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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record Aug 06. 2023

이상을 찾는 여정, Marriage [페이스 인증]

나와 비슷하지만 흥미로운 사람을 찾아주세요.


왜 우리는 비슷한 사람에게 편안함을 느끼면서 다른 매력을 가진이에게 흔들리는 걸까.




저는 결혼 1년 차. 내년 2월이면 신혼 2년 차가 되는 따끈따끈한 신혼부부입니다. 저스트 한 연애기간과 우당탕탕 결혼시간을 거치고, 피 터지게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이제야 정말 신혼부부같이 살고 있네요.

매일이 참 따뜻하고 달달해요.


힘이 들 때마다 반려자를 흘겨볼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를 만나게 해 준 모든 여정들이 사무치게 감사해요. 지나간 인연들, 친구들, 부모님들. 다 제가 그에게 도달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준 작은 단서들이었던 것 같아요.




저의 취향은 참 소나무입니다. 그건 취향에서부터 모든 제 성정이 그래요. 그래서 저는 굉장히 제가 한국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가 소나무니까요. 사시사철 푸르르다. 그것은 언제 어느 때나 한결같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너무 휘어지게 자라서 목재로 쓰임은 어렵지만요. ㅎㅎ


저는 그래요. 영화를 볼 때도 애니메이션을 볼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제가 좋아하는 것에 꽂히면 그 감독, 작가, 제작사, 심지어는 그 삽화의 일러스트레이션까지 모두 알아야 직성이 풀려요. 그리고 그분들의 지난 필모와 역사를 봐야 오롯이 그들을 사랑하게 됩니다. 마케팅이나 후원사까지 봐야 마음이 놓여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지금의 남편도 그랬습니다. 이 사람의 외모, 기질, 학력, 일대기 어떻게 성장해 왔고 어떤 고난이 그를 지금에 이르게 했는지가 저에게 와닿아, 제가 연민과 감동, 존경심을 갖게 되었을 때 저는 약간의 알코올 중독(? 이 있는 그를 배우자로 들이기로 다짐합니다.


지나고 보니 그의 알코올의존증은 도리어 영업, 즉 상사맨(?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의 특징이었고 그마저도 이제는 대단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가 그만큼 그 분야에서 열심히 쌓아 올린 무엇인가이기 때문이죠.




처음엔 저와 다르면서 비슷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 시기에 열심히 그를 탐색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의 저희가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작은 다름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왜 그가 그렇게 오해했는지 혹은 왜 그렇게 생각이 들었는지 끊임없이 대화하고 큰 소통(큰소리)을 하며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에게 분명 살면서 또 다른 시련이 닥쳐오겠지만 지금은 예전만큼 불안하진 않아요. 왜냐면 저희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멀리 있거나 같이 있지 않더라도 상대방과 나를 생각하는 가장 최선의 결정을 할 것이며 함께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거든요.





그런 저희가 어떻게 만나고 사랑에 빠질 수 있었을까요?


사실 많은 커플들이 그렇듯 첫 시작은 주선자님의 소개였습니다. 이 주선자는 저에게 조금 특별해요. 저는 이 주선자님과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참 예쁘고 바른 사람이라는 인상으로 알고 있었기에 그분이 해주는 소개에 신뢰가 쌓입니다. (아마 그 당시 제가 소개를 한 10번쯤 받았던 것 같아요)


이미 소개팅 경력이 꽤나 되었던 저는 미리 정보를 받아야 1차 약속을 잡습니다. 많은 실패를 경험으로 제가 원하는 남자상이 어느 정도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괜찮으신 분이더라도 어떤 부분에서 떨어지면 급격히 호감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부분들이 맞는지 먼저 확인했습니다.

안 그러면 두 사람 모두에게 아까운 시간만 뺏기잖아요. 직장인들에게 시간은.. 생명인데.


음 조건을 여기에 써내려 가보려고 하다가 멈칫했어요. 누군가 저를 욕하는 소리가 저 멀리 웅성웅성하게 들리네요. 네. 저 얼굴 봅니다. 저 얼굴도 보고 하시는 일도 보고 심성도 봅니다. 물론 결혼할 생각도 없었고 연애만 하는데두요... 하지만 여러분. 모두들 이상형은 있지 않습니까?

다만 완벽한 이상형은 만나기 어려우니 우선순위를 먼저 두는 것일 뿐이죠.




조건만 들었을 때는 만나봄직했던 그를 사진으로 보고 나서 사실은 거절하고 싶었습니다. 왜냐면 그가 너무나 하얗고 조금 마른 스타일이었기 때문입니다(사진상으로). 제가 우락부락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종아리나 팔다리가 비율이 조금 통통한 스타일이어서 저는 좀 듬직한 외형을 선호했거든요.


지나치게 깔끔해 보이는 사진상의 외형이 저를 아쉽게 했지만 주선자의 얼굴을 생각하며 우선 나가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 친구가 일처리(만남 주선예약)를 아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뭐 그런 고민할 여유(? 가 없었어요. 그래서 사실은 만남 약속시간의 거의 보통은 10분 정도 일찍 나가는 저의 스타일과 다르게 그날은 유독 느적느적하게 만남장소로 갑니다.




