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

불명열, 자가면역질환, 지율신경계실조증

by Mia 이미아


2024년 9월 7일 토요일


신은 인간에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하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신은 나를 완전히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올해 답도 없는 병원을 자주 가서 그런지 마음이 참 힘들다.


나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진단명이 없으니 아픈 게 아니라는 식의 태도인 의사한테 뭐라 하고 내 편을 들어주는, 안타까워하고 아까워하는, 이유 없이 자기가 미안해하고, 내 몸보다 먼저 챙기는 그런 엄마.


서럽게 울었다. 눈물이 나지 않는 병이었는데 오늘은 서럽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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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30일 일요일


휴직을 한 지 한 달이 다 되었지만, 체온은 내려가지 않았다. A가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발열의 원인이 자율신경계 실조증일 수도 있대."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3년 전쯤,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과 ‘세바시’에서 봤던 지나영 교수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녀는 존스홉킨스대학의 소아정신과 교수로, 건강했던 자신의 삶이 갑자기 무너진 순간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 증상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나영 교수님은 건강하던 삶에 갑자기 찾아온 병이었지만, 나는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 늘 이와 같은 컨디션이었다는 것이다. 영상을 본 당시엔 병원비나 치료 과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실제 영상에서도 지나영 교수님은 부부가 의사인 본인도 수개월에 걸쳐 원인을 찾았으니 일반 사람들이 진단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저 내가 자율신경계 실조증일 수도 있구나 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땐, 지금처럼 일 년 넘게 체온이 매일 오르거나 걷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지는 않았으니까.





2024년 7월 1일 월요일


자율신경계 실조증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검색 결과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고, 정보를 찾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관련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았고, 대학병원에서의 검사는 비용이 5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든다고 했다. 이 검사를 받아보고 싶었지만, 금액을 떠올리니 엄두가 안 났다.


대학병원에 다시 가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검사 수치가 진단 기준에 못 미치면 내가 아픈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의사의 진료는 지난봄처럼 나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것 같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진단명이 아니라 고통의 완화일 뿐인데 말이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검색을 조금 더 하다 보니 인천에 있는 비교적 큰 병원에서 기립경사 테이블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찾았다. 가까운 곳이었고, 남편이 쉬는 날에 맞춰 예약을 잡았다. 일단 기립경 검사라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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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일 화요일


아침부터 날을 잡고 폭우가 쏟아졌다. 병원으로 가는 길은 우중충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따라 골반이 더 아프다. 검사 결과지와 내가 기록해 둔 증상들을 챙겨 왔다. 접수하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이 많은 기록을 꺼내 보며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미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데 이 병원의 신경과 교수님은 친절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안도하는 내가 조금 서글펐다.


기록을 자세히 보고 이야기를 나눈 후, 교수님은 내가 자가 면역 질환 검사를 아직 마치지 않았다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대학병원에 가서 더 자세한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립경사 테이블 검사를 진행했다. 침대에 누워 기립 자세로 변하는 동안,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 발이 발판에 닿아 무게가 실리자, 골반이 아파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검사 중에 결과가 제대로 나올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혈압은 누워 있다가 일어설 때 조금 떨어졌지만,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검사실에서는 이상하다는 듯이 검사를 여러 번 반복해서 진행했다. 이상은 있지만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였다. (통증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검사 후 다시 들어간 진료실에서 교수님은 자율신경계 검사는 기립경 검사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또한 검사받는 시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오늘 결과가 확실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같이 진행한 스트레스 검사 결과를 보았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은 2021년 처음 우울증 검사를 했을 때보다 훨씬 좋아졌고, 스트레스 저항도도 나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경계선에 있다는 말이 덧붙여졌다.


교수님은 더 큰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감염내과와 신경과 두 군데로 갈 수 있는 진료 의뢰서를 받았다. 받아 든 종이를 가방에 넣으면서도, 대학병원에 가야 할지 고민이 계속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검사를 받고도 답을 얻지 못했는지를 생각했다. 앞으로도 답이 없을 수도 있다. 비는 멎었지만, 골반의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비가 그쳤지만 얼마 동안이나 맑을지, 아니면 곧 다시 비가 올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