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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빈 Jan 04. 2019

서울 하늘


나에게 여행지의 하늘은 항상 옳았다.


철마다 찾아오는 미세먼지로 빛바랜 서울 하늘과 전혀 다른 상쾌함이 느껴졌다. 그곳이 어디든 나는 연신 하늘에 대고 셔터를 눌러댔다.


내 하늘사진 컬렉션은 1년간의 타향 생활 동안 그 용량을 폭발적으로 확장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르며 스치는 많은 생각들 중 하나가 이제는 그림 같은 하늘을 자주 보기 힘들 것이라는 아쉬움이었으니 그곳의 하늘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1년의 타향살이를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나름대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리운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평일 오후 서점의 한적한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어폰을 꽂고 바라본 버스 차창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문득, 동경하던 이국의 하늘과 다르지 않은 풍경에 한참을 조용히, 그저 바라만 보았었다.





변한 것은 없었다. 하늘은 같았고, 그때와는 조금 달라진 내가 있을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하늘을 제대로 볼 여유와 낭만이 없는 서울 생활을 했었다. 매일의 목표를 위해 계속해서 바쁘게 움직였고, 남는 시간에는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가 아닌
그곳에서 무엇을 보느냐였다



적당히 만족한 채 살자는 것이 아니다.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에서 힘든 순간은 분명 공기처럼 우리와 함께 한다.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생각보다 훨씬 적다. 그 숨 가쁨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볼 것인지는 각자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관점을 바꾸는 것은 상황을 바꾸는 것 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가 든다. 그리고 관점을 바꿈으로서 새로 얻을 수 있는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어쩌면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닌 그저 전과는 조금 다른 관점이 전부 일지 모른다.




보빈

Designer · Illustrator


Email : mia.bak03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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