그러나 아니 이게 웬걸?

그곳에는 그와 정 반대되는 남자가 서있었습니다. 용모단정이지만 까만 피부톤에 마르지 않고 적당한 체격에 큰 키의 남자분이요. 네. 바로 저의 외형적 스타일에 부합하는 남자. 합격 탕탕탕.


서류 및 인터뷰 통과하셨구요. 소개팅 관례에 따라 3번째 만남쯤에는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한 두 사람의 공동 작전이 펼쳐집니다. 하루하루가 재미있었습니다. 직장도 가까워서 심심하면 만날 수 있었고 토라지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다음날이면 눈 마주치면서 풀 수 있었어요. 심지어는 본가도 수원으로 나고 자라서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면 모르는 히스토리가 없을 정도로 케미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좋았기 때문에 또 열심히 한바탕 합니다. 그는 회사 특성상 여자분들이 많은 회사에 다녔고 그것이 연애 때의 저를 조금은 불안하게 합니다. 꼭 여자분들 때문은 당연히 아니고(저도 사람인지라 제 남편(전남친)이 그렇게 모두를 홀리고 다닐 정도는 아니란 것을 알아요) 중요한 점은 그가 술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인데요.


술 때문에 여자와 실수를 할 거라는 생각이 아니라 술 때문에 누구한테 시비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1등이었습니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컨트롤을 잘 못하던 그 시절 자칫 잘못하다가 정말 못된 사람들과 엮어서 큰일 날까 봐 전전긍긍했습니다. (하필 또 그때 복싱에 빠져서 술만 취하면 쉐도우 복싱을 합니다... 벽이든 사람이든..)


그래서 최대한 술 약속을 피하게 해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는 영업맨이고 친구들을 참 사랑하는데..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이 잦고 특히나 술 약속은 거의 사회생활에 필수불가결한 부분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참 제가 이해심이 없었네요. 하지만 그런 부분보다 저는 그냥 그가 정말 걱정되어서 그랬어요. 그마저도 지금은 이기심이란 걸 알기에 서로가 조심합니다.


저는 항상 그렇게 노심초사하며 만남을 이어가는데 도통 그는 저만큼 이 관계에 노력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그가 어느 날 자신이 얼마나 저를 위해 노력하는지 설명해요.




미아야, 나 정말 노력하고 있어.
네가 빨강이고 내가 파랑이면 지금 자주색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글썽글썽)




저는 그제야 그가 얼마나 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빨강과 파랑은 먼 보색인데 자주색이 되도록 노력했다는 건 그가 자신 스스로를 버려가거나 바꿔가며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미아야, 넌 정말 내가 완벽하게 네가 원하는 사람으로
변했으면 좋겠어?
그럼 그게 맞을까?
그럼 그건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되고,
그건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게 아닐까?




저는 그 말들을 들은 이후로 그를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의 말에 어느 정도 납득하고 설득당했기 때문입니다. 맞아요. 저라고 항상 옳은 것이 아니고 제가 좋아했던 그의 모습은 천진난만하고 누구 앞에서나 당당하고 말솜씨가 좋은 모습입니다.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그를 잘라내 버리면 더 이상 그곳에 제 남편이라는 사람은 없고 그냥 제가 만든 아바타가 있겠죠.


저에겐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그의 장점을 저는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다재다능하여 노래도 잘하고, 깐깐하고 예민해 보이지만 그만큼 꼼꼼히 일처리 하려는 모습을 사랑하니까요. 누군가는 그런 부분은 결혼하면 단점이다 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아니에요. 지금은 그 사람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그의 모습입니다.




왜 우리는 비슷하지만 다른 매력의 사람에게 끌리는 걸까요.


너무 비슷하면 질려하고 너무 다르면 힘겨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왔다 갔다 이 사람 저 사람한테 흔들리죠.


이상형을 찾는 실험이 있어요. 흔하고 많은 분들이 접했을 법한 실험인데 남녀 모두에게 적당한 남자 여자 사진을 각각 보여주면서 자신의 이상형을 고르라고 해요. 그리고 대부분이 원하는 이상형이 근접한 이미지의 상대를 고르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사진을 남자 혹은 여자로 변경했을 때의 모습이에요.


사회심리학으로 맞춤원리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아내 안정을 찾고자 하는 과정이죠. 한국사람에겐 국밥이 제일이듯이요. 하지만 항상 하얀 밥공기에 된장찌개만 먹고살 수 없듯이 우리는 비슷하고 익숙한 것이 끌리지만 변주되는 이벤트가 항상 필요하죠. 그래서 인간은 쓸데없는 셀리브레이션을 만들고, 슬플 때 추모를 하고, 일상이 권태로울 때 여행을 가나 봅니다.






