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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May 06. 2018

전자책 플랫폼을 활용해 독자를 늘리겠다는 과감한 발상

출판계 동일성은 유지하며 기술을 지원역으로 활용하자

셀러브러티(Celebrities)를 광고에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사견으로는, 마케팅 담당자들의 업무 상 고충 때문이다. 


마케팅의 여러 가지 방안들, 즉 판매 촉진(Marketing)의 여러 가지 방법들 중에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은, 인간의 매개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 주위에 누군가가 있다.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신뢰도는 높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신뢰도 역시 높다. 그가 어느 날 A 브랜드의 신상을 착용하고 나타났다. 신상에 대한 주위 반응은, 대상의 신뢰도와 무관하게, 시선을 잡는다. 마케팅 용어로는 노출이다. 대상 인원과 친한 사람들이 그에게 접근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 신상에 접근한다. ‘친한 사이’는 사람들마다 설정된 상대와의 거리감이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익숙하지 않은 신상, 즉 상기 및 비상기 매체(여기서는 신상의 외모나 외형적 특징)를 통해 신상의 정체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 신상에 대한 질의가 시작되고 이어진다. 상기 및 비상기 매체를 통해 신상의 정체를 아는 경우, 세부적인 신상 선택 이유에 대한 질의가 이어진다. 선택 이유란, 신상의 장점을 묻는 행위다. ‘너는 그 신상의 어떤 매력에 끌려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했어?’라고 다양한 질의를 함축할 수 있다. 대중이 지식은 얕지만 까다로운 이유는 ‘오!’하고 접근하지만 쉽게 구매를 하지 않고, 신뢰도 높은 사람이 말하는 장점에 공감할 경우 ‘따라 구매’가 실현된다는 점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점은, 신상의 장점은 둘째로 치고 ‘그 사람에게 어울려 보인다’는 계기로 ‘나에게도 어울릴 것이다’라는 스스로의 확신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돌리면, 자신이 좋아하는 셀러브러티 혹은 싫어하지 않는 셀러브러티가 착용하고 사용하는 상품이 셀러브러티와 어울릴 경우 셀러브러티 자리에 자신을 투영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 순간, 어울린다는 확신이 들면 이는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지갑과 상의한 후 최소 약간 무리해도 구매 가능이라는 범위로 합의가 도출되면 구매가 발생한다. 합의에 실패하면 동일 혹은 유사 상품(동일 혹은 유사 효과)를 구매할 다른 채널을 찾는다. 최근엔 다양한 유통망이 운영되고 있어서 이 역시 구매 가능성을 충족한다. 


상기 ‘신뢰감 높은 사람으로 타인의 구매에 영향력이 높은 사람’을 마케팅에서는 인플루언서(influencer; 영향력 있는 사람)라고 칭한다. 마케팅에서 사람을 매개로 판매 촉진 활동을 할 때, 자사 브랜드에 우호적인 인플루언서를 확보하는 일은 억 단위의 광고를 제작 게시하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고 노력이 많이 든다. 그러나 그런 인플루언서는 쉽게 마케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어느 대학교의 어느 학과에 있을지, 홍대 앞 어디에 있을지 식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차선책인 셀러브러티를 활용한다. 우리는 ‘A 모델의 판매 촉진 영향도가 높다’라는 말을 듣는다. 마케팅 조직이 모델을 선택할 때, ‘대중에게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으며, 참여 프로그램의 시청률(반응률)이 높은 주목도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 최근엔 인스타그램 등 비주얼 요소가 포스트의 필수적인 요소가 된 소셜 미디어 매체 혹은 동영상 매체에서 인플루언서를 찾을 수 있다. 팔로워 수, 조회 수, 좋아요 수, 덧글 혹은 댓글 수 등 디지털 데이터도 게시되어 있다. 따라서 억 단위의 광고를 제작하기 보다, 마케팅에 활용할 상품을 협찬하고 그가 착용 혹은 활용하는 비주얼 포스팅을 얻는다. 물론 자신의 팔로어(follower)에 기반한 홍보 활동에 대한 대가도 지불되지만 대부분 총 광고 제작 및 게재 비용보다 낮다. 디지털이 대중의 라이프 사이클(lifecycle) 및 라이프스타일(lifestyle)과 연결(connected) 되면서, 인플루언서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간혹 디지털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외 인기만을 활용해 마케팅에서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사례도 발견하지만, 영리하고 지혜로운 마케터들은 동종 분야 디지털 인플루언서(digital influencer)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을 출판계도 독자(buying and then reading person 혹은 renting and then reading person)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방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출판계에서의 인플루언서 선정 및 활용 방식은 약간 다르다.


