 사진이다. 정상인의 뇌동맥(A)에 비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동맥(B)은 지방 침착으로 인한 심한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직경이 훨씬 좁아져있고 심지어는 막히기 일보직전이다 (여러분은 자신의 뇌 속에 어떤 동맥을 갖기를 원하는가?) [34].
이미 알다시피 죽상동맥경화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지혈증이다. 따라서 고지혈증은 심장에 안 좋을 뿐 아니라 뇌에도 좋지 않다 [35,36,37].
스타틴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는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틴 자체가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 [38].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을 둘러싼 막인 수초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콜레스테롤이 결핍되면 신경 정보 전달 과정에 이상이 생긴다. 따라서 스타틴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과도하게 낮추면 뇌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치매가 생길 수 있다 [39.40].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은 치매와 파킨슨병의 주요 원인으로 간주되어 왔는데 [41,42] 최근에는 고기·생선·우유·계란 등 동물성 식품에 많이 들어있는 콜레스테롤이 산화된 옥시스테롤이 치매의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43,44,45,46].
서울대 발표에 의하면 콜레스테롤에 열을 가할 때 산화콜레스테롤이 많이 생성되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고기나 생선을 먹기 위해 요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47]. 더 나쁜 것은 전자렌지다. 전자렌지로 요리하는 건 열에 가하는 것보다 산화콜레스테롤을 2-3배 더 생성한다니 패스트푸드점의 치킨이나 햄버거패티 등이 몸에 더 해롭다 [48].
콜레스테롤·중성지방과 함께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3대 요인으로 손꼽히는 호모시스테인은 우리 몸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독성물질로, 혈중 농도가 올라가게 되면 혈관 내벽을 손상시켜 동맥경화증을 유발하고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및 치매의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49,50,51].
호모시스테인은 동물성 식품에 많이 들어있는 메티오닌이라는 아미노산이 대사과정에서, 비타민 B군이 많이 있으면 몸에 무해한 시스테인으로 바뀌지만, 비타민 B군이 부족하면 호모시스테인이라는 혈관 독성물질로 변한다. 육식에는 메티오닌이 많고 비타민 B군은 적게 들어있어 호모시스테인을 많이 생성하고, 채식에는 메티오닌은 적고 비타민 B군은 많이 들어있어 호모시스테인을 적게 생성한다 [52]. 따라서 호모시스테인 수치를 낮추려면 채식이 유리하다.
10개국의 치매 발생 원인과 발병률을 조사한 연구에서, 치매 발생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소는 음식이었다. 고기 섭취는 치매의 위험을 가장 많이 증가시켰고, 계란과 유제품이 그 뒤를 이었다. 과일, 채소, 곡물을 많이 섭취하면 치매 위험이 감소했다 [53].
유명 의학저널 란셋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치매의 위험성이 높은 1260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2년간 인지기능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 일반 식사에 비해 채식을 한 군의 인지기능이 25% 더 높게 나와 채식이 치매 예방에 효과 있다고 보고했다 [54].
미국에서 유명한 의과대학 중 하나인 러시(Rush) 대학에서 평균 80세의 960명 노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채식인은 잡식인에 비해 뇌의 인지 기능 저하가 서서히 일어나 약 11년 더 젊었다고 한다 [55]. 채식은 뇌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뇌 기능을 보호하는 영양성분들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치매는 노화과정에서 누구나 오는 병은 아니다. 혈관을 깨끗하게 유지하면 치매는 예방 가능하다.
치매 예방의 첫걸음은 채식이다.
3) 당뇨병 증가
미국에서 약 16만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최소 3년간 스타틴 복용자와 비 복용자 간의 당뇨 발병률을 조사한 결과 스타틴 복용군에서 당뇨 발병률이 인종에 따라 50-70% 더 증가했다고 한다 [56]. 스타틴 복용자는 비 복용자에 비해 당뇨 발생률이 무려 2.2배 더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아래 그래프) [57].
VA Zigmont, et al. Diabetes Metab Res Rev 2019
당뇨가 발생하는 이유는 콜레스테롤 결핍으로 인한 세포막 변성으로 인슐린 저항성 증가와 췌장 인슐린 분비 기능 저하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58]. 따라서 스타틴은 당뇨 조절을 힘들게 하여 당뇨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59].
당뇨환자 중 스타틴을 많이 사용하는 분은 그렇지 않은 분에 비해 심장 동맥 석회화가 더 빨리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60]. 알다시피 당뇨병은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 인자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먹는 약이 당뇨병 발생을 증가시키고 또한 심장 동맥 석회화를 촉진시킨다니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따라서 당뇨 환자에게 스타틴 사용은 심각하게 재고려 되어야 한다 [61].
