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탐구토끼 Jan 08. 2017

내 방 탈출은 어려워도, 이 방탈출은 재밌다.  

#아주 특별한 스물여섯번째 취미이야기_방탈출

안녕하세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그간 이것저것 일이 많아서 브런치에 한동안 뜸했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해를 넘겨버리고 저는 1살을 더 먹었네요...으아아

현업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분들 존경합니다. ㅠㅠ

그동안 저는 또 지치지 않고 새로운 취미를 개발했는데요.. 하나는 드럼이고, 또 하나는 오늘 소개할 방탈출입니다. 둘 다 너무너무너무 재밌어서 이걸 꼭 글로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오늘에 이르렀네요. 게으른 나 나쁜 나.

그런고로 드럼에 대해서도 언젠가 따로 다루려고 하지만, 이번 글은 방탈출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방탈출이라 하면 생소해하실 분도 많으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방탈출카페로 더 잘 알려져 있죠. 카페라고 하면 커피나 차를 홀짝이며 담소를 나누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방탈출카페는 그런 의미와는 다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제한시간 (보통 1시간입니다) 안에 들어간 방을 탈출하는게 목적인데요, 각 방마다 특별한 테마가 있답니다. 조금 더 자세하고 쉬운 이해를 위해, 지금부터 그동안 숟한 방탈출 카페를 들락날락거리며 방탈출을 해왔던 제 경험을 토대로, 방탈출을 하는 과정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해보겠습니다.


1. 친구랑 최근 핫하다는 방탈출카페에 가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고, 괜찮다는 방탈출카페를 점찍었다. 헿 너무나 설렌다. 먼저 다녀온 다른 친구의 말에 따르면 예약은 미리 하고 가는게 좋다니,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온라인 예약을 하기로 한다.


2.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다양한 테마의 방이 있다. <도서관 살인사건>, <비밀의 사원>,  <화이트 룸>, <해적선의 숨겨진 보물>, <과학수사대 csi> 5개 방이 있다. 어떤 방으로 할까 고민고민하다, 최근 재미있게 본 추리소설을 연상시키는 <도서관 살인사건> 으로 선택! 예약가능한 시간대 중, 저녁을 먹고 가기 딱 좋은 시간대인 저녁 7시 반 타임을 선택했다. 예약금을 이체해야지 예약이 확실히 완료된다고 팝업이 뜬다. 예약금 2만원까지 선입금 완료!


3. 친구와 기분좋게 저녁을 먹고 드디어 방탈출카페에 도착. 들어가기 전 방 안 장치 설명 및 주의사항 안내를 위해 예약된 시간 10분전까지 와달라는 방탈출 측의 문자를 받아 시간에 맞게 딱 도착했다.  활기차 보이는 점원 분이 오셔서 상큼하게 설명을 시작. 요렇고 저런 자물쇠를 푸는 방법을 듣고, 스포일러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한 후, 안대를 쓴 후 점원의 안내를 받아 어느 방에 안내 된다. 점원은 상큼한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진다. "여러분은 탐정이 되어, 도서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 실마리를 찾아 방을 탈출하는 테마에요! 그리고 방탈출은 머리로 하는 거지 힘으로 하는 게 아니랍니다. 꼭 무력을 써서 기물파손하시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오호호호. 이번엔 그런 일은 없겠지요? (매서운 시선) 제가 나가고 나서 방탈출을 시작하시면 됩니다. 방탈출 성공하세요오오!!" 


4.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안대를 벗으니, 그 곳에 있는 것은 도서관. 마치 실제 도서관에 온 것처럼, 방 전체에 서가와 책이 가득하다. 점점 스토리 상의 탐정에게 감정이입하는 나를 느끼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본다. 앗 이 책이 수상해. 저 서가도 수상해. 저 책상도 수상해. 방 전체가 다 수상하다. 하지만 딱히 수확은 없이 기웃거리다 보니 벌써 5분이 지나있다. 마음이 급해지려는 찰나, 다른 구석을 기웃거리던 친구가 뭔갈 찾았다며 소리친다. 역시 친구는 관찰력 좋은 애랑 사겨야 해. 허구한 날 서로 맹하다고 구박했던건 잊고 친구를 칭찬하며 달려간다. 