출판계의 셀러브러티는 단연 사회적 명사들이다. 교수님, 작가님 등 지적인 인물(계열에 무관하게) 중 대중의 관심을 받는 명사들의 서재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 출판계의 방식이다. 다시 말해서, ‘지적인 명사’의 서재 안에 있는 책을 노출하여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출판사가 활용한다기 보다 다양한 서적을 유통하는 유통망 혹은 포털 사이트에서 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출판사는 이에 협업하는 포지셔닝(positioning)을 전개한다. ‘따라 구매’를 유발하는 이러한 마케팅 방법은 한계가 있다. 첫째, 자사 주력 서적과의 매칭이 약하고 고전으로 국한될 수 있다. 둘째, 동일 서적의 반복 노출로 다양한 서적 노출력이 낮다. 셋째, 명사별로 ‘따라 구매’ 유발력에 차이가 있다. 


세상은 이제 정보와 인간의 연결(connected)로 선호 혹은 기호가 다양화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가 탄생하므로 출판계는 베스트셀러 탄생을 지향하는 마케팅 활동을 변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출판계를 혁신하는 방법을 제시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직접 책을 팔겠다는 것인가?


사업의 성과, 즉 매출 및 수익의 발생을 인과율(너무 거창한가?)로 추정을 하면, 누군가의 감동을 충족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사업의 성과는 발생한다. 감동은 상품(제품 및 서비스)이 가진 매력 자체이다. 문제 해결은 상품(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상품의 매력에 포함시킬 수도 있겠지만, 감동은 다른 부분이다. 감동은 이미 알고 있거나 자각하지 못한 즐거움을 객체 혹은 타인이 충족했을 때 발생한다. 우리가 ‘중독’을 걱정하는 대상들이 여기에 포함되며, ‘선호 혹은 기호’가 지배하는 세계가 여기에 포함된다. 예를 들면, 게임, 보이 혹은 걸 그룹, 배우, 방송 프로그램(예능 및 드라마) 등 감동을 준 객체 혹은 대상에 대한 재방문율(retention)은 상당히 높다. 감동을 주는 객체 혹은 대상은 본래의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형태로 파생되어 거대한 성과를 이룬다. 트래픽 유도 능력을 통해 광고, 공연(행사) 등이 그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는 약간 다르다. CD-ROM 혹은 DVD-ROM은 문제 해결 방법을 창의한 사례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1.5MB 플로피 디스크보다 GB(기가바이트) 단위의 저장 매체가 더 매력적이다. 인간이 거주하는 공간 내 보관 공간이라는 한계를 해결하고, 대용량 데이터를 한 매체에서 로드(loading) 할 수 있으며, 저장 가능 기간(저장된 매체에서 이상 없이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는 기간)도 길어졌다. 대형 마트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식자재, 일상 소모품, 가전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상품을 한 장소에서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시간별, 시즌별, 행사 단위 할인 활동은 판매를 촉진한다. 한 장소에서 구매 가능하다는 점은 바쁜 사람들에게 시간 절약이라는 장점을 제공한다. 온라인으로 구매할 경우 쇼핑 소요 시간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다. 집으로의 배송도 해결해 준다. 단지 ‘지금 당장 배송’만 요원하다. 옴니 채널이라고 온 오프라인을 동일화 한 판매는 오프라인 접근을 하지 않아도 매장 할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품 수급 범위도 거주 인근 매장을 넘어서 넓어진다.


