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당연한 거야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잘못이야
아들아
태어나서 7살이 된 오늘까지 통잠을 잔 적이 손에 꼽는 너란다
너 자고 난 뒤 미뤄놨던 집 안일 정리하고 엄마 할 일을 끝내고 나면 12시가 넘는단다.
이제 막 잠이 들라치면 왜 꼭 엄마를 찾고 안아달라 물 달라 요구가 많은지...
너의 새벽 잠투정을 받아주고 나면 잠이 쉽게 들지 않는 날도 있단다.
그럼 다음 날은 늦잠을 자기도 하지..
밤새 안방에서 잠을 잔 너의 아빠 눈엔 아침에 늦잠 자는 엄마의 모습만 보이기는 할 거야.
밤에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으니깐.
너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세상 모든 일은 니 눈에 보이는 일이 전부가 아니란다.
네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야.
네 눈에 보이고 네가 전부 안다고 생각하는 건 극히 일부분이란다.
내 배 아파 낳아 하루 종일 물고 빨고 키운 너도 엄마가 다 알지 못하잖니?
심지어 7년째 매일 같이 자는데 엄만 아직도 네가 밤에 왜 깨는지 모르겠더구나.
사람은 그런 거란다.
이만하면 다 알지 하는 건 네가 알고 싶은 부분까지 전부 아는 것이지 그 사람의 전부를 아는 게 아니란다.
너의 앎으로 만족하고 상대를 파악하지는 말려무나.
엄마는 네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단다.
네가 사랑해 결혼 한 여자도 사랑했던 그 부분만 전부를 안 거지 모르는 다른 일도 많단다.
사람은 모를 수 있어. 모르는 게 당연한 거야.
잘못된 건 그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아는 척하는 거란다.
그러니 무슨 일에 있어서 건 내가 모를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구나.
그럼 부부 사이는 물론 타인과 싸울 일도 많이 줄어들 거라 생각해.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만큼 상대방 속 터지게 하는 것도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