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이미지: Photo by Antônia Felipe on Unsplash
오후 2시에 폰을 든다면, 어떤 앱을 기동하나? 화자는 솔리테어다. PC부터 하던 시간 보내기 좋은 게임. 사람이든 물을 끓일 때든(물 끓일 때는 조금 위험한가?) 기동한다.
오후 2시 정도 되면 허리가 뻐근해진다. 그럼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데, 그마저도 효과가 없을 때면 어디에라도 엎드리고 싶다. 엎드려서 전자책이라도 펴면 허리가 펴지고 좀 쉴 수 있을 텐데. 전자책을 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솔리테어를 켠다. 시간 보내기 정말 좋다. 이럴 때의 솔리테어는 점수 획득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주어지는 문제를 하나씩 풀고, 깨지 못하면 다시 처음부터 한다. 그렇다. 시간 죽이기다. 그럴 때도 필요하지 않은가. 게임당 3~4분은 그냥 지나간다. 화장실에 앉아서도 한다.
폰은 어떤 물건인가? 통화하는 도구다. 멀리 떨어진 사람과 용건을 대화로 처리하는 데 유용한 도구다. 요즘은 화상 통화로 자료를 보여주며 통화를 하기도 한다. 편지는 며칠이 걸리고 찾아가는 것도 어려울 때가 있다. 용건이 있으면 바로 전화를 들고 상대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그러던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컨텐츠 소비 도구가 됐다. 이미지, 동영상, 텍스트, 하이퍼링크를 소비한다. 이를 정보라고 부를 수는 없다. 하루에 수천만 건씩 생산되는 컨텐츠가 모두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정보가 되지 않는다. 주로 엔터테인먼트, 오락, 유흥이 된 지 오래다.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도구, 재주가 많은 유흥 도구가 폰이다. GUI(Graphic User Interface), 멀티미디어 재생, 터치스크린으로 어디에서든 시간을 보낼 좋은 짝을 만난 것이다.
화자의 가을은 그들과 함께 시작한다. 그들의 제품을 좋아한다.
가을이 되면 그들은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다. 그들의 출시 공지 프레젠테이션은 이제 업종과 기업과 무관한 발표 방식이 됐다. 화면을 보지 않고 슬라이드에 1~2개 오브제만 담고 물이 흘러가듯 술술 이야기하는 발표회가 업계 표준이 됐다. 그들이 시작한 의례의 방법이다. 그들은 후배들을 이끄는 집단이다.
그들이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면, ‘이번에도 혁신은 없다'라며 폄하하는 후배들. 하지만 그 후배들은 그들의 제품 뒤를 쫓는데 그치지 않고 CM까지 흉내 낸다. 제품을 사용하고 나서 사용자들이 향유하는 결과를 보여주는 그들의 CM. 사용자의 눈으로 봤을 때 후배와 매체의 평가가 얼마나 내실이 없는지 안다. 제품으로 안 되니 말로 깎아 내리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제 그들의 폄하는 그들의 제품 출시 후 의례가 됐다.
그들이 구축해 놓은, 자사 제품의 연계는, 3-screen 신봉자인 화자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 구성이다. 그들은 자사 제품을 소프트웨어로 연결했다. 클라우드 시스템에 데이터를 올려두고 3개의 화면에서 조회, 편집, 생성할 수 있다. 별도의 이동용 저장도구가 필요 없다. 원격 접속 화면을 느린 속도에서 조작할 필요가 없다. 기기를 새로운 것으로 바꿀 때 이전 기기에서 전체 백업을 하고, 신규 기기에서 클라우드 로그인을 하면 자료 전송 완료다. 사무실에서 작업하던 문서를 귀가 후 동일 애플리케이션을 노트북에서 기동해 클라우드에서 불러오면 작업 지속이 가능하다. 스마트 폰은 신규 일정 추가, 기존 일정 수정에 사용하고 스마트 패드나 노트북은 일정 검토 및 피드백에 활용한다. 덕분에 종이로 된 플래너 구입을 중단했다. 연락처도 스마트 폰에 입력하면, 스마트 패드에서 메시지를 보낼 수도, 메일을 보낼 수도 있다. 하나의 데이터를 끊김 없이 3대 이상의, 동일한 로그인을 한 스마트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다.
화자에게 컴퓨터를 포함한 스마트기기는 통로(path)다. 화자는 평소에 집과 대형마트와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 하나만 곁에 두면 일상 유지에 문제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간혹 마음에 들지 않는(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마트나 브랜드에 록-인(lock-in)되는 경우) 상품을 사야 할 때도 있지만, 일상에서 필요한 것은 거의 100% 해결된다.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서 외출 빈도도 줄어들고 있다. 쇼핑, 도서, 영화, 음악, 콘서트를 모두 스마트기기로 소비할 수 있다. 도서도 수십 권의 전자 도서를 대여 형태로 이용하니 집 공간도 절약하고 스마트기기 저장 공간도 절약한다.