5. 친구가 발견한 것은 어느 서가 뒤에 돌돌 말려있던 종이. 종이를 펴보니 삼지창 문양과 함께 숫자가 나열되어 있다. 이건 무슨 뜻이지. 도서관에서 쓰는 암혼가..? 도서관에 가서 열공하는 대신 술이나 퍼마시러 다니던 지난 인생을 반성하며 동공을 떨던 와중, 또다른 삼지창 문양을 포착했다. 옆 선반 서가에 똑같은 문양이 그려진 책이 있다! 뜻하지 않은 발견에 친구와 열광하며 책을 집어들고 살펴본다. 같은 문양이 있으니, 이 책과 종이가 뭔가 관계가 있을것 같은데..? 미간에 주름을 잡고 어떻게든 두 단서를 연결지어보는 중, 갑자기 친구가 뭔가 깨달은 듯이 말한다. "이 숫자들! 책 페이지랑 단락, 그리고 글자 순서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 세상에. 내 친구가 이렇게 똑똑한 애였다니. 그동안 그의 지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내 자신을 탓하며, 친구가 불러주는 숫자에 맞는 글자를 찾아 적어내려간다. "해", "답", "은"... 오오 문장이 나온다. 문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해답은 금색 서가에 있다. 책의 위치를 주의하라. 


소오름. 

처음으로 방안에 숨겨진 단서를 찾아 푼 기쁨에 척추가 찡하다. 

다시 도서관을 둘러보니, 확실히 다른 서가와 달리, 한 칸의 서가만 금색으로 칠해져 있다. 꽂혀진 책은 모두 8권. 책의 위치를 주의하랬는데, 책의 위치가 뭔가를 암시하는 건가? 책의 제목을 살펴보니 각각 "꽃을 재배하는 방법", "성경", "영어사전" 등 서로 별다른 연관성이 없어보인다. 책이 꽂힌 순서를 한참 들여다보고, 책을 옆으로 눕혀보고 탑을 쌓아보고 별 짓을 다해도 뾰족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점점 열이 받던 와중, 결국 옆에서 같이 고민하던 다혈질 친구가 성질대로 책을 다 서가에서 쓸어버린다. (※ 방 안의 소품을 함부로 다루면 안됩니다.) 저런 무식한... 라고 생각하는 순간, 책이 놓여진 바닥에 각각 문양이 새겨져 있는게 보인다! 이...이 친구..... 다혈질인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문양을 살펴보니 십자가, 알파벳 A, 꽃 문양 등 8개 문양이 책이 놓인 각각의 자리에 새겨져 있다. 문양을 살펴보니 바로 머리를 스치는 생각! 이 문양들은 각 책의 제목과 관련이 있다! 각각의 문양에 대응하는 책을 찾아, 다시 책의 순서를 재배열하니, 갑자기 딸깍! 소리와 함께 우리가 서 있던 서가의 바로 뒤의 서가인줄만 알았던 곳이 열리며, 비밀의 문이 나타났다! 


6. 그리고 펼쳐진 신세계... 뚜둔. 


창작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뭔가 애매하게 끝맺은 기분이네요. 상상력과 필력의 한계로...죄송합니다.  

제 새로 생긴 꿈 중의 하나가 언젠가 방탈출 시나리오 작가가 되서, 제가 짠 스토리와 트랩들로 이루어진 방탈출 테마를 제 눈으로 보는 거였는데... 단서랑 테마 하나 짜는데도 엄청 힘드네요...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걸 느낍니다. 


어찌되었든, 방탈출을 위해 방에 들어가시게 되면 대략 위와 같은 상황을 마주치게 됩니다. 굉장히 압축해서 표현했지만, 실제로 "숨겨진 방" 을 찾기 위해서는 서로 이어지는 꽤 많은 단서를 찾아야 합니다. 방에 따라 숨겨진 방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고요. 