사업적 성과를 거두는 출판계 사례로 일본 주간 만화 ‘점프’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독자에게 지속적인 감동을 주기 위해 2 가지 방법을 활용한다. 첫째, 유능한 편집자의 육성 및 성장을 통해 감동을 주는 작품을 발굴하고, 이를 편집 회의에서 게재 여부를 결정한다. 이 결정은 또 두 가지로 나뉘는데, 확신이 있는 작품은 연재로, 경쟁을 통해 단편으로 실험을 한 후 연재로 결정한다. 이는 기성 인기 작가의 새 작품에도 적용된다는 점이 무섭다. 둘째, 고객의 반응을 수집하고 이를 연재 개시 혹은 지속 여부에 반영한다. 독자들에게 평가 점수 표시 및 의견 게재 매체를 제공하고 이를 수신하여 통계를 낸 후 그 반응에 따라 연재 여부 및 연재 지속 여부 결정에 포함한다. 정리하면, 고객의 감동을 편집자-편집 회의-공모전-독자 반응을 연결하여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영역은 크게 주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독자의 의견, 편집 회의의 중합적 판단, 그리고 경쟁(다양한 평가 방식에서의 성과)을 통한 게재 작가의 선택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문제(필요)를 해결(충족)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주목할 부분은 컨텐츠의 파생 상품을 통해 하나의 컨텐츠로 둘 이상의 수익을 획득하는 것이다. 내가 조사한 범위에서는 파생 상품이 가능한 작품만 연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컨텐츠 파생은 소위 말하는 ‘원 소스-멀티 유즈(One source-Multi Use)’이다. 국내도 인터넷 컨텐츠의 사업성이 대두될 때 그 특장점으로 꼽은 것이 이 원 소스-멀티 유즈이다. 물론 숨겨진 말은 ‘주목받는 컨텐츠에 한함’이라는 말이다. 최근 소설이 영화화되고, 웹툰이 드라마, 영화화되는 예가 국내에서도 행해지고 있다. 저작권을 가진 원작자는 이를 통해 주간 연재의 월 정산 비용보다 큰 저작권 수익을 거둘 수 있으며, 이를 매니지먼트한 출판사 역시 활동 수익을 거둔다. 만화 원피스의 작가가 전체 일본 만화 작가 중 수익 Top을 달리고 있다는 외신이 있었다. 그가 한 일은 만화 ‘원피스’를 20년 넘게 주목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창작한 일이다. 주간 연재를 모아 단행본으로 판매, 소장의 욕구를 충족한다. 만화 원피스는 TV 애니메이션으로 여전히 새로운 시즌이 나오고 있으며,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지고 있다. 원피스 캐릭터를 매개로 액션 피겨, 캐릭터가 인쇄된 다양한 상품들이 유통되고 있으며, 홍대 앞 등에는 원피스 카페도 등장해서 극중 캐릭터들이 먹고 마신 음식들을 체험할 수 있으며, 그들이 탐험에서 동료처럼 아끼는 배 선두에도 오를 기회를 제공한다. 원작이 해외로 유통되면서 파생 상품 역시 해외로 유통되고 있다. 정리하면, 주간 연재 대가, 단행본 출판 대가, 애니메이션 등 변환 상품 대가, 라이센스 판매 대가 등으로 저작권자 및 저작인접권자의 국내외 수익 채널을 정리할 수 있다. 컨텐츠 사업을 지향할 이유로는 충분한 사례이다. 우리에게는 먼 사례이긴 해도, 작품 중에는 음성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로 제작되어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컨텐츠의 매력을 기반으로, 2D 이미지를 캐릭터가 움직이는 동적 영상으로, 캐릭터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라이센스 상품으로 변환 판매하고 있다. 감동(컨텐츠의 매력)과 문제 해결(일상을 벗어난 즐거움)을 충족한 대가 치고는 꽤 크다. 물론 일반화할 사례는 아니다. 원피스의 뒤를 잇는 2위 작품과는 억 단위의 수익 차액이 있다. ‘고객 감동’을 지향한다는 선언이 내외부에 울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문제 해결보다는 감동(즐거움 충족)이 사업적 수익 규모는 더 크다. 이 역시 일반화할 수 없는 판단이다.


