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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사람, 성장하지 않는 사람

유세이 마츠이/암살 교실

by 가브리엘의오보에

강력한 군사력을 뒷받침할 실험이 시작됐다. 사전 실험 결과가 좋을수록 프로젝트는 장미빛으로 가득 차고, 면밀함과 섬세함은 의사결정자들에 의해 버려진다. 바꾸어 말하면, 자신의 아이디어 실현을 위해 상위 의사 결정자들을 설득할 때, 그들에게 손에 잡히듯 큰 꿈을 보여주는 것이 설득의 핵심이 될 것이다. 역시나, 이 실험 과정은 면밀함과 치밀함의 결핍으로, 실험동물 체내의 생체 변환 물질의 수명이 다 되면 핵폭탄 이상의 규모로 폭발한다는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달의 2/3가 날아가 버렸다.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밝혀지기도 전에 정부는 세계 최고의 암살자를 대상으로도 이 생체 실험을 병행했다. 1차 프로젝트가 완성 전에 폭발을 일으킨 것과는 달리 2차 프로젝트에서는 초 파괴생물이 탄생했다. 성공인 것이다. 다만 인간의 모습은 지워졌다.


마하 20의 속도로 움직이며, 일반적인 병장기로는 상처 하나 낼 수 없다. 독도 소용이 없다. 그러나, 이 초 파괴생물도 1차 실험동물과 같이 생체 변환 물질의 수명이 다하면 폭발을 일으킬 것이다. 당연히 초 파괴생물은 폐기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를 없앨 방법은 없다. 그런데, 이 초 파괴생물이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신은 고등학교 낙오자 반의 담임이 될 것이고, 그 사이 자신을 암살하라. 그리고 자신을 다치게도 죽일 수도 있는 무기를 제공한다. 정부는 현상금 100억 엔을 걸었고, 낙오자반 아이들에게 초 파괴생물 암살을 의뢰한다. 하루 일과를 함께 하므로 암살할 기회가 많으며, 본 교사에서 격리된 건물이므로 국민에게도 계속해서 숨길 수 있다. 왜 고교생일까? 왜 낙오자 반일까? 그 이유를 아는 정부 관계자는 없다. 초 파괴생물이 제안한 무기들의 실효성은 파악했지만, 고교생들에게 희망을 걸 수는 없다. 다만 초 파괴생물의 요구를 듣지 않을 방법이 없으니 제안대로 할 밖에. 하루아침에, 누구도 죽일 수 없는 초 파괴생물 암살을 담당한 아이들은, 초 파괴생물에게만 해로운 BB탄과 나이프로 무장을 하고, 쉴 새 없이 암살을 시도한다.


다양한 사연으로 이 낙오자 반에 온, 소위 사회적 문제아들. 누구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졌지만 폭력적인 아이, 한 가지 과목에는 특출 나지만 나머지 과목에선 낙제를 면치 못하는 아이들, 학교와의 갈등으로 정치적으로 낙오자 반으로 누락된 아이들. 이 아이들에겐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었고 이러한 요구가 황당했지만 선택하지 않을 수도 없다. 상금 100억 엔, 한화 1,000억 원은 공부를 하지 않고도, 인간이 아닌 생물을 죽이기만 하면 앞으로의 여생, 혹은 앞으로 3대는 일하지 않고 살 수 있다. 조금식 성장하는 목표 의식으로, 학생들은 그 작은 머리로 자살 테러까지 감행하는 등 이 특수한 환경에 대응하며 자신의 재능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초 파괴생물은 끊임없이 교육을 시도한다. 그것도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20명 남짓한 아이들 각자에 맞춘 맞춤 교육을 실시한다. 물론 환영받지 못한다.


정부는 끝까지 성장하지 못한다. 정부는 달을 파괴한 것을 초 파괴생물이 한 일이라 학생들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1년 후 지구를 파괴할 것이니, 이 생물을 암살하라 말한다. 암살 환경을 제공한 학교에 천문학적 지원금을 제공하고 100억 엔이란 막대한 현상금까지 걸었으며, 국민들 모르게 자신들의 실수를 소멸시키려 한다. 그리고 10대 낙오자들에게 암살이란 과제를 부여한다. 게다가, 초 파괴생물(이하 살생님)이 교육적으로 어떤 성과와 노력을 하고 있는 지 살생님의 행동 보고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며, 살생님을 암살해 자신들의 실수만 빠르게 처리하려 한다. 국민을 생각해야 할 정부가, 기업처럼 자신들의 성과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살생님은 정부가 비 상식적으로 변신한 암살자까지 학생으로서 포용한다. 초 파괴생물이라 낙인이 찍혔어도, 그것은 웃음으로 넘기고 진정한 교사로서 활약을 펼친다. 어찌 보면, 정부의 희생자일 수도 있는 살생님은 자신의 약속을, 스스로와의, 그리고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려 노력한다.