희로애락, 관혼상제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자꾸만 만들어 가요. 인생이 허무하다는 것을 조상들은 알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결혼을 결심했을 때 사실 저는 식을 올리고 싶지 않아 했습니다. 하얀 드레스도 입고 싶지 않았어요.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싫지만 신경 쓸게 너무 많아서 귀찮다고 생각했거든요. 중요한 과정도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왜냐면 그 당시 남편과 저는 이미 원룸에서 함께 동거를 하고 있었고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이미 혼인신고까지 빠르게 진행했었거든요.


그럼에도 결혼식은 할 수밖에 없었고 당시는 코로나 시기였는데 저에게 코로나 시기의 결혼은 천운이었어요. 사람을 많이 초대할 수도 없었고 많이 오실 수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저의 그런 생각은 오만이었습니다. 진심으로 나의 결혼을 축복해 주는 친구들, 멀리서 어떻게든 오고자 했던 잘 보지 못했던 친지들, 그리고 누구보다 나의 결혼이 가슴 아플 나의 어머니까지. 저는 그들의 마음을 알지 못했어요. 저의 결혼식의 저만의 축제는 아니라는 사실이요. 그리고 저를 위해 가장 멋진 곡을 부르고 싶었던 그에게 가장 어려운 곡을 선물 한 저. 저는 식을 올리고 나서야 결혼식에 대한 진짜 의미를 알게 됩니다.


결혼과 결혼식은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표를 하고 의식을 치르고, 그것이 바로 혼례인 것입니다. 저는 그제야 제가 드디어 결혼을 했고 우리가 부부로서 서로 헤쳐나가야 할 수많은 고난과 많은 이들의 가슴 아픈 축복들을 깨닫게 됩니다. 단순히 소꿉놀이 하던 연애가 아닌 서로를 책임지고 서로의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요.




저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제가 결혼을 결심을 했을 때 해주었던 그의 말이 얼마나 뼈아픈 조언이자 경고인지 이제는 아주 살짝 이해가 돼요. 그 당시 아버지는 계속해서 저에게 말해요.



서로에게 장애가 생기고, 죽는 고비까지 있다 하더라도
너희는 각자 그 몫을 이겨내야 한다.



저는 아버지가 결혼에 대한 조언을 해줄 입장은 아니라고 무시했고 당시, 아니 무슨 이런 무거운 대화인가 이제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에게?! 그리고 그 정도 희생이라면 결혼을 안 하는 게 맞지 않나..? 여러 가지 불안과 두려움만 주는 그들의 말에 저는 기분이 좋지 않아 집니다.



하지만.. 온전히는 아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저 말의 숨은 뜻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사랑이란 큰 희생입니다. 많은 속담들에 지옥 같은 조언은 결혼에 있고 사랑에 대한 조언은 많이 이상적이죠. 그런 지옥 같은 결혼생활에 사랑을 유지해야 하니 얼마나 큰 희생이 필요하겠습니다.




최근 저는 아이폰 프로 14로 핸드폰을 교체했고 원래는 지문인식으로 하던 인증을 페이스 인증으로 대체하게 됩니다. 걱정한 것에 비해 생각보다 너무나 편하더군요. 이것이 애플의 유아이, 유엑스구나 생각하면서 좋아합니다. 그리고 문득 이 방식이 마치 우리가 이상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페이스 인증.


우리는 서로의 눈과 얼굴, 귀와 코를 바라보며 이 사람이 나와 맞는지 아닌지 끊임없이 인증하고, 설사 결혼까지 하고 사랑의 결실이라고 한다는 자식이 생겨도 이 사람이 맞는지 아닌지(? 끊임없이 검증하죠.


바로 나 자신을 통해.


그래서 정말 좋은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너 자신이 먼저 좋은 사람이 되라고 하나 봅니다.




이번 글은 유독 더 길었던 것 같아요. 그건 아마도 제가 지금 그 생활(신혼)을 정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글에 신윤복에 월화정인을 그린 것은 저의 그런 많은 마음을 담기에 그만한 그림이 없다고 느껴서입니다. 한국식 전통 혼례장면도 아니고 하필이면 풍속화가인 신윤복의 월화정인을 그리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기실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래요. 저 둘은 각자가 누구인지 우린 모릅니다. 물론 여자는 기생일지도, 남자는 노름에 빠진 양반가의 내처진 자식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호감이 있어보여요. 그게 어떤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어두운 밤, 달조차 초승달이 뜬 밀실같은 사방이 어두운 담 밑에서의 둘만의 밀회. 그들은 얼마나 떨리고 설레일까요. 누군가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혹은 관계에 대한 불안, 그러나 그 속에서 도저히 서로를 보지 않고는 그날 하루를 넘어갈 수 없었던 것이죠. 무수히 많은 관계는 그렇게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반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는 그 관계의 방향성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나가죠. 함께할 수도, 멀어질 수도 있지만 함께 했던 추억만큼은 그들에게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럼 이 글도 누군가의 방향성 혹은 외로운 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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