이제 이 글을 쓴 이유로 다시 돌아간다. ‘전자책 플랫폼을 활용해 독자를 늘리겠다’는 주제로 돌아간다. 전자책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든 작든 늘어나고 있다. 적어도 스탠드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장비 용량에 따라 수십 권에서 수백 권을 보유할 수 있다. 구매 외에도 정액제를 통해 대여해서 읽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전자책을 병행 이용하거나 전자책으로 완전히 돌아선 사람들이 발견한 계기는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자책의 특장점은 ‘읽기’와 ‘보유’에 국한되어 있다. 상기 일본 주간 만화 점프의 시스템은 오프라인 기반이다. ‘독자 엽서’를 통한 독자 의견 청취이다. 최근 온라인을 통한 출판 및 의견 청취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전환 과도기이다. 내가 주목한 전자책 플랫폼의 범위도 시작은 이와 동일하다.


일부는 웹툰 및 웹 소설 영역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1회는 무료, 이후 신작에 대해서는 유료의 체계가 범용 되고 있다. 포털의 웹툰 및 웹 소설 섹션을 출판 영역으로 본다면 전자책 플랫폼의 초기 모델은 구현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동을 만들기 위해 제출된 작품(컨텐츠)를 여과하고 여과하는 과정에서 편중된 경향을 보인다. 로맨스, 판타지, 개그에 편중된 출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글의 목표 범위는 소설, 에세이, 시 등 순수 문학도 포괄하고자 한다. 너무 과감한가? 순수 문학 세계에 비즈니스라는 순수하지 못한 기운을 끌어들인다고 생각이 드는가? 비즈니스를 접목했을 때 순수 문학의 순수함이 더럽혀진다 혹은 제한된다 생각이 되는가? 유망하다 판단되어 출판했으나 판매가 저조하면 후속작은 요청하지 않는 현재의 체계면 순수 문학은 더럽혀지지 않는가?


나는 창작의 아마추어이다. 그래서 이 글을 포함해 부족한 부분이 많아 이를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 내가 정의하는 출판이란, ‘기록하여 남길 만하고, 전파하여 읽게 하는 행위’이다. 작가 스스로의 만족만을 추구한다면 굳이 발표(대중을 대상으로 한 출판)를 할 필요가 있을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발표(출판) 할 때, 그것을 읽는 사람들의 공감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클래식 분야를 살펴보자. 의외로 클래식을 듣는 이들은 많다. 공연을 찾고 아티스트를 following 하는 사람들의 규모는 듣는 이들의 규모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 클래식, 와인 등은 이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공부하지 않으면 즐길 수 없다는 벽이 형성되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클래식 공연 전 작품에 대해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해설을 하는 공연도 발견된다. 아주 훌륭한 접근법이 아닌가 한다. 애호가 외 클래식을 듣는 이들이 어떤 계기에서 듣게 되는 것일까? 드라마 ‘밀회’는 클래식 연주가 소재이다. 영화 혹은 원작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는 주인공이 클래식을 듣고 연주한다. 개별 작품이 누구의 작품이며, 분위기는 어떻고, 주제는 어떻다는 지식 이전에 듣고 좋아서 클래식 OST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즉, 극 작품의 스토리텔링과 접목되어 ‘다가갈 수 있는 형태로 접하고 이를 반복해서 즐기며 감동을 얻는다’는 말이다. 순수 문학은 어떤가?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탐색이 주인 작품이 많고 흥분과 집중력을 유도하는 극적인 스토리텔링은 부족한 작품이 많다. 만일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탐색 과정에 스토리텔링의 매력이 더해진다면 어떨까? 전자책 플랫폼이라는 주제와는 별개로 말하면, 스토리텔링의 극적 즐거움이 추가되면 순수 문학이 대중 문학으로 격이 낮아진다 생각하나? 


전자책 플랫폼은 출판-평가를 담당한다. 출판은 판매 및 대여로 나뉜다. 평가는 점수 및 의견으로 나뉜다. 조회 수와 좋아요 수 외에 독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장치는 마련되어 있다. 덧글 혹은 댓글이 그것이다. 굳이 우표를 사서 우체통에 집어넣으려 가지 않아도 읽자마자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독자들은 자신의 의견에 반응이 있을 경우 열정을 올린다. 개정판에서 반영되거나 신작에서 반영이 된다면 어떨까? 작가의 내공과 역량에 독자의 의견이 조화를 이룬다면 어떨까? 그것을 전자책 플랫폼이 담당한다. 기존 출판의 동일성은 침해하지 않으면서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이 전자책 플랫폼의 초기 모델이다. 여기서 들어올 수 있는 딴지는 ‘읽을 가치가 있는 의견이 적다’일 것이다. ‘성실하게 적은 의견이 적다’, ‘알고 쓴 의견이 아니다’도 포함된다. 그러나 순수 문학에서 받아들여야 할 변화 중 하나는 ‘표현에 서툰 독자들의 의견 속에 있는 핵심’을 발라내는 역량이다. 


