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쓰레기

by 가브리엘의오보에

Keith 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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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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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Michel Basqui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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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세상에는 창작자 스스로 응모할 무수히 많은 공모전과 오디션이 개최된다. 하지만 그 오디션과 공모전이 과연 창작자의 등용문이 될까 라는 의문이 든다.


TV 예능 프로그램 형태로 벌어지는 음악 경연. 정확히는 가수 간 경연은 창작자의 공모전이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물론 기존 음악을 Re-making 혹은 편곡하여 가창을 하므로 창의적 접근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창작자의 오디션이라고 이야기하기에도 고개가 갸웃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근 7년간의 오디션 열풍 속에서 많은 스타가 탄생하는 장면을 보아왔다. 오디션 진행 중 멋진 가창으로 대중의 관심을 얻어 데뷔 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스타들을 보았다. 물론 오디션 진행 중에 대중의 관심을 얻었지만 오디션 종료 후 시야에서 사라지는 응모자들 역시 보아왔다. 어려운 과제가 주어질수록 경쟁자가 더 강할수록 프로그램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보는 시청자와 관객의 집중도는 높아진다. 참가한 오디션이 마지막 기회라는 인터뷰가 공개되면 프로그램 주목도 상승에 도움이 된다. 광고 모델 기반의 컨텐츠 사업에 손색없는 소재다. 프로그램으로 향하는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 역시 가볍지 않았다. 그렇다고 제작진을 비난하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상 응모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TV 프로그램 오디션은 대중의 관심을 받으려는 응모자의 목표에 부합되기 어렵다. 응모자는 자신의 재능으로 주목을 받아야 향후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얻는다. 개인사나 재능 외 관심 요소로 주목을 받는 경우는 응모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절박할수록, 어떻게든 관심을 받고 이후 작품 혹은 재능으로 승부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바느질할 수 없다. 각종 자극에 대중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응모자 혹은 창작자의 지속 가능성의 기반이 되는 사람들은 결코 이벤트성 자극에 좌우되지 않는다. 이는 기업의 고객 행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개별 고객을 식별하는 식별자를 설치하고, 그들이 단위 기간 당 지불하는 금액, 즉 상품 구매 금액에 기반을 두고 세그먼트로 나눈다. 우선 월 단위 매출 기여도(지불 금액) 총액을 기준으로 고객을 상, 중, 하로 나눈다. 그리고 각종 이벤트 및 캠페인 집행 후 그들의 행태를 관찰한다. 신제품 판촉 캠페인, 기존 제품 판매 활성화 캠페인, 고객 경품 제공의 오퍼링 Offering 캠페인을 집행하고 그들의 구매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본다. 상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상 上’에 속한 고객들은 변함없이 구매를 지속한다. ‘중 中’에 속한 고객들은 캠페인에 영향을 받아 구매 금액에 고저가 발생한다. ‘하 下’에 속한 고객들은 캠페인의 영향을 크게 받아 구매 금액 상승 및 하락 고도가 매우 크다. ‘상’에 소속된 고객들이 20:80 법칙의 20에 속하는 그룹이다. 즉, 사업 기반이 되는 층이다. 그들은 기업이 공급하는 상품, 즉 제품 혹은 서비스의 품질을 본다. 결코 경품을 제공하는 캠페인이나 특판 할인에 좌우되지 않는다. 창작자들이 이런 상황 정보까지 가지고 있을 수 없겠지만 창작의 세계 역시 그러할 것으로 필자는 믿고 있다. 창작자의 확실한 ‘뒷배’가 되는 사람들은 창작자의 작품에 주목한다. 창작자의 지속 가능성에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음악계의 확고한 고정팬의 활동이 요즘 눈에 띈다. ‘아미’ 등 대중음악인들에게 고정 팬 그룹이 존재한다. 그들의 활동과 기여도 역시 눈에 띈다. 지지하는 스타의 지속 가능한 광고 수익을 위해 스타가 광고하는 상품 구매를 마다하지 않는다. 대중음악인의 경우 외모도 큰 영향 인자이긴 하지만 오래도록 그 음악을 함께 하고 신곡 출시에 지속적 재생을 거는 사람들은 작품 외 요소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다.


TV 예능 프로그램 외 공모전과 오디션이 개최되는 목적과 목표는 무엇인가?


