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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Jan 13. 2021

PrefixHomeScreen MidnightSky

Gabriel's Playlist

Photo by Chewy on Unsplash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너무 쿨(cool)하지 않은가? 지구 생명이 멸족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타나는 승무원들의 반응이 그렇다. 약을 먹고 혈액 투석을 해도 계속 토하고 힘이 점점 빠지는 상황에서, 소녀의 손을 잡고 멀리 떨어진 호수로 달려가는 어거스틴도 그렇고 ‘너무 쿨 해!’라는 생각을 뒷받침 한다.



이 이야기는, 어쩌면 불친절하게도, 당신이 영화를 봤다는 전제하에 서사되고 있다. 미안하지만 미안하지 않다. 영화의 프로필과 줄거리, 시놉시스, 이미지 자료, 예고편 등은 검색하면 한 번에 해결되니 굳이 필자가 옮기지 않는다(인터넷은 위성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는 지구처럼 중복자료로 넘치고 있다). 궁금증은 행동을 낳기도 하니까. 너무 박한 듯하여 하나만 이야기하자. 이 영화는 조지 클루니 제작, 연출, 주연 작품이다.


영화 속 말을 하지 못하는(혹은 하지 않는) 소녀는 이름이 아이리스가 아닐지도 모른다. 필자의 추측은 이렇다. 좋아하는 꽃을 그렸는데 그것이 아이리스였다. 이름이 뭐냐고 묻는 어거스틴을, 말은 알아 듣기만 하는 아이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그림을 그린다. 어거스틴이 ‘아이리스... 아이리스니?’라고 한다. 뭐 그렇다는 것이다.


나중에 밝혀지는 어거스틴의 딸 이름이 아이리스다. 회상속 어거스틴의 연인은 임신하지 않았다고 했다(보통 극에서 상대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밝히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본다. 돈이라도 많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둘이 떨어지면 딱 굶어죽을 상황에서 그러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아이를 죽일 생각인 것일까?). 


둘은 그 후 헤어진 모양이다. 하지만 우주선과의 교신에서 연인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었고, 그 아이가 딸이었으며, 자신의 분야인 외계 행성 탐사에 참여했으며, 지금 교신하는 승무원이다. 이름이 아이리스고. 연구실에 있던 소녀는 실존인물이다. 귀향 헬기가 떠나기 전에 그 소녀를 찾는 아이 엄마의 놀람과 당황이 충분히 있었으니. 하지만 이름은 아이리스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이렇게 연결해 생각해 봤다.


신의 작은 선물 같은 것일까? 어린 소녀를 보호하고, 지구 소식을 알리기를 어려움을 뚫고  성공시킨 어거스틴에 대한 보상은 아닐까? 승무원 그녀와의 교신으로 연인이 사실 임신을 했고, 그녀가 딸을 낳았음을 알게 됐고,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딸의 음성을 들었으니 말이다. 이 순간 어거스틴은 마치 신에게 감사 기도를 하는 것 같았다.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이 죽기 전에 풀린 느낌이기도 했다.


신의 작은 선물 Photo by Marcos Paulo Prado on Unsplash


아마도 지구는 사막화 혹은 전염병 같은 상황이었을 것 같다. 모니터 상에 표시되는 확산 상황을 보면 그 속도도 매우 빠른 것 같다. 지구 모습이 하얀 구름 대신 황토색 폭풍 같은 것에 감싸여 있는 것을 보면. 그것이 전염병인지, 오염인지 모르지만 센서가 감지할 수 있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사람들의 감염이라면 집계 후 입력이 되어야 그래프가 나오니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병균 혹은 그 무엇인가 센서에 감지가 되고 그 확산이 무척 빠르며, 그것이 지구상 생물 멸족의 원인임이 잠시 나타난다. 


현실이나 영화나, 지구가 어떤 상황이든 타인을 돕는데 망설이지 않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세상이 힘들고, 그 중에 사람 대하기가 제일 힘들며, ‘저 새끼는 아직도 회사에 나오고, 승진도 하네’ 싶어 ‘이 풍진 세상’ 싶다. 그래도 세상엔 사명감에 충실하고 타인을 돕는데 생을 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아마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마음에 콕 박혀, 선인(善仁)이 더 많은 것을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엔 선인이 더 많아 살 만한 곳인데, 비 선인에 집중해 세상은 탈출해야 할 지옥이라고 인식하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보는 인간의 생각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아니면 살지 못할 곳으로 보이게 하는 모양이다.