악플이 사이버 세상을 더럽히고 있다. 악의적인 덧글과 의견이 크고 많은 상처를 내고 있다. 일부는 법의 심판도 받는다. 그러나 이것을 독자 전체의 의견으로 일반화할 필요는 없다. 나도 간혹 희소하게 의견을 받는다. 글과는 무관한 의견도 게재된다. 감정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을 발라내는 행위는 작가가 노력할 부분이지 않나? 적어도 의견의 세계에서는 작가와 독자만이 존재한다. 작가의 글이 ‘관계없는 의견’을 촉발할 수 있다. 다만 식별의 과정은 가시밭길이 되겠지만.


전자책 플랫폼은 고전의 재소비를 유도할 수도 있다. 원작 만화 및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에는 전자책 플랫폼으로 과거 인기 있던 만화를 발굴해 출판하기 위한 출판사의 노력이 그려진다. 최근 TV 프로그램 VOD 및 영화 드라마 VOD 앱 서비스에서 ‘슬램덩크 리마스터링’ 등 고전을 재 출판하는 사례를 보게 된다. ‘북두신권’ 1기 및 2기 애니메이션도 게재되고 있다. 작품의 ‘상태’는 둘째치고, 전자책 플랫폼 활용 면에서는 훌륭한 시도이다. 저작권이 완료되지 않아도 ‘읽을 만한 고전’은 작가에게 수익을 배분하면서도 출판하는 것이 ‘중쇄를 찍자!’의 이야기다. 좋아 보인다. 초기 인기만큼은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처음엔 향수를 느끼는 고객들이 접근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 인플루언서에 의해 명작으로 소개되는 경우 신규 사용자도 유도할 수 있다. 


전자책 플랫폼은 문학 장르의 변환 기반도 될 수 있다. 전통적인 작가와의 만남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대규모 장소를 빌리거나 대형 서점 행사장을 사용하지 않고도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MBC에서 방영한 예능 중에도 그 사례가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로 변환된 컨텐츠를 유통할 수 있다. 물론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의 전통 채널로 저작권 수익을 올리는 것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전자책 플랫폼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음악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디지털 음원 유통은 오프라인 앨범 유통에 비해 기획사의 수익이 낮지만, 확산력은 최고이다. 만일 음악 분야의 기획사가 공동 투자 혹은 투자자 투자를 포괄하여 국내 포함 전 세계에서 행하는 자사 아티스트의 공연 모습을 실시간으로 방영한다면 새로운 수익 채널이 될 수 있다. 예전 디지털 음원 유통 사업을 기획했을 때 의문이 든 점은 블럭버스터도 존재하는 뮤직비디오가 단순히 홍보 용도로 무료로 배포되는 점이다. 유료화 가능한 컨텐츠 형태이지 않나? 아마도 현재의 시장 분위기로 보면, 뮤직비디오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전혀 새로운 형태이나 정체는 ‘뮤직비디오’인 새로운 스토리텔링 말이다. 음악의 내용을 담은 단편 극영화가 우선 떠오른다.


이제 정리하자. 편집 그룹의 사전 필터링을 거쳐, 단편, 공모전 등으로 사전 검증하고, 이를 연재 형태로 분할하여 출판하고, 독자의 평가가 높은 작품부터 단행본 판매를 하며, 이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변환 출판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편집 그룹의 사전 필터링을 제외한 전 분야를 전자책 플랫폼에 얹어 보자. 주간 연재를 통해 무협지나 드라마가 다음 편을 보게 만드는 분할 테크닉도 시전하자. 그리고 북 카페에 디지털 단말기를 설치해 보자, 커피 비용에 포함하든, 별도의 멤버십을 만들든, 이 ID로 북 카페에서 전자책을 읽는다. 신간도 포함되어 있다(출판 계약 시 전자책 동시 판매 조항 포함이 더 넓어지길 개인적으로 희망한다). 집에서도 비용을 지불하면 연결하여 읽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되면 도서관은 카페로 변경될지도 모른다. 구비 서적은 모두 전자화되고 서가에 테이블과 차 내리는 테이블이 놓일지도 모른다.