스마트기기라 불리는 장치가 나온 지 20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폰은 6년 이상을 넘기지 못한다. 망가지지도, 잃어버리지도 않는데. All-in-One 데스크탑, 노트북, 스마트 패드는 모두 10년 이상을 사용했다. 올인원 데스크탑은 LED 부분 소모품이 수명을 다했다. 단종되어 고칠 수도 없었다. 그들은 자원 재활용을 위해 이러한 기기를 반납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비록 영어로 신청서를 써야 하고, 한 박스에 배터리 기준 2대 이상은 포장할 수 없지만, 재활용 쓰레기 처리 스티커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신청하고 포장해 두면 물류 회사에서 집으로 찾아온다. 규정에 맞게 포장했음을 확인받고 그들에게 전달하면 프로세스 완료다.
왜 폰은 10년 이상을 사용할 수 없을까? 이번은 배터리 문제였다. 이와 관련해 한동안 보상 프로그램이 가동하기도 했다. 물론 고의성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 전엔 왜 10년도 되기 전에 신모델로 폰을 변경했을까?
모델 1은 사지 않았다. "컴퓨터 전문기업이 스마트 폰을 잘 만들지, 이동전화기 제조기업이 스마트 폰을 잘 만들지' 두고 보고 싶었다. HP의 iPad와 통화 기능의 차이만 있을 뿐이기도 했다. 전자 수첩 이상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들의 사용자 환경은 지금까지 익숙한 컴퓨터 환경과 달랐다. 화자 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여기 있을까?' 싶은 위치에 필요한 메뉴가 있었다. 이런 직관적 UI(User Interface; 사용자 사용 환경)로 이들의 팬이 됐다. 기술력은 어쩌면 대동소이하다. 오히려 그들의 경쟁사가 기술력이 더 높은 인재들을 활용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조화로운 디자인 역량을 앞서는 기업은 없다고 자신한다. 이는 그들의 자부심인데 그들의 팬인 나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앞서 말한 직관적 UI가 그들의 대표적 디자인이다. 이제는 반도체까지 개발해서 통합하고 있다. 자사 노트북-스마트기기를 네트워크와 클라우드로 연결했다. 음악 서비스, TV 및 영화 서비스 등 제품을 활용할 문화를 개선하고 있다. 각 부분은 전문기업을 앞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컨텐츠 공급이 점점 나아지고 있어서 다른 전문기업의 앱을 설치하는 경우는, 전문기업의 서비스를 대체할 수 없을 때다. 그들의 TV 서비스가 국내에 출시하길 기다리고 있다. 음악은 서비스 못 하던 음원을 추가하여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폰이 없다면.
전화기를 한 번도 들지 않고 며칠을 지낸 적이 있다. 까맣고 다이얼이 달린 전화기. 전화가 오거나 전화를 걸 때 외에는 필요하지 않던, 순수 커뮤니케이션 도구였다.
"우리 집!"하면 집 전화로 연결되던 폰이 있었다. 통화할 사람이 없을 때 단지 시계였다. 음성 명령으로 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 하나로 신기하다고 느끼던 시대였다.
스마트 폰이 없다면, 통화를 할 수 없다. 야근을 끝내고 귀가한다는 가족의 톡에 ’수고했어‘라는 메시지와 ’등을 꾹꾹 안마하는 이모티콘을 보낼 수 없다. 업무 하며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새로 나온 드라마 시리즈를 볼 수 없다. 인기 있는 영화를 볼 수 없다. 웹 브라우저 서비스를 유지하는 앱(서비스)은 노트북이나 스마트 패드로 대신할 수 있지만, 통화만은 해결할 수 없다.
스마트 폰, 스마트 패드, 컴퓨터의 차이점은 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이다. 문서 작성은 아직 컴퓨터로, 메모와 일정 관리는 폰으로, 영상은 스마트 패드가 Main Player다. 터치스크린이 일반화됐고, 나이가 어릴수록 더 익숙하지만, 화자에게 문서 작성은 노트북으로 하는 일이다. 메시지로 할 수 있는 소통이 있고, 음성으로 이야기해야 원활하게 통하는 소통이 있다. 폰이 없다면, 음악, 영화는 둘째치고 소통하기 어렵다. 286부터 스마트기기를 사용해 온 화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번엔 구독을 하려 한다. 소유가 아니라 대여를 하려 한다.
지금까지 2년 혹은 36개월 할부로 내 폰을 구입했다. 몇 년 전 구독 서비스가 나왔다. 1년에 한 번 신규 폰 모델이 출시되니 12개월마다 신규 폰으로 교체하는 서비스다. 기기를 임대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구독이라고 해서 새로운 서비스라 생각할 필요 없다.
내 폰을 변경할 때도 구 기기를 초기화하고 신규 기기에서 로그인을 하면 작업 완료다. 한동안 Early-Adopter에서 내려왔던 나였다. 다시 돌아갈 흥미는 없지만, 나름 레트로 추억 여행일 수 있다. 일상에 작은 변화다. 이제는 1년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됐다.
오랜 사용은 알뜰, 절약으로 표현할 수 있다. 만일 1년 대여로 전환하면 어떨까? 돌려줄 물건이니 조심스러워질까? 오랜 사용 습관상 충분히 조심스럽다고 생각하는데. 전화기는 앱 스토어에 지원하는 앱이 점점 사라지면 바꿀 수밖에 없다.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OS 업데이트를 6~7년씩 지원받더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매년 새로워지는 모델을 사용해 보는 경험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