또 단서와 실마리를 얻는 과정도 생각보다 굉장히 최신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처음에 친구들과 방탈출을 갔을 때, '기껏해야 종이에 적힌 문제를 풀어서 자물쇠를 푸는 정도겠거니' 하고 갔는데,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왔습니다. 예를 들어, 크게 함성을 세 번 지르면 문이 덜컥 열리는 경우도 있고, 컵을 어느 특정 장소에 놓았더니, 불이 꺼지며 방 전체에 신비한 문양이 뜨는 경우도 있고... 상상외로 최신 설비들이 많아서 놀란 구세대 20대였습니다... 


혹시 도저히 실마리를 못 찾겠다 하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대부분의 방탈출 업체에서는 힌트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답니다. 업체마다 다소 차이는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3번의 힌트까지 사용할 수 있답니다. 인터폰이나 벨, 노트북 채팅 등을 사용해서 모르는 문제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이상 쓰고 싶다면 쓰게는 해주지만 그렇게 해서 탈출한 경우는 방탈출 성공으로 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죠. 


가끔 방의 설정에 과하게 심취해서 시간 안에 못나가면 진짜 큰일 나는 줄 아는 분들이 있습니다.ㅋㅋㅋ 제 친구의 경우, 언제 한 번 같이 방탈출을 하러 갔는데, 방탈출 테마가 어디의 범죄자들에게 인질로 잡혀서 1시간안에 탈출하지 않으면 인질범들이 돌아와버린다..! 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플레이하고 있는데, 이 친구는 정말 필사적으로 1시간안에 탈출할려고 하더군요... 실마리가 안 풀릴 때마다 못 나갈것 같다고 너무 무서워하길래ㅋㅋㅋ탈출 안해도 인질범 말고 점원 분이 와서 그냥 문 열어주니까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습니다. 여러분도 걱정 말고 플레이하세요. 그래도 몇몇 공포테마의 방은 진짜 무서우니까 심장 약한 분들은 조심하시고요... (당한 1인) 


요즘 방탈출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전국 각지에 방탈출 업체가 생기고 있습니다. 각 방탈출 업체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는데, 이를 포스팅하거나 리뷰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불가능합니다. ㅠ 방탈출 업체의 입장에서는 스토리와 트랩을 푸는 과정 그 자체가 일회성 상품이기 때문에 이를 자세히 포스팅하거나 리뷰하면 방탈출 업체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보게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모든 방탈출 카페에서는 방을 들어가기 전, 절대 스포일러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약을 하고 들어가야 한답니다. 결국 가장 좋은 건 먼저 경험해본 지인의 추천을 받는 정도겠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방탈출 테마들의 경우, 각 단서와 실마리가 서로 긴밀하게 이어져 있고, 또 단서에 기반해서 추론해서 나와야 하는 답이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 걸 선호합니다. 가끔 어떤 방탈출카페에 가서 플레이하다가 도저히 답을 모르겠어서 힌트를 사용하면, 너무 생뚱맞은 방법으로 추리를 해야 도출할 수 있는 답이었던 경우가 있어, "읭?!" 한 경우도 많습니다. 또 여기에 더해 설비까지 최신식이고 신선하면 더욱 재미있겠지요. 


최근에는 10대, 20대의 친구들이나 연인들뿐만 아니라, 가족끼리 방탈출에 도전하는 사례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주말에 멀리 가기엔 부담스럽고, 아이들과 특별한 추억을 쌓고 가족간의 단결력을 높이고 싶은 경우에도 방탈출은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은 업체마다, 그리고 방에 같이 들어가는 인원 수마다 다르지만, 대략 1인당 만원~2만 5천원 사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한두명의 적은 친구와 함께 방에 들어가는 걸 선호해서 보통 만 팔천원에서 2만 2천원 정도를 냈습니다. 



이번 주말, 한가한 오후, 신선한 걸 찾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어느 날, 방탈출에 도전해보는 건 어떠신가요? 일상에서 쉽게 맛보기 어려운 1시간 동안의 짜릿함을 즐길 수 있을 거에요! 방탈출에 다녀와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는 후기가 많아지길 기대하며, 2017년 첫 글을 마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아두이노, 당신도 기계랑 놀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