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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단걸 Nov 07. 2021

동물병원은 너무 싫다고!

매달 동물병원에 가야 하는 내 강아지들.


내 강아지들 두 마리 모두 심장병이 있다는 것은 입양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봄이는 처음 구조하고 나서 병원에서 검사를 하던 중, 심장 뛰는 소리에 잡음이 들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다행히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매년 받고 있는 건강검진 항목의 심장 초음파를 통해 별다른 이상이 발견된 적이 없었으므로 한 번도 심장약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꽃님이는 입양을 갔다가 심장병이 있다는 이유로 파양을 당했지만, 이후 진행된 정밀 검사에서도 심장약을 먹어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나는 내가 키우는 강아지들 모두 심장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면 병원에 바로 데리고 갈 준비는 되어있었다. 


몇 달 전, 진행한 건강검진에서 봄이의 심장에서 이상을 발견했다. 보통 말티즈같은 소형견에서 발생하는 심장병이 아니라 대형견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심장병이 소형견인 봄이에게 나타난 것이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했다. 치료가 어려우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잠시, 다행히 심장약을 꾸준히 먹으면 완치는 어려울 지라도 봄이가 느끼는 빈혈이나 어지러움 증세는 상당히 완화가 된다는 이야기에 어느 정도 안심을 했다. 봄이는 이제 열세 살, 열네 살의 나이가 되었으니 몸의 어딘가에 병이 생기는 일은 노화의 한 부분으로 이해가 되는 나이이기도 했다. 물론 나에게는 아직도 아기 강아지나 마찬가지였지만. 우리는 그 전에도 매달 한 번씩은 꼭 동물병원을 찾아 심장사상충 약을 처방받았고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가진, 심장병에 대한 청진을 받고 왔다. 


병원에 가는 날, 아이들과 가볍게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고 모르는 척 차문을 열어주면 봄이는 신나서 차에 올라타는데 반해 꽃님이는 의심을 하며 차에 올라타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 그럼 다시 봄이를 차에서 내려, 아파트 단지를 다시 산책시키고 다시 모르는 척 차문을 열어준다. 이제 살짝 지친 꽃님이는 제가 먼저 차에 올라탄다. 동물병원에 가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두 녀석은 신나서 잠도 자지 않고 창 밖을 내다보며 드라이브를 즐긴다. 이내 동물병원 근처에 주차를 하고 동물병원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꽃님이는 자꾸 뒤로 쳐진다. 하아, 어찌나 기억력이 좋으신지! 


겨우 아이들을 달래서 동물병원 안으로 들어가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 대기를 하면, 꽃님이는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동물병원을 십 년 이상 다녀온 봄이는 태연하게 대기를 하지만 역시 싫은 기색을 내비친다. 나는 한 손으로 봄이를 안고, 나머지 한 손으로 꽃님이를 쓰다듬는다. 봄이가 검사를 위해 진료실로 들어가고 나면 나는 꽃님이를 달래기 위해 장난감 몇 개를 꺼내 꽃님이에게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 장난감에 진심인 꽃님이는 한참 코를 킁킁거리다가 장난감 하나를 선택한다. 그 장난감을 던져주면 언제 불안했냐는 듯이 동물병원 대기실을 뛰어다닌다. 이 장난감 공은 나중에 꽃님이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갈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 


봄이의 검사가 끝나고,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진료실에 들어갈 때 보통은 2.5킬로그램인 봄이를 안아 들고 꽃님이는 목줄을 끌고 들어갔는데 최근에 살이 쪄서 8킬로그램이 훌쩍 넘은 꽃님이는 내가 목줄을 끌어당겨도 좀처럼 의자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그럴 때 꽃님이가 고른 장난감을 보여주면 제 발로 걸어서 진료실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장난감이 하나씩 늘어났는데, 지난달에는 이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아무리 불러도 의자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장난감을 보여주고 흔들어도 꼼짝하지 않았다. 원장님은 진료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꽃님이를 달랠 수도 없었던 터라 꽃님이에게 대기실에서 대기를 하라고 단단히 일러두고 봄이만 데리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물론 진료실 문이 열려있어 꽃님이가 잘 기다리는지 확인을 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었다. 정말 꽃님이는 내 가방과, 새로 산 장난감과 함께 진료실 의자에 앉아 꼼짝하지 않고 우리를 기다렸다. 


한 움큼의 약봉지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둘 다 긴장이 풀렸던지 꾸벅꾸벅 존다. 봄이는 편히 의자에 엎드려 잠을 자고, 꽃님이는 내가 다시 동물병원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창밖을 내다보며 꾸벅꾸벅 조는 것이다. 편히 누워서 자라고 해도 내가 너를 어찌 믿느냐는 눈빛을 보내다가 또 그렇게 조는 것이다. 동물병원을 다녀온 날은 두 녀석 모두 평소보다 곤히 잠을 잔다. 그런 밤이면 그토록 싫어하는 동물병원에 매달 데리고 다니는 게 미안하다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좋아해 주는 녀석들의 마음에 더욱 짠해지는 것이다. 


다행히 봄이는 심장약을 복용하고 난 후, 이전보다 더욱 활발해졌다. 아무래도 심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해 많이 어지러워서 산책을 나가면 항상 내 뒤에서 짧은 다리로 꽃님이와 나를 따라잡느라 바빴는데 이제 산책을 나가면 제가 먼저 앞장서서 다니기도 하고, 이전보다 조금 더 싸가지가 없어졌다. 약을 먹으면서도 봄이의 심장 기능은 조금 좋아졌다가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도 한다. 언제까지 심장병 약을 먹어야 하는지 기약이 없지만, 그래도 약으로 관리가 가능하니 현재의 상황에 감사하기로 했다. 


조금 아파도 좋으니, 우리가 더욱 오래 함께 했으면. 

조금 더 나를 싫어해도 좋으니, 조금 덜 아팠으면. 

나의 강아지들에게 바라는 나의 작은 소망들. 




동물병원 가는 길, 뭣모르고 신난 녀석들



병원 대기실에서,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않는 꽃님이



돌아오는길, 긴장이 풀려서 꾸벅꾸벅 조는 녀석들.
그냥 편히 자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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