4) 간에 대한 부작용
간이 건강하지 않으면 삶이 힘들어진다. 스타틴 복용 중 이유 없는 피로감, 식욕감소, 황달 등 간 손상을 의심하게 하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스타틴의 간독성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왔다 [62]. 그래서 스타틴을 시작하기 전에 간기능 검사를 하고, 사용하는 도중에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한다.
스타틴 복용자에서 간수치가 증가하는 경우는 1-3% 정도라 흔치 않고 그 정도도 심하지 않다는 보고도 있지만 [63,64], 서울대 발표에 의하면 스타틴을 새로 복용한 환자에서 간손상 발생률은 연간 100인당 17명으로 나타났고, 심각한 간손상 발생률도 100인당 3.5명으로 나타남에 따라 한국인은 서양인의 간손상 비율보다 훨씬 높다 하였다 [65]. 또 다른 한국 연구에서는 간손상이 13%에서 나타났다고 하니 주의를 요한다 [66].
간에 연관된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코큐텐(coenzyme Q10, CoQ10)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것은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에서 포도당과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인 ATP를 만들 때 꼭 필요한 효소다. 코큐텐은 인체의 모든 세포에 존재하나 특히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심장, 뇌, 간, 근육 등에 많이 분포한다. 스타틴이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할 때 심장기능에 중요한 코큐텐 합성도 동시에 억제한다 (아래그림) [67].
Mevalonate pathway
심장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뛰는 기관이다. 쉼 없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코큐텐은 심장에 특히 많이 분포한다. 따라서 스타틴으로 인한 코큐텐 부족증은 심장기능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 [68,69].
AE Raizner, et al. J Am Coll Cardiol 2021
스타틴 복용 목적이 심장마비 예방인데, 스타틴 복용으로 코큐텐이 감소되어 심장기능을 저해시키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따라서 이걸 아는 의사들은 스타틴 처방 시 심장 보호를 위해 코큐텐 보충제를 항상 같이 처방한다.
코큐텐이 부족하게 되면 심장뿐 아니라 근육 및 각종 장기 내 에너지 생산에 차질을 빚어 기운이 없어지고 피로를 호소한다 [70]. 특별한 이유없이 만성 피로를 호소하시는 분이 있다면, 스타틴 복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
그 외 주요한 부작용을 몇 가지 더 소개하자면..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면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콜레스테롤은 면역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71]. 약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강제로 낮추면 바이러스 감염이나 암 발생에 취약해진다 [72,73,74]. 스타틴 복용 후 유방암 발생률이 스타틴군 4.2%, 위약군 0.34%로 스타틴군에서 무려 12배나 더 많았다는 NEJM 논문도 있다 [75]. 남성 및 여성호르몬을 만드는 재료가 콜레스테롤인데, 약으로 생산을 방해하니 발기부전을 비롯한 여러가지 성기능 장애를 유발한다 [76,77]. 스타틴 복용 후 백내장이 더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78].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스타틴 복용이 필요한 분들은 있다. 이미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한번이라도 겪은 고위험군 환자들은 약을 드시는 게 좋다 [79]. 하지만 평소 건강한데 단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이유로 스타틴을 복용하시는 분은 득과 실을 잘 따져보아야 한다.
스타틴 부작용은 바로 나타나지 않고 수개월에서 수년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기에 환자들이 잘 눈치채지 못한다. 의사에게 이상 증상을 말해도 그냥 스트레스, 과로 또는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 하고, 약을 먹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화되었으니 기뻐하며 계속 약 먹기를 권한다. 더 명백한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는 아예 다른 새로운 질병을 추가 진단하고 또 다른 약물이 첨가된다. 그리하여 약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아무리 스타틴 약을 많이 먹어도 중성지방 수치는 그대로라 심장발작의 위험은 여전히 있기에 안심할 수도 없다.
악순환이다.
전술한 여러가지 부작용을 감수하고 스타틴을 복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얼마나 될까? 란셋에 발표된 대규모 메타 분석에서 스타틴 약물 시작 시점의 LDL 수치에 비해 약 40 감소시키면 5년간 발생할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약 20% 줄어든다고 한다(상대위험감소) [80].
그런데 LDL 수치 40 정도를 줄이기 위해 평생 약을 먹는 방법이 있고,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음식을 바꾸면 된다.
육식을 주로 하시던 분은, 단 2주간의 채식으로도 LDL 수치 40 정도의 감소는 쉽게 얻을 수 있다 [81].
