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티솔이 높을 때 해석 : 갑상선기능저하 vs 만성염증

기능의학 검사(DUTCH Test 등)를 하다 보면 임상의들을 깊은 고민에 빠뜨리는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유리 코르티솔(Free Cortisol)은 높은데, 대사된 코르티솔(Metabolized Cortisol) 총량은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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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으로는 모순처럼 보입니다.

"코르티솔이 많으면(High Free), 당연히 대사되어 나오는 쓰레기(Metabolized)도 많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 패턴은 '대사의 정체' 혹은 '가짜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감별하는 열쇠는 바로 대사체들의 비율(Ratio), 즉 THF(활성 유래) vs THE(비활성 유래)의 균형에 있습니다.



오늘은 이 까다로운 그래프 뒤에 숨겨진 갑상선 기능 저하와 만성 스트레스 적응의 기전 차이를 명확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1. 기초 개념: THF와 THE는 무엇인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오해하기 쉬운 용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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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F (Tetrahydrocortisol): 활성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이 간에서 대사된 형태입니다. 주의: THF 자체는 효능이 없는 비활성 대사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많다는 건 '활성형 코르티솔'이 원재료였다는 뜻입니다.

THE (Tetrahydrocortisone): 비활성 호르몬인 코르티손(Cortisone)이 간에서 대사된 형태입니다. 이것이 많다는 건 몸이 이미 코르티솔을 비활성 상태로 꺼버렸다는 뜻입니다.


이 둘의 비율(Ratio)을 통해 몸이 코르티솔을 "쓰려고 하는지(THF 우세)" 아니면 "끄려고 하는지(THE 우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2. 시나리오 A: 갑상선 기능 저하 (The Sluggish Clearance)

"청소도 느리고, 변환도 느리다."


갑상선 호르몬은 간의 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지휘자입니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면 간의 효소들도 '태업'을 시작합니다.


⚙️ 기전 (Mechanism)

전체 대사 속도 저하: 간에서 코르티솔을 분해하는 효소(5α/5β-Reductase)가 느려집니다. 그래서 '대사된 코르티솔 총량'은 낮게(Low) 나옵니다.

대사 지연으로 인한 정체: 대사 지연이 생기면 혈액 속에는 빠져나가지 못한 '유리 코르티솔'이 높게(High) 측정됩니다.

11β-HSD2 효소의 태업 (핵심): 갑상선 호르몬은 코르티솔을 비활성(Cortisone)으로 바꾸는 11β-HSD2 효소를 돕습니다. 갑상선 저하 시 이 효소도 일을 안 합니다. 즉, 코르티솔(Active)이 코르티손(Inactive)으로 잘 바뀌지 않습니다. 몸속에 활성형 코르티솔(F)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됩니다.


� 검사 패턴: THF 우세 (THF Preference)

대사량 자체는 적지만, 그나마 나온 대사체들을 뜯어보면 THE보다 THF의 비율이 더 높습니다.

원인: 11β-HSD2가 일을 안 해서, 원재료인 코르티솔이 코르티손으로 변하지 않고 그대로 대사되었기 때문입니다.



3. 시나리오 B: 만성 스트레스 적응 (The Protective Adaptation)

"염증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스위치를 끄다."


만성적인 염증(비만, 인슐린 저항성, 감염 등)이 있을 때, 우리 몸은 조직 손상을 막기 위해 '방어 모드'를 가동합니다.


⚙️ 기전 (Mechanism)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습격: TNF-α, IL-6 같은 염증 물질이 쏟아져 나옵니다.

강제 비활성화 (Deactivation): 염증 신호는 신장과 말초 조직의 11β-HSD2 효소를 강력하게 활성화시킵니다. 명령: "코르티솔이 너무 많으면 위험해! 빨리 꺼!" 활성 코르티솔(F)이 비활성 코르티손(E)으로 급격히 바뀝니다.

CBG(운반 트럭) 감소: 간의 염증 반응으로 코르티솔 결합 단백질(CBG) 생성이 줄어듭니다. 전체 생산량이 줄어도, 결합하지 못한 '유리 코르티솔'은 상대적으로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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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 패턴: THE 우세 (THE Preference)

몸이 적극적으로 코르티솔을 끄고 있기 때문에, 대사체 분석 시 THF보다 THE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4. 한눈에 보는 감별 포인트 (Differential Diagnosis)

두 경우 모두 [High Free Cortisol + Low Metabolized Cortisol]이라는 겉모습은 같습니다. 하지만 속사정은 정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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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합니다

DUTCH 검사에서 "코르티솔 수치가 높다"는 결과만 보고 무조건 부신 억제제를 쓰는 것은 반쪽짜리 처방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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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F 비율이 높다면? 부신보다는 갑상선을 치료하고 간의 해독(Methylation, Glucuronidation)을 도와야 코르티솔 정체가 풀립니다.

THE 비율이 높다면? 이것은 부신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 염증의 신호입니다. 숨어 있는 감염, 장 건강, 인슐린 저항성을 해결해야 몸이 방어 모드를 해제합니다.


호르몬의 '양(Quantity)'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대사의 '방향(Preferenc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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