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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구토끼 Sep 17. 2016

아두이노, 당신도 기계랑 놀 수 있다

#25 아주 특별한 스물다섯번째 취미이야기_아두이노

 “기계” 하면 윽 소리가 나올 정도로 기계치인 분들 계신가요? 반갑습니다. 제 동지시네요. 그 동안 제 손에 걸린 기계는 모두 길어야 3년 내에 명을 달리했죠.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당연한 듯이 문과로 진학한 저는 평생 기계와는 인연이 없을 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목을 받는 취미 중에 누구나 취미로 즐길 수 있는 기계, 아두이노가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람 반 의심 반, 그리고 호기심까지 첨가해 조사해 보았습니다. 아두이노를 사용해서 만들 수 있는 제품은 그야말로 다양했는데, 어렵고 복잡할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어린 아이라도 따라서 금방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비전문가도 쉽게 프로그래밍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아두이노에 대해 <아두이노, 상상을 현실로 만들다>의 공동저자 이준혁 씨께 여쭤 보았습니다.   



   

아두이노란 무엇인가요 

아두이노의 기본 원리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기가 흐를 때의 기본적인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학생 시절 과학 과목을 들으면서 배웠겠지만, 오래 되어 잊어버린 독자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전기를 물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집니다. 시원하게 떨어져 내리는 폭포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이는 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기는 전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건전지의 볼록 튀어나온 (+) 극은 높은 곳, 평평한 (-) 극은 낮은 곳이고, 그렇기에 전기는 (+)극 에서 (-) 극으로 흐릅니다. 만약 두 장소의 전압이 같다면, 높이가 일정한 평평한 바닥에 있는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있듯이, 전기도 마찬가지로 흐르지 않습니다. 


아두이노는 바로 이 전기의 흐름을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제어하는 기기입니다. 아두이노의 본체를 보면 작은 칩처럼 생겼는데요, 그 중 LED 전구 같이 전기로 작동하는 기기를 다수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앞에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제어한다” 라는 구절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단순히 연결된 기기에 전기가 흐르거나 흐르지 않게 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전기가 어떻게 흐르게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아두이노와 컴퓨터, LED를 연결한 뒤, 컴퓨터로 A 버튼을 누르면 그때야 전기가 LED전구에 흘러 전구에 빛이 켜지도록 하는 세밀한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전기를 흘려 보내 LED 전구를 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조건 하에 구체적인 기기에 전기가 흐르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명령을 내리는 작업은 아두이노와 연결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가능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감을 잡기 어렵지만, 아두이노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앞에서 예로 든 버튼을 눌러 LED 버튼을 켜는 건 지극히 간단한 작업입니다. 이 원리를 응용해서 프로그래밍을 짜면, 핸드폰으로 조종할 수 있는 RC 카, 음악을 들려 주면 음역의 높낮이와 음압의 세기에 반응해서 각자 다르게 빛나는 LED 전구들, 세게 누를수록 빛이 강해지고, 약하게 누를수록 빛이 약해지는 휴대등 등 응용하기에 따라 천차만별의 기능 혹은 기능을 가진 물건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아두이노로 만들 수 있는 음악을 듣는 옷, 게임기, RC 카


해외에서는 취미 활동과 관련해서도 아두이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요, 특히 요리를 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고 해요. 수비드 요리법이라는 물에 삶아서 요리를 하는 기법은 물이 끓는 정확한 온도와 시간을 세심하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두이노를 사용하면 요리하는 사람이 하나하나 신경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요리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훈제 연어를 만들 때도 스모커 기계에 아두이노를 통해 일정 온도에 달하면 불이 차차 약해지도록 명령을 해, 다른 일을 하다가도 맛있는 훈제 연어를 먹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과 창의력인 셈이지요.      