스타틴은 LDL 수치는 낮추지만 중성지방 수치는 낮추지 못한다. 하지만 채식은 LDL과 중성지방 수치를 둘 다 낮추기에 약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82].
심장급사(sudden cardiac death)라는 심각한 병이 있다.
평소에 건강해 보이던 분이 심장 문제로 갑자기 의식을 잃고 1시간 내 죽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하루에 약 1천명이 사망하고 [83] 한국에서는 하루 약 70명이 사망한다 [84,85]. 가장 흔한 원인은 심장혈관에 동맥경화가 생기는 걸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동맥이 막히면서 심장근육이 괴사되는 심근경색이다.
문제는 심장급사로 죽는 사람의 50%가 이전에 심장문제로 진료한 적이 한번도 없고, 사고 당일에 느낀 증세가 첫 증상이라는 것이다 [86]. 이렇게 예측하기 힘들기에 심혈관질환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현대의학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대증요법이다. 병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나타나는 증상이나 수치만 치료하는 것이다. 혹시 독자들 주변에서 고혈압약 또는 당뇨약을 먹고 완치된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대부분 환자들은 고혈압, 당뇨는 완치가 안되고 평생 약으로 관리해야 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고혈압은 혈압을 낮추는 약으로, 당뇨는 혈당을 낮추는 약을 평생 먹어도 병이 낫지 않는 이유는 병의 원인 치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지혈증 약도 마찬가지다. 콜레스테롤이 수치가 올라갔다면 그 원인이 뭔지를 먼저 생각하고 치료 대책을 세워야지, 수치를 낮추기 위해 우선 약을 먹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병을 완치하려면 원인 치료를 하여야 한다.
Mopping the floor vs. Turning off the faucet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문제에 근본적인 접근을 하지 않고 약에 의존하는 것은 위 그림처럼 싱크대 위에서 물이 흐르는 수도꼭지는 잠그지 않고 바닥만 열심히 청소하는 것처럼 헛된 일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원인으로 유전, 환경, 생활습관, 운동부족, 식습관 등을 들지만 가장 큰 원인은 식습관 즉, 기름진 음식이다. 육식인 고기·생선·우유·계란에는 기름기 성분인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너무 많이 들어있어 피를 탁하게 하고 혈관을 좁게 한다. 반면 채식인 현미밥·채소·과일에는 콜레스테롤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고 중성지방은 적당량 들어있기에, 피가 맑아져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고 혈관이 넓어지면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저절로 좋아진다 (*아래사진 좌측은 채식한 분의 식후 2시간 혈청 사진으로 투명한 노란색으로 보임, 우측은 육식 후 2시간 혈청 사진으로 과도한 지방으로 인해 뿌옇게 보인다. 출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The game changers).
현재 저희 병원에서 필자에게 수술받는 모든 환자들은 식단을 완전 채식으로 하기에 혈압과 혈당이 떨어져 복용하던 약을 줄이거나 심지어는 끊는 경우를 종종 본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살아오면서 익숙해진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약을 평생 먹을 것인가? 아니면 건강한 삶을 위해 식사를 바꿀 것인가?
육식을 계속하기 위해 매일 약을 먹고, 그 약 부작용으로 또 다른 약을 추가하고, 피검사를 주기적으로 하고, 스타틴으로 조절 안되는 중성지방 관리를 위해 또 약을 추가하고, 중풍이나 심근경색의 합병증이 걱정되어 경동맥 초음파나 심장 CT 검사를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에서 벗어나는 길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단지 2주간의 채식으로 체중 3.3kg 감소(BMI 30 이상자), 혈당수치 28 감소(당뇨환자), 수축기혈압 17 감소(수축기혈압 140 이상자), 총콜레스테롤 44 감소(총콜레스테롤 200 이상자), LDL 33 감소(LDL 100 이상자), 중성지방 32 감소(중성지방 150 이상자)했다는 최신 연구도 있다 [87].
놀랍지 않은가? 불과 2주면 이렇게 큰 변화가 나타난다.
채식하면 고지혈증 뿐만 아니라 비만, 당뇨, 고혈압 등 현대인이 흔히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이 같이 해결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일석삼조, 일석사조가 아닌가? [88].
믿기 어렵겠지만 위 모든 기술은 사실이며 명백한 의학적인 근거가 있고, 지난 7년간 채식을 해오면서 본인뿐 아니라 많은 환자들의 변화를 봐 온 필자가 보장한다.
진리는 본래 단순하다.
음식만 바꾸면 된다. 음식은 어떤 약물보다 강력한 약이고 부작용도 없다.
채식이 답이다.
Simple is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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