나도 도서관이나 서점을 이용해 종이 인쇄본을 읽는다. 맞다. 이런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그러나 난 전자책 병행 사용자이다. 내가 병행 사용자가 된 것은 전자책의 이점에 동의한 점도 있지만, 신작 : 전자책 출판이 일치하지 않은데 그 이유가 있다. 모든 책이 종이 인쇄본과 함께 전자책(판매 및 대여)으로 출판된다면, 아마도 내 손엔 전자책만 남을 것이다. 평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의견을 적는 것은 아직도 어렵다. 잘 표현을 못한다. 그러나 완독을 하고 나서는 의견을 ‘이해할 수 있게’ 남기려 노력한다. 어쩌면 이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기 힘든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독자 평가의 전면적 반영일 것이다. 온라인 서점에는 평가 모듈을 탑재하고 있다. 독자 의견이 블로그 형태로, 단문 형태로 게재된다. 그 공유된 의견이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데 영향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작가가,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우는 작가에게 ‘독자의 의견이 있으니, 개정판에서 혹은 신작에 반영하면 어떨까’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전자책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고도 위의 일련의 방법들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단행본 선 판매를 연재 선 판매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장편일 경우는 더 할 것이다. 원래의 작가 의도와 다르게 연재 중 수신된 독자 의견을 편집팀이 그냥 놓아둘 리 없다. 이를 반영하다 보면 시행 초기에는 매주 마감을 어기는 작가로 편집팀이 날밤을 세울지도 모른다. 


전자책이든 인쇄본이든 읽지 않는 이들은 접근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출판 형태에 원인이 있지 않다는 의견이다. 어쩌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보통신 기술의 활용에 있지 않고 독자의 마음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즉, 읽을 이유가 없다는 점 말이다. 매일 수십 권의 책이 출판되지만 이를 펴고 읽는 사람은 수익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정보통신 테크닉 적용 이전에 ‘읽을 만한 작품’을 선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편집팀이라는 소수의 판단보다, 단편으로, 공모전으로, 사후 독자 평가 및 의견 청취로 ‘읽을 만한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자는 의견이다. 여기서 걸릴 또 하나의 딴지는, ‘그럼 작가층이 얇아질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묻고 싶다. 넓은 현재가 주는 장점은 무엇인가? ‘팔릴 만한 작가만 남겨 두자’는 의견이 아니다. 보다 폭넓은 독자를 확보하는 작가를 ‘늘려보자’는 의도이다. 또한 독자가 우체통에 걸어서 가지 않아도 의견과 평가를 게재할 편의적 방식을 만들자는 것이다. 교열 후 즉시 출판이 가능한 플랫폼을 갖추자는 것이다. 주간 소설, 주간 에세이, 주간 시, 주간 평론 등의 운영 체계는 어떠냐는 ‘의견’이다. 여기에 더불어 보다 폭넓은 사람들이 빠져들 수 있게 ‘범용적 언어와 범용적 설명’이 첨부된 소설, 시, 에세이, 특히 평론을 출판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다. 이러한 변화에 전자책 플랫폼이란 거창한 정보통신 기술이 훌륭한 반려자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글에서 언급한 ‘구매 욕구 발생’ 원인이 구매 발생 사유의 전부라고 일반화하지 않습니다. 원인 중 일부를 강조한 것임을 밝힙니다. 출판계의 마케팅이 명사의 서재 소개에 국한되어 있지 않음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본 글의 전개에 필요한 만큼만 언급했음을 밝힙니다. 어쩌면 지금의 체계로도 시행 가능하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문제는 수단에 있지 않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전자책이라는 새롭게 나타난 기술의 장점 역시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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