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능의학 이원장입니다. 생리 주기에 따라 감정 변동이 심하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혹시 배변 활동도 주기를 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생리 시작 직전에 설사를 해요."
"배란기 즈음엔 배가 빵빵하고 가스가 차요."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닙니다. 생리기간에 나오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장운동을 활성화한다는 얘기도 일리 있지만 그것보다는 더 큰 부분이 있습니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자궁뿐만 아니라 장(Gut)과 뇌(Brain)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신호 전달자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생리 주기와 장 트러블(설사, 복통, 가스)의 숨겨진 연결고리,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히스타민과 세로토닌에 대해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몸의 신경계와 장 운동은 두 가지 호르몬의 '밀당(Push-Pull)'으로 조절됩니다.
짝꿍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 (Serotonin)
작용: 에스트로겐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합성을 늘리고, 수용체를 민감하게 만듭니다. 기분이 좋아지고 활동적으로 변하지만, 장 운동성(Motility)도 함께 빨라집니다.
결과: 장이 너무 빨리 움직이면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설사나 묽은 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짝꿍 신경전달물질: GABA
작용: 프로게스테론(특히 대사산물인 알로프레그나놀론)은 뇌와 장을 차분하게 만드는 GABA 수용체를 자극합니다. 근육의 긴장을 풀고 장 운동 속도를 늦춥니다.
결과: 배란 후 생리 전까지(황체기) 프로게스테론이 높을 때는 변비가 생기기 쉽습니다.
핵심: 건강한 상태라면 이 둘이 균형을 이뤄 배변이 규칙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균형이 깨지면 장은 혼란에 빠집니다.
이론적으로 황체기(생리 전)에는 프로게스테론 때문에 변비가 와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생리 직전 폭발적인 설사를 경험합니다. 그 이유는 '에스트로겐 우세(Estrogen Dominance)'와 '히스타민' 때문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장내 세균에 의해 장에는 히스타민이 생성됩니다. 건강한 장은 DAO(Diamine Oxidase)라는 효소를 분비해 히스타민을 분해합니다.
하지만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거나 분해가 안 되면, 에스트로겐은 장 점막에서 DAO 효소의 생성을 억제(Downregulation)합니다.
결과: 히스타민 분해 능력이 떨어져 장 내 히스타민 농도가 급증합니다.
히스타민은 장의 평활근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하여 급박한 설사와 복통을 유발합니다.
에스트로겐은 면역 세포인 비만세포를 직접 자극하여, 세포 안에 저장된 히스타민을 밖으로 쏟아내게(Degranulation) 만듭니다.
에스트로겐은 장에서 세로토닌을 만드는 효소인 TPH(Tryptophan hydroxylase)를 활성화합니다.
장에는 우리 몸 세로토닌의 90%가 존재합니다.
과도한 세로토닌은 장의 연동 운동을 비정상적으로 촉진합니다.
종합하면: 에스트로겐 우세 → ① DAO 효소 부족 + ② 비만세포 자극 → 히스타민 폭발 → 장 근육 경련 및 설사 (여기에 세로토닌이 불을 지룸)
가장 무서운 점은 이것이 악순환(Vicious Cycle)이라는 것입니다.
에스트로겐이 많으면 히스타민이 늘어납니다. (DAO 억제)
늘어난 히스타민은 다시 난소를 자극해 에스트로겐 생성을 촉진합니다.
결과: 에스트로겐 우세증이 심화되고, 장 트러블(설사, 복부 팽만)은 매달 반복됩니다.
이런 분들은 생리 전 증후군(PMS)으로 단순히 기분만 나쁜 게 아니라, 두통, 비염, 두드러기, 그리고 설사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히스타민 불내성'과 연관 지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다음과 같은 패턴이 있다면, 당신의 장 트러블은 '호르몬 불균형' 때문일 수 있습니다.
생리 시작 1~3일 전, 혹은 배란기에 설사가 잦다.
생리 전에 두통이나 비염 증상이 심해진다.
와인, 치즈, 초콜릿(히스타민 유발 식품)을 먹으면 증상이 악화된다.
생리 주기에 따른 장 트러블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내 몸의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이자, 히스타민 처리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경고일 수 있습니다. 에스트로겐 우세는 히스타민 불내증과 깊이 연관되며, 그 첫번째 신호가 바로 생리전 설사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