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빈 Oct 14. 2019

따뜻한 호기심

나는 종종 마음속으로 타인을 순간의 모습으로 판단하고 규정했었다. 이런 습관은 화살이 되어 돌아와 나를 옭아맸다.  





내가 타인에게 그랬던 만큼 그들도 매 순간 나를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나에게 남의 평가는 아주 중요했다. 때문에 작은 실수라도 한 날에는 나에 대한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혼자 상상하고 괴로워했다. 마치 연달아 10점을 쏘아야 금메달을 따는 양궁 선수처럼 완벽한 무결의 모습을 자신에게 기대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했고 때때로 무너졌다.



언젠가 누군가 나에 대한 평가를 아무렇지 않게 내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두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첫 번째는 그간 내가 마음속으로 평가해 온 사람들에 대해 나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 였다. 그가 말한 묘사 속의 나는 순전히 그의 판단일 뿐이지 내가 아니었다. 실지로 그는 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완벽한 타인이었다. 돌아보면 나도 그와 같았다. 알려는 노력도 없이 순간의 모습으로 누군가를 평가해 온 것뿐이었다. 어디선가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와 같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찰나의 만남으로는 한 사람이 어떤 삶의 끝에 내 앞에 서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쉽게 타인을 평가하고 규정하는 태도는 나의 삶에서 풍성하고 따뜻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걸림돌이 될 뿐이었다.


두 번째는 타인의 평가에 그렇게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타인은 나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그저 찰나의 순간으로 지레짐작할 뿐. 모르고 내뱉은 평가들이 나를 규정하는 답이 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는 배운다. 여행을 하고 경험을 쌓는다. 그리고 사랑을 하고 늙어간다. 그럼에도 삶 속에서 우리가 정말로 '안다'는 것이 과연 얼만큼이나 될까? 삶은 한정되어 있고 같은 순간에서 배움과 깨달음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너무나 다른 수억 개의 우주가 만나고 헤어지며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우리는 생각보다 너무나 모른다. 하지만 쉽게 판단하고 타인과 나 자신을 옭아맨다. 그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모른다는 생각으로 타인에게 다가서는 따뜻한 호기심이 전부가 아닐까.   






보빈

Designer · Illustrator


Email : mia.bak0327@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시련과 행복은 공기와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