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두지 말아요
작가 『김미아』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잠을 못 잤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잤다.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엄마의 팔뚝살을 만지면서 잠이 들었다. 간혹 엄마가 먼저 잠이 들면 "엄마 먼저 자면 안 돼요"라면서 애걸복걸했다. '무서운 게 딱 좋아'같은 책을 본 날이면 제발 이 밤이 얼른 지나가길 간절히 바랐다. 간호사 귀신, 다리 없는 귀신들이 머릿속을 헤집어놓으면 나는 이불을 끌어안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됐을 때, 친구들은 모두 혼자 잔다는 걸 알게 됐다.
"MP3로 팬픽 보는 게 내 낙이야"
"부모님이 계신데 어떻게 봐?"
"......? 내 방에서 그냥 보지. 너 아직도 부모님이랑 같이 자?"
"아, 아니....."
친구가 세계의 전부였던 시기였기에 혼자 자기를 연습하기로 했다. 가족들에게 당당하게 "저 이제 혼자 잘게요!"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혼자 자는 날, 창문이 그렇게 두려운 존재란 걸 처음 알았다. 창문 너머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볼 것 같았고, 고양이 귀신이 창문을 타고 들어올 것 같았다. 밤이 무서웠다. 어둠이 언젠가는 지나가길, '이것도 곧 지나갈 거야'라는 생각만으로 항상 잠을 잤다.
밤을 무서워하던 어린애가 커서 혼자 잠을 못 자는 어른이 됐다. 막연하게 어른이 되면 혼자 잘 잘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해결해주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이 흐른 뒤 어른이 된 내가 해결해주는 것뿐이었다.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다. 처음으로 자취를 하게 되었을 때, 이 공간에 혼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며칠 밤을 지새웠다. 도저히 혼자 잘 수가 없어서 공원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지하철에서 쪽잠을 자길 선택했다. 그게 훨씬 위험한 일이란 걸 알면서도 사람 소리가 나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른이 된 내가 두려워하는 건 귀신뿐만이 아니었다. 두려워할 건 더 많아졌다. 괴한, 낯선 이, 취업, 미래, 과거. 누군가 창문을 타고 침입해 올까 두려웠고, 도어록을 뜯어버릴까 무서웠다. 취업이 안 되면 어쩌지, 취업을 해도 내가 못 버티면 어쩌지, 하며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했고 과거의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와 회한으로 밤을 지새웠다. 겁이 많은 난 밤에게 딱 좋은 먹이였을 테다.
사람 소리가 나지 않으면 못 자는 어른이 되어 버렸기에 나는 현실과 타협을 해야만 했다. 혼자 있으면 식은땀이 나고 두려움에 죽어 버릴 것 같은 이 공포가 '공황장애'라는 걸 인정했다. 그래서 현재는 약을 먹고 셰어하우스에서 산다. 한 방에서 같이 자는 건 아니지만 사람 소리가 들리는 그 공간이 내겐 안식처다. 여성들과 함께 살며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기대어 지낸다. 여성 연대란 게 이런 건 아니겠지만, 최소한 괴한이 들이닥칠까 봐 걱정할 일은 없다. 취업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난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고 해결되지 않은 인간이기에. 언젠가 취업을 하고 다시금 이 글을 봤을 때,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라며 힘들어할지, 아니면 '겨우 이런 것 때문에 두려워했다니'라며 웃을지 예측할 순 없다. 다만 후자이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