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상처는 어디로 가나요]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짧은 글로 남겨본다.
운전 중이었다.
창문 너머 오후의 빛은 조용했고, 차 안엔 네비게이션 음성만이 흘렀다.
나는 그냥 그랬다.
조금은 멍했고, 조금은 살아 있었다.
룸미러 속, 뒷차의 운전석에 사람이 있다.
분명히 낯선 사람인데 그 옆선 하나가 왠지 모르게 숨을 턱 막히게 했다.
낯익은 실루엣.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런 감각.
그 순간 나는, 그 사람을 떠올렸다.
아빠.
아니, 아빠였다.
이미 죽은, 얼마전 장례식이 끝났던.
심장이 떨어졌다.
익숙하고도 낯선 그 실루엣.
피부 밑 어딘가가 억눌린 채 터질 듯 떨려왔다.
바닥에 내리꽂히듯 모든 것이 텅 하고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열세 살 즈음부터 몸에 기억하게 된 상처의 모양이었다.
입에도, 손에도 담을 수 없는 고통을 남긴 사람.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가슴 속에서 기묘한 바람이 일었다.
숨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목에서, 눈에서, 심장에서 부유했다.
급히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핸들에 고개를 파묻었다.
열일곱 살부터, 나는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배웠다.
하루 2~3개의 아르바이트와 매니큐어 뚜껑을 조립하고
자동차 손잡이도 만들어가며 집세를 냈다.
그리고 세상과 타협하는 대신 나를 지켰다.
스스로 지켰는데, 이렇게 한번에 무너짐을 느꼈다.
그 사람은 내 아빠였다.
나와 오빠를 두고 떠난 사람.
아니, 떠나기 훨씬 전부터 이미 내게서 사라진 사람이었다.
반년 전, 연락을 해왔다.
아프다고, 미안하다고, 돈이 없다고
그리고 두달이 되기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밥을 먹고 있던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자리에서 밥을 끝까지 먹었다.
그리고 준비된 장례식장을 망할 호적때문에 끝까지 지켜야했다.
하지만 오빠와 나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마음이 무감해진게 아니라, 이미 다 울어버린 슬픔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사람이 남겨두고 간 집에서 함께 살던 여자와 그 자식들은 정말 그 사람의 아이처럼 울었댔다.
그 장면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곳에서만 그는 ‘진짜 아빠’였던 것 같았다.
나는 생각했다.
그 사람이 죽으면 내 우울도, 내 공황도 사라지겠지.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죽었지만, 유령처럼 내 안에 남았다.
룸미러 속에서,
계단 틈에서,
고요한 밤의 뒷머리에서.
그 사람은 아직도 나를 쫓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감각은 분명했다.
언젠가 없어질까 싶었지만 그 유령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사라졌지만 나는 여전히 그의 잔향 속에 남아 있었다.
나는 지금도 묻는다.
저도 이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언제쯤 제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져주실래요?
하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저 고요만이 내 곁에 앉아, 오늘도 유령을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