출판사의 공모전, 광고 회사의 공모전, 게임 회사의 공모전, 언론 매체의 공모전이 정기 혹은 비정기적으로 개최된다. 주최자에 따라 인재 영입을 위해 개최하는 경우도 있다. 그 중 창작자 발굴의 공모전만을 생각해 본다. 창작의 세계가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가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들은 창작자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이 널리 보이게 노력한다. 또한 창작자의 활동과 수입을 연결하여 그들의 지속 가능성을 돕는다. 그들은 사업을 하는 기업이지만 창작자에 대한 애정 없이 일할 수 없는, 제조 분야와는 다른 세계의 기업인이다.


창작 분야의 지속 가능성은 사업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작가 탄생이 이어져야 가능하다. 대중이 창작 세계에 기대하는 바를 충족하고 때로는 대중의 기호를 선도한다. 타 사에서 발굴하여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작가와 작품을 분석하고 현행 대중의 경향을 파악한다. 창작자와 기업의 이러한 분업은 보다 효율적인 창작 활동을 견인한다. 작품을 만들고 이를 홍보하여 널리 알리는 일련의 모든 작업을 창작자 혼자 할 수 없다. 창작에 특화된 사람일수록 관련 분야 재능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대인들의 기호가 제각각 다른 세상이라 하나 “정말 좋은 작품은 모두 좋아한다”라는 말을 필자는 믿는다. 동시대 사람들이 가진 미의식의 교집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집합은 의무 교육에 의해서도, 모두에게 동일하게 보이는 대중 매체에 의해서도 형성될 것이다. 관련 기업들은 분야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정기 비정기적으로 공모전을 개최하고 인재를 혹은 창작자를 발굴한다.


문제는 다음이다. 이 공모전에서 1등을 획득한 창작자들은 다음 작품이 창작자 자신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 물론 몇 번의 실패 후 성공에 이르는 대기만성의 창작자도 있다. 어려운 길이긴 하지만 말이다. 공모전 당선을 통해 업계 전문가의 기준은 충족했다. 공모전 당선으로 대중 앞에 데뷔 했다. 데뷔 후 작품은 대중이 판단한다. 이 분기점에서 ‘인기’ 창작자가 가려진다. 분야에 따라 ‘기획자’가 붙어 창작자에게 다양한 정보와 반응을 전한다. ‘기획자’를 통해 기업은 창작자의 활동을 돕고 지원한다. 작품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가라앉는 창작자를 북돋는 기획자도 있다고 생각한다. 창작자와 기업은 창작 자체가 아니라 창작이 지속되도록 협업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음을 필자는 알고 있다. 창작자를 공급업체의 기분이 들게 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기업은 논외로 하자.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 않나? 창작자-기업의 협업을 통해 공모전 당선 후 대중에게 주목 받는 창작자가 탄생하기도 한다.


데뷔하여 성공적 작품을 낸 창작자는 ‘새로운 것을 대중에게 전하는 창작자’라 하겠다. 기업도 대중도 새로운 작품에 관심을 갖는다. 인기 작품은 그런 관심이 모인 결과이고 해당 분야에 처음 접근한 대중의 경험 출발점이다. 대중 매체를 통해 공공연히 들려오는 말. ‘대중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원한다’라는 믿을 수 없는 말이 업계 사실처럼 회자된다. 믿는 자도 있다. 공모전 심사는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작품을 선정한다. 공모전 심사는 기존 틀에 맞는 작품을 선정한다. 새롭든 기존 틀에 맞든 모두 새로운 작품이다. 기성 작가도 응모하지만 1등을 획득한 사람은 대중에게 새로운 인물이다.


그러나 대중은 정말 ‘새로운 것’을 원할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중은 ‘마음에 드는 것’의 손을 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창작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이 가장 중요하듯 대중도 가장 중요한 것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대중은 ‘마음에 드는 것’ 혹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한다. 안타깝게도 창작자는 대중의 ‘마음의 드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이라는 영역에서 활동한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는 사람이 절실하고 소중한 지도 모르겠다. 대중이 마음에 들어 하는 작품을 만들 것인가 대중이 자신의 창작품과 공명하게 될 것인가는 창작자의 문제다. 그렇지만 마음에 들어가는 작품을 가까이하는 것은 대중의 문제다. 서로 다르지만 가는 선으로 연결된 이 두 관점이 서로 경쟁하듯 맞물려 있다. 창작자가 우세하면 대중은 공명할 것이고 대중이 강력하면 마음에 드는 것을 만들 것이다. 이쯤 되면 공모전은 의미를 상실한지 오래다. 많은 스타를 탄생시킨 공모전은 매번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데뷔 이후는 작품이 대중에게 영향을 준다. 즉, 공모전은 목표의 위치에서 과정의 위치로 변화된다.