아두이노,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여기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밍으로 아두이노를 통해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했는데, 저는 기계 쪽에는 문외한이라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모릅니다. 그러면 아두이노도 할 수 없는 게 아닌가요?’ 저도 같은 질문을 이준혁 씨께 드렸는데요, 이준혁 씨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저도 문과였어요.” 문과를 나와 특히 기계 쪽에 자신이 없다는 제게 이준혁 씨가 한 대답입니다. “대학에서 기계와는 전혀 상관 없는 전공을 공부했지요.” 호기심이 생겨 어떻게 아두이노를 알게 되셨는지 여쭤봤습니다. 이준혁 씨는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이준혁 씨가 직접 만들어 즐기는 IT, 메이커와 아두이노를 접하게 된 건 생각치도 못한 인연의 흐름 덕분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한참 구하던 학생 시절, 마침 한 금융사에서 액셀고급자를 우대한다는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이준혁 씨는 액셀 지식이 없는 상태로도 무작정 지원해서 며칠간 밤을 새며 액셀을 달달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액셀을 도와주며 공부하다 보니, 액셀로 프로그래밍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마침 이전부터 프로그래밍으로 주식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은 지라 그때부터 무섭게 프로그래밍에 빠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연히 한 IT 회사에 연이 닿아 더욱 다양한 프로그래밍을 접하게 되었고, 타 분야에도 관심이 생겨 여기 저기 수업을 찾아 듣던 도중 현재의 대표님을 우연히 만나 스타트업 “매직에코”에 동참한 후 아두이노를 접하게 되어 동영상 강의를 촬영하고,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아두이노에 관한 출판까지 하게 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준혁 씨는 아두이노를 배우기 위해서는 세세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이준혁 씨는 요리를 예로 들어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떡볶이를 만들려고 할 때 어떻게 하나요? 가래떡의 성분과 떡볶이에 들어가는 재료가 섞이면서 발생하는 화학 작용, 깔끔하게 떡을 써는 정확한 방법에 대해 모든 공부와 조사를 마친 뒤 떡볶이를 만드나요?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간편하게 조리법을 보고도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 수 있을 거에요. 아두이노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래떡의 성분에 대한 심도 깊은 지식이 있다면 확실히 떡볶이를 만들 때 보다 도움이 되겠지만, 그저 간단한 레시피를 따라하다 보면 내 입맛에 맞는 떡볶이를 요리하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는 것처럼, 아두이노 역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심오한 지식 없이도, 가이드라인을 따라 하다 보면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게 됩니다.

 

이준혁 씨는 프로그래밍 경험이 전혀 없는 성인이라도 길어야 3시간이면 모두 쉽게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처음부터 무언가 대단한 기능이 있는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일단은 책이나 강좌 등 지침에 나온 대로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렇게 단순한 작업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수록, 감이 붙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도 시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두이노, 특별하게 즐겨요 

다음은 아두이노 조작 및 아두이노 관련 지식을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 스크래치 X : 따로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이 없이도 각 블락 안에 있는 명령어에 원하는 말을 써넣고, 블락을 서로 연결시켜서 간단한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ODIY 에 스크래치 X 사용법 강의도 올려져 있답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0Vl139pNHbfljYMAzZpWtJEyZMtHkjua)

- 유튜브 채널 ODIY 한국과학창의재단 : 아두이노 관련 다양한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습니다. 단계 별로 차근차근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들으며 조립해 갈 수 있어 영상을 보며 따라하기만 해도 독학이 쉽습니다.  

- Learn code.org (https://code.org/learn) : 인기 영화 스타워즈에 나온 등장인물들과 함께 간단한 코딩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사이트. 

아두이노는 그 성능 및 출시 시기에 따라 가장 초기 버전인 우노(UNO), 듀 (DUE), 트레(TRE) 3가지 버전이 있는데 이탈리아어로 1,2,3 이라는 뜻이랍니다. 최근에는 인텔사에서 “아두이노 101” 이라는 작은 크기의 모델도 정식 출시했습니다. 아두이노의 가격은 2~4만원 선으로 굉장히 저렴한 편입니다. 한가지 팁을 알려드리자면, 아두이노를 구매할 때는 해외 사이트인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사면 배송비도 무료인데다, 국내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아두이노 외에도 라즈베리파이라는 기기가 있는데, 이 기기는 아두이노 보다 성능이 더 위인, 작은 컴퓨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라즈베리파이에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를 연결하면, 컴퓨터 본체에 연결한 것과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답니다. 파일을 다운받거나, 동영상을 보거나, 티비에 연결하거나, 문서 혹은 프로그램 작업을 하거나 로봇도 만들고 작곡까지 할 수 있는, 초소형 컴퓨터입니다. 라즈베리 파이 역시 국내 가격이 4만원~5만원 선으로 굉장히 저렴한 편입니다. 


집 안에서 이런 저런 기기를 쌓아두기 부담스럽지만, 밖에서 즐기기에는 공간이 마땅치 않은 분들은 일반인들에게도 열려 있는 공용공간인 “메이커 스페이스” 를 찾아 보세요. 현재 전국에는 총 58개의 메이커 스페이스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 메이커 스페이스에 가면 IT 메이커에 관심이 많은 다른 멤버들과 교류를 하며 새로운 지식도 쌓을 수 있고, 집에서는 쉽게 구하지 못하는 3D 프린터나 용접기기, 재단 기기 등 전문 기기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답니다.      


기계와 기계, 기계와 프로그래밍을 접합해 나만의 IT 기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면, 첨단 IT 시대에 걸맞는 취미를 가지고 싶다면, 기계를 이리저리 만지며 일상에 새로운 기능과 즐거움을 추가해 보고 싶다면, 겁먹지 말고 아두이노에 도전해 보세요. 어느새 나만의 아두이노 레시피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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