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 / Look Back
이 책은 읽었지만, 나 역시 나를 스쳐 지나간 사람이 ‘뒤돌아 나를 본' 적이 없어서, '매력이 무엇인지 단언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내가 뒤돌아본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내 사례를 통해 이야기할 수는 있겠다.
첫눈에 반한 경험이 없어서 인지, 내가 타인을 ‘오 Oh!’라는 감탄사와 함께 뒤돌아본 순간은 극히 적다. 적더라도 나 역시 나를 지나치는 타인을 뒤돌아 본 적이 있으니, 그 사례는 어떤 상황이었을까? 문장대로의 의미는, ‘의외다!’이다. ‘네가 그런 사람이었니? 좀 멋진 것 같아!’라는 순간에 고개를 돌려 지나친 사람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은 타인의 행동이나 말, 즉 밖으로 표출된 모습이나 느낌에서 진정성을 느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나도, 다른 사람들도 꽤 언급하는, 닥터 지바고 속 이야기. ‘내가 생각하는, 알고 있는 모습도 내 모습이고, 타인이 알고, 기억하고 있는 모습도 내 모습이다’. 당연히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다. 내가 직접 읽은 것이 아니라 전해 듣고 감탄하여 기억한 내용이다.
지난주까지, 블록버스터에 SF이며 Hero 영화들을 섭렵하듯 보았다. 그러면서 ‘이런 면이 있었네?’라고 생각한 순간들이 있었다. 나 정도라면 초월적 능력을 활용하여 대중을 괴롭히는 악당들을 신나게, 그리고 뻥뻥 두들겨 패는 히어로물이 이젠 식상할 때도 됐다. 로봇 태권 V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초인류적 캐릭터들을 만났고, 환호했고, 속 시원해했으니 이젠 질릴 만도 하지 않겠다. 결국엔 ‘선’이 ‘악’을 스포츠 정신으로 제압하여 대중의 괴로움을 제거한다는 내용은 몇 십 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단지 기술이, 영상이 예전에 비해 실사와의 간격을 많이 좁혔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어로물을 뒤돌아보며 ‘오!’ 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외연 속에 담긴 내면의 진정성 혹은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공감해서 일 것이다. 나 외 타인이나 개체에 공감을 하게 되면, 대상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예전엔 관심도 기울어지지 않던 대상에게, 그 대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도, 지금에서야 그 대상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은, 다시 말해서, 내가 가진 매력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그 시간 동안 겪은 경험으로 인해 반전되고 변형되고 변경 된 가치관이 동일한 대상에 투영되면서 발생한 ‘선호’의 변화가 그 원인이라 생각한다.
만일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내면적 변화로 인해 그 기준이 변경된다면, ‘매력’을 발산하는 사람은 이를 보는 이와 공감할 수 있는 내면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 않을까? ‘매력’을 ‘마음이 내뿜는 향기’라고 정의해도 되지 않을까? 성형 수술 등 기술을 활용한 변화는 그 수명이 짧다. 기술 중심의 외연의 변화는 존재를 특정 이미지로 국한시키는 단점을 가진다. 현재라는 틀 안에, 혹은 약간의 미래를 포함한 현재라는 틀 안에 사람을 가두어 버린다. 그러나 자아나 마음이나, 내면을 성숙시키는 것, 그리고 해결할 문제의 진실을 바라보는 눈은, 그 생명력이 길고 향기가 진하다. 그렇다면, 인도나 중국, 한국, 일본 등 사상 성숙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온 나라들의 철학이나 인문학을 가까이하고, 내면의 성숙에 초점을 맞춰 생각의 변화에 노력한다면, 향후 내가 내뿜을 수 있는 향기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향기가 될까?