아이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성장한다. 아이들은 살생님의 맞춤 교육에 성적이 올라간다. 그리고 자의반 타의 반으로 훈련과 암살을 병행하고 '생각과 연구'라는 과정을 겪으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충실히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과거에 묶여 미래를 버린 아이들이 조금씩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의 고등학교는 높은 대학 진학률로 명성이 높은 학교다. 가장 뛰어난 아이들이 있는 A 반이다. 그 반에 들어가려는 본교 학생들의 치열한 목표의식과 경쟁이 학교에 가득 차 있다. 인간미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 없고 경쟁만이 존재하며 승리만이 이 학교에서의 생존의 유일한 조건이다. 교육은 둘째 치고 경쟁력 양성이 목표인 훈련소로 이사장 겸 설립자는 학교를 운영한다. 온갖 암수를 펼치며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추구 하는 아이들에게 낙오반은 인간이 아니다. 그들과 같이 있는 것조차 견디지 못한다. 그리고 경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동력으로 비열한 비웃음을 날리고 그들이 결코 A반에 들어올 생각이 없도록 핍박하고 괴롭힌다. 못 올라오게 하려는 마음이 강해질수록 낙오자 반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짙어질수록 낙오반 아이들이 조금씩, 자신의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소통과 팀워크를 배우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사회적 협업을 하는 모습은 그들에게 당면한 위기가 된다. 낙오자 반 학생들이 보여주는 변화가 성인이 되는 성장의 과정이지만, 본교 학생들은 그런 종류의 피가 수혈되면 경쟁에서 낙오한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사회에서 가장 촉망받는 본교가 이지매의 속살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소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려는데 열심인 정부, 비정상적인 교육 방식을 고집하는 이사장, 그 이사장의 모략에 휘둘리고 세뇌 되어 낙오반(E반)을 무시하는 것으로 자신의 우월감을 찾는 삐뚤어진 A반 아이들. 그러한 현실 역경을 하나 둘 뚫고 올라가며 낙오반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올바른 길을 찾는 방법을 하나 둘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찾은 길이, 남들이 보기엔 우습고 촌스러우며 황당하더라도, 진정으로 옳은 길을 가는 것이라 여기고 방법을 익히고 익힌 바를 실천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성장한 자신들의 모습과,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구축해 나가기 시작한다.


자기반성과 자기 개선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상을 보여주는 이야기. 올바른 방법이 전하는 인간적인 향기가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암살교실’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매일 반성을 한다. 그 반성을 딛고 뛰어 오르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후회를 한다. 후회는 일어나려 애 쓰는 다리에서 힘을 빼버린다. 반성은,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보는 행위이다. 후회는 자신의 오류를 ‘잘못’으로 변환하여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승자박의 오류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후회라는 단어는 잘못을 되뇌이는 것이 전부인 행위란 의미로만 사용하고 있어, 반성은 긍정적인 이미지, 후회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 그러나, 사전을 통해 정확한 의미를 알았다고 해도, 돌이켜 깨우치기만 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깨우친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반성과 후회의 늪에 발이 묶인다. 결국, 반성까지 부정적 이미지로 간직하게 된다.


반성과 후회를 하게 되는 계기는, 스스로 느낀 것, 타인에게 받은 자극, 사회적으로 목도하는 사건들이다. 하지만, 애써 그 마음을 접고, 접는 것이 당연한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 인생은 영원히 다시 살기 싫은 시간들이 되어 버리고 만다. 무언가 알게 됐다면, 알게 된 것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고 활용한다. 이것은 자기애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바로 해결되지 않는 고민에 빠져 있는 것보다, 지금 나서면 바로 해소되는 작은 것들부터 개선해 보자. 그것이 선순환이 되고 연쇄 효과를 일으켜 도저히 손도 되지 못했던 문제가 해결되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성장’이라 부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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