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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가든 Oct 03. 2022

패키지와 자유여행


이번 다녀온 8일짜리 동유럽 패키지는 4개국을 거쳐왔는데 기억에 남는 건 풍경뿐이다. 체코에서 1~2시간 비가 온 것 말고는 날씨가 좋았다. 특히 헝가리나 오스트리아에서는 아주 쾌청해서 호수와 산들이 멋진 사진으로 남았다.

개인적인 자유여행이었다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 만큼 에피소드도 많았을 테지만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는 패키지는 그럴 일이 거의 없다. 6개 호텔에 묵었지만 기억나는 호텔 이름은 스위스 눈산 앞에 있던 alpina라는 곳 하나다.


우리를 태운 버스가 어두워지는 저녁에 계속 오르막길로 올라갔다. 대체 어디까지 가려는지 궁금해질 즈음 멈춘 곳은 하얗게 눈이 쌓인 바위산 앞이었다. 방 창문 앞으로 눈이 보였다. 실내에 목재를 많이 써서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피톤치드 냄새가 나서 좋았다.

 다음날 모녀 팀이 잔 방에 구경을 오래서 갔더니 거긴 개인 집같이 거실이 있었다. 양쪽으로 방이 있고 욕실도 2개에 완전 나무나무다. 천정에도 넓은 창문이 있다. 버튼을 누르면 천장에 커튼이 올라가고 내려온다. 침대에 누워 설산을 볼 수 있다니. 웬 횡재냐고 그 모녀분들 부러움 잔뜩 받았다.

내가 숙소를 선택해서 갔다면 호텔 이름이 기억 안 날리 없다. 각종 사이트에서 비교 검색하고 결재하고 메일을 주고받고 하면서 관심과 시간을 쏟았을 테니. 식당에서도 끼니마다 음식을 먹었는데도 이름은 고사하고 뭘 먹었었는지도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그런 것 같다. 버스가 다 데려다주고 인솔자가 설명 잘해준다. 근데 그것도 들을 때뿐이다. 뚜벅이로 갔다면 버스를 타느라 시간표를 미리 알아보고 트램 승차권을 사고 했겠지.  

그래선지 여행을 기록하는데도 사진을 안 보면 일정도 뒤죽박죽으로 기억한다. 동유럽이 좀 비슷하기도 지만.


뚜벅이 여행은  다녀온 후에도 기억이 생생하다. 숙소를 앞에 놓고도 헤매던 일, 비행기 표를 사고 버스 티켓을 구입하고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던 일, 음식 맛, 가격까지도 거의 다 기억이 날 지경이다.


내가 직접 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해주는 것의 차이점일 것이다. 아마 자유여행을 갔다면 더 감동했고 더 웃었을지도 모른다. 반면, 적게 보고 고생을 더 많이 하고 때론 끼니를 건너뛰기도 했겠지.


다음엔 둘을 절충해서 패키지반 자유반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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