이것은 타인 시선 중심의 접근법이 아니다. 타인의 기준이나 타인의 결정에 얽매이는 것 역시 아니다. 매력이란, 스스로의 만족이 아니라 타인이 좋아하게 됨을 의미한다. ‘나는 매력적인 사람이구나!’라는 판단은, 타인이 나의 매력에 ‘좋아해’라는 시선을 던지고 있음을 인지한 순간에 발생한다. 즉, 전적으로 타인 판단에 의해, 비록 스쳐 지나쳤지만, 타인이 굳이 머리를 돌려 나를 다시 한 번 보는 그 순간에 나의 매력은 탄생한다.
또한 매력이라는 것은, 나의 내부에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것이 밖으로 뿜어져 나가는, 외향적 속성을 지녔다. ‘내 스스로 만족하면 돼!’를 매력이라 부르지 않는다. ‘자아도취’나 ‘자뻑’으로 부른다. 여기서 논하는 것은 ‘매력’이라는 외부 지향적 향기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남자들에게’를 보면, 알랭 들롱에 대한 선생의 말이 적혀있다. 정리하면, ‘매너라는 방법을 어제 그제 배워서는 결코 매너의 향기를 맡을 수 없다. 매너라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쭉 이어져 몸에 배어 있어야 그 사람을 ‘매너있는 사람’이라 인정할 수 있다’. 매력 역시 이러한 속성이 있다. 매력 외에도 급조된 것은 언제나 급이 떨어지고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으며 가벼워 보인다. 결국, 전에 없던 방법을 만나, 매력이 급상승할 수 있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력 있는 사람들이 소수인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타인을 뒤돌아보게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비록 그 결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예전 한 신문기사에서 중국 탁구팀 감독 혹은 코치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는 선수의 단점을 메우려 하지 않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팀의 성적을 향상시켰다. 인간은 한 가지에 집중했을 때 빛을 발하게 된다. 단점은 조심할 일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매력’이라는 세계의 문을 열겠다는 것은, 나의 장점 혹은 매력으로 그도 웃고 나도 웃는 결과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커뮤니티나 SNS의 가치가, 여러 사람이 모여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것이니 이와 유사하다 하겠다. 커뮤니티 구성원의 장점이 모여 커뮤니티의 매력을 만들어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시각적 판단, 느낌적 센서를 변경하긴 어려우니, ‘너도 웃고 나도 웃자’란 전략을 세워, 극대화할 장점을 고르자.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수준으로 성장시키자 (세상엔 1등이 여러 명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수준이다!). 그 과정에서 생각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 내면적 축적이 일어난다. 어느 수준을 넘기면, 눈빛, 표정에 변화가 생기며, 마치 ‘얼굴을 고쳤나?’ 싶게 매력의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것은 전적으로 필자의 경험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당신이 날 만났을 때, 나의 매력에 사로잡히리라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예를 들면, 눈, 코, 입, 몸매 어느 것도 멋지다 할 수 없는 한 사람이, 남보다 뛰어난 지성의 향기로 ‘결코 못생겼다 말할 수 없는’ 경지에 앉아 있는 것을 우리는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도 그런 사람들은 깔끔하고 상황에 맞으며 격이 보인다. 이는 성별과 무관하다. 즉, ‘사피오 섹슈얼’한 매력이 생기는 것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누군가는, 쿠션이나 베개크기의 근육은 아니지만, 날렵하고 활기 넘지는 모습을 하고 있어 매력적이었다. 배가 나오고, 움직이면 땀을 비 오듯 흘리는 육수 덩어리인 그가, 요리를 위해 주방에서 일하는 모습은 더없이 매력적이다. 그녀는 특출난 특징으로 타인의 인정과 추종을 받지 않지만, 포용력과 모성애의 표상이다.
이렇게 자신을 바꾸어 가는 것이다. 즉, ‘매력’ 있는 사람들은 결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절제되고 정리된 생활을 한다. 적어도 자신의 장점 분야에서는. ‘난 노는 것이 장점이야’ 혹은 ‘난 빈둥거리는 게 장점이야’라면, 놀거나 빈둥거림으로 너도 웃고 나도 웃는 ‘무엇’을 만들 수 있어야 매력 있는 사람으로 변신(transformation)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변신은 작은 변화부터 달성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노력은 아무도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동정을 던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