북극 기지에서 귀환 헬기에 탄 인물들은 안전한 곳으로 갔을까? 아마도 ‘귀환하겠다’는 결심이었을 것이다. 에테르 호의 승무원들이 멸족의 지구로 돌아가겠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귀향 본능은 죽을 것임을 알고도 ‘집’으로 갈 만큼 강한가?


어쩌면 어거스틴이 있는 북극 천문대가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식량의 한계, 연료의 한계에 도달하면 동사할 확률이 높지만. 물론 식량과 연료의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미지의 사신이 번져온다면 또 다른 이야기다.


그럼에도 헤이젠 호수로 가려는 그는 누구일까? 말기 암 환자라는, 사신을 짊어진 사람이 언제 미지의 사신이 확산되어 올지, 스노우 스쿠터로 가기에도 먼 그 거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면서 길을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회상속에 생명이 사는 별에 대한 연구 발표장이 보인다. 아마도 귀향 우주선이 탐사를 간 이유의 시작이 어거스틴의 연구부터 일지도 모른다. 첫 실을 꿴 사람으로서 지구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 느낀 것일까?


사명감 Photo by Maarten van den Heuvel on Unsplash


이런 어거스틴을 히어로라 칭할 수 있을까? 일상에서 사명에 성실과 충심을 다하는 사람들을 히어로라 부르지 않는 이유와 같이, 그렇게 칭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사람들이 히어로라고 생각한다. 귀향 우주선 입장에서는 그의 교신 시도가 전환점이 된 것은 사실이다. 


기록 역사에는 터닝포인트를 만든 사람들의 이름은 거의 기록되지 않는 것 같다. 왕, 대장, 대신의 이름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대명사 같이 사용된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세상의 히어로는 초월적 힘을 가진 마이티 마우스가 아니라 나쁘게 흐르는 흐름을 좋은 쪽으로 돌리는 터닝포인트를 만든 이가 히어로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3, 4세에 사서삼경을 못 외웠을지 모른다. 10대에 대학원까지 마치고 20대엔 이미 인류에 영향을 미칠 대단한 발견을 해낸 인물이 아닐 것이다. 이들과 우리가 다른 것은, 자신의 상황에 굴하지 않고 사명감을 갖고, 시간 측면에서는 작은 일이라도 정성적 측면에선 전환점인 일을 해냈다는 것이다.


지금 쓰는 보고서가 보고되면 ‘과연 대표이사는 알까?’, ‘의사결정에 반영될까?’, ‘팀장이 또 고치다가 ’그만해‘라고 할까?’라고 생각될지 모른다. 너무 극단적인 예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필자가 말한 히어로들은, 천재는 아니어도, 뭔가 일을 잘 해냈다. 그래서 그 결과가 전환점을 만든 것이다. 그러니 전환점을 만들려 하지 말고 손에 잡은 일을 잘 해내라. 그러면 대표이사가 읽을 것이고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될 것이며, 팀장이 자기 공으로 돌리려고 술을 살 지도 모르니.


보통 사람들 Photo by Brooke Cagle on Unsplash


이미 알고 있지 않나? 잘 나야 빛이 난다. 잘 나려면 그 일만 바라보는 냉혹함이 있어야 한다.


발견 위성으로 재귀환(?)하는 흑인과 백인, 그리고 뱃속의 그들의 아이는 발견 위성의 아담과 이브가 될지도 모른다. 눈 마주치는 것마다 차별이 크고 작게 벌어지는 지금의 지구와 달리, 화합의 시작이 될 것 같다. 


우리가 아는 아담과 이브도 외계 행성에서 온 존재이고, 그들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는, 영화 속 발견 위성과 같이 맑은 공기와 풍요로운 자연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들은 재 귀환한 후 발견 위성을 ‘에덴’이라고 칭할지도 모른다.


아담과 이브 Photo by Aswin Chembat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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