이러한 공모전은 창작자가 스스로 응모한다. 물론 작품을 알아본 사람이 공모전을 소개해 대중 앞으로 나서도록 조언하여 대중의 힘으로 지속적으로 활동하도록 등을 밀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이런 추천도 공모전을 둘러싼 협업의 일종이라 하겠다. 하지만 꿈을 가진 창작자들이 스스로 공모전의 문을 두드린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지만, 공모전 외에도 기업들이 관심을 넓혀 직접 발굴하는 일도 더 확대되길 바란다. ‘그 많은 아마추어의 작품을 다 볼 수는 없’다고 말하지 말고. 창작자는 창작에만 집중해도 부족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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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처음에 그라피티 Graffiti 작가들의 작품을 게재했다. 이들은 유명해지기 전까지 ‘반짝반짝 빛나는 쓰레기들’이었다. 책 ‘소설 뉴욕’ 중 박생강 작가의 ‘맨해튼 럭키스타’에서 발췌한 표현이다. 필자는 이 표현이 마음에 든다. ‘쓰레기’라는 단어에 얽매여 싫은 감정이 일어난 독자도 있겠다. 그러나 1970년대 뉴욕 벽을 채운 그라피티는 단지 낙서였다. 그리고 발굴되지 않은 예술품들이었다. 이 낙서에서 ‘럭키스타’가 탄생했고, 그들 중 키스 해링 Keith Haring, 푸투라 Futura, 쟝 미셸 바스키아 Jean-Michel Basquiat가 있었다. 화가 고흐도 생전에는 주목받지 못 했다. 사후에 각광 받은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했다. 당시 작품과 시대가 맞지 않아서 일 것이다. 시대를 앞서가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스스로 즐기기 위해 집 안에서 작업하고 혼자 즐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예술 혼을 불태우기만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대중의 주목을 원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대중의 주목을 원하지만 주목받지 못한 창작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을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하여 쓰레기로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관점이 아니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보여주어도 고개를 돌려버리는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들, 창작자의 세계관이 대중의 가슴에 바늘 끝만큼도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 이런 상황을 의미하는 메타포 metaphor일 것이다. 창작자의 작품에 순위를 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특정 주제를 정하고 그에 가장 부합하다고 판단되는 작품이 선정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세상에는 ‘창작자’는 존재해도 ‘쓰레기’나 ‘위대한’이란 신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주목 받지 못하는 그 일면 하나가 이런 메타포와 연결됐을 뿐이다.

진정 매력적인 작품은 구전을 발생하는 힘이 있지 않나?


‘진정 좋은 작품은 누구나 좋아한다’라는 속설을 필자는 믿고 있다. 동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100인 100색이지만 ‘진정 좋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신기하게도 동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공통된 미의식을 지닌다. 미의식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는 능력이다. 이런 공통된 미의식이 ‘진정 매력적인 작품에 구전을 발생하는 힘’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스스로도 부족한 재능이지만 직접 홍보에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작품을 온라인에 올리고 검색 키워드와 해시 태그를 입력하면 구전이 일어날까? 검색 키워드나 해시 태그가 포함된 온라인 게재 글은 사용자 검색에 걸릴 확률을 갖는다. 작품이 대중적인 검색 키워드나 해시 태그로 표현될 수 있다면 검색 결과 상위 페이지에 나타날 확률이 생긴다. 따라서 노력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대중에게 발표하고자 하는 창작자는 스스로 이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작품이 대중의 시선에 닿는 것과 대중성 있는 검색 키워드 혹은 해시 태그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물론 인과관계까지 생각하기 어렵다. 대중적 검색 키워드나 해시 태그를 주제로 정해 작품을 만들어도 대중의 주목이 늘어난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력할 필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가 패왕색을 얻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노력하고 고난을 이겨왔는지 생각해 보라. 아무리 하늘이 낳은 인재(천재)라도 노력 없이 대중이 사랑하는 작품을 만들 수 없다. 우리 더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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