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 대한 우리들의 자세 몇 가지

대니얼 클라인/사는데 정답이 어딨어

by 가브리엘의오보에

철학을 마주한 마음에 드는 생각 몇 가지를 정리해 봤다.


1. 무시: 결론이 없는, 생각의 무한 반복

2. 호기심 혹은 자극제 찾기: 내 생각의 진전을 막고 있는 벽을 무너뜨릴 단초가 있을지도 몰라

3. 삶의 필수품: 철학은 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생각하여 행한다는 바람직한 삶의 방식이다. 그러나 철학자들이 남긴,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들은 읽지 않아도 괜찮다.

4. 1부터 0까지: 몇 천 년에 걸친, 철인과 성인들이 남긴 수많은 생각들은 모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단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가능한 모두 접하는 것이 좋다.


우리의 삶

부모가 되는 것은 생물학적 행위를 통한다. 결코 태어나는 자의 의지를 통하지 않는다. 덕분에 불완전한 부모가 그 상태 그대로 아이를 대한다. 덕분에 아이들은, 바로 우리들은, 유년기부터 이미 세상의 우울과 부조리와 불평등과 부자유를 경험하며 감정적 상처를 갖게 된다. 그러한 감정적 상처가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고, 현재의 습관으로 연결되어 태생적 우울이 우리 몸에 옷처럼 달라붙어 있다. 가끔 웃기도 하고, 그 웃음으로 잠시 우울을 잊기도 하지만, 우리는 항상 우울하고 힘이 없다. 부모가 물려준 우울 외에도 살면서 알아가는 우울이 층층이 쌓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 지금보다 나으면 된다. 지금의 우울을 제거하면 된다. 어떻게 하면 되나?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

이러한 행복 추구의 과정은, 철학의 일면을 닮았다. 따라서, ‘철학에 대한 우리의 자세 몇 가지’를 논할 필요도 없다. 인간은 철학 하는 생물인 것이다. 이미 우리의 삶인데 최근 철학이, 생각하는 삶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순간순간 철학의, 생각의 끈을 놓는다. 그런 철학 혹은 생각 없음의 순간에 저지른 일들이 우리의 목을 조른다. 트라우마로 혹은 죄악으로 혹은 꼬리가 긴 후회로. ‘그렇게 행동하기 전에, 그렇게 결정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생각을 했더라면 더 나은 결정을 했을 텐데’ 이런 후회가 삶의 우울을 뚜껑처럼 덮고 있다. 이 뚜껑을 제거해야만 삶의 우울을 꺼내 쓰레기통이든 일반 쓰레기봉투든 버릴 수 있다. 그 방법을 아들러 철학에서, 프로이트의 철학에서, 혹은 강연에 나와 우리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강사들의 말에서 찾는다.


철인들의 말속 함정

그러나, 공기처럼 떠도는 수많은 삶의 방법들이 가진 함정은 ‘나에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수 천 년 동안, 여러 명이, 때로는 동일한 주제로, 때로는 유사한 주제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고, 철인의 Follower들도 억 단위를 헤아린다. 집단 지성이 달라붙어 있는데도 그들이 정리한 생각은 나와 맞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말들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는 경험자도 많은데, 왜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것일까? 혹시 난 외계인일까?


‘사는 데 (모든 사람에게 들어맞는) 정답이 어딨어‘의 제안

필자는 철인과 성인의 생각이 나에게 맞는다 판단하고 꾸준히 해나가는 방법을 취해본다. 물론 이런 방법에서 아주 작지만 달콤한 과실도 맛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다. 그래서 방향을 변경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방법론을 학습해서 그 방법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참고한다. 그리고 하나의 도구를 추천한다. 마인드맵 툴이다. 문제 하나를 정한다. 그 문제를 마인드맵에 적고 가지를 확장해 나간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노드(마인드맵의 사각형 기입 공간)를 늘려간다. 그러다가 지치면, 이 노드들을 정리하며 잠시 쉰다. 카테고리화 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 주제에 대해 당신 뇌 속에 담겨 있는 고민들이다. 이 과정을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계속한다. 그다음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자신이 적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각각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낸다.


이제 중요한 국면 1! 지금까지 작성한 내용을 검토하고, 누락이 있는지 그리고 내 생각 모두를 담고 있는지 중복된 항목은 없는지 검토한다. 중요 국면 2! 방법을 실천하고, 결과를 적는 것이다. 처음엔 속도가 느리지만 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 행동의 결과가 어떤 결론을 초래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때로는 ‘어? 이 문제까지 한꺼번에 처리한 거네!’라는 결론을 얻을 때도 있다. 우연이기도 행운이기도 하지만 노력하면 이상하리만치 이런 행운이 따른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얻게 되는 초능력(지금까지 없던 능력)은 행하기 전에 생각하여 지금까지보다 나은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쯤이면 예상이 될 것이다. 모든 실천을 매일 할 수 있는 만큼만 정해서(욕심 버리고, 지금까지 욕심 때문에 작심 3일이었으니) 하나하나 달성해 나가는 것이다. 그럼, 눈앞에 적혀 있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나게 되고, 과거의 우울한 고민들이 많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혹은 그것이 진정한 내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진짜 내 문제를 식별하게 된다.


이것이 필자류의 철학이다. 철학은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할 방법을 구상하는 과정이다. 철학은 필요한 것을 정리하고 실현할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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