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 물가

by 가브리엘의오보에

*커버 이미지: Photo by Antônia Felipe on Unsplash


매주 목요일은 재고관리일이다. 오후 2시처럼 기분이 풀리고 나른해지는 목요일. 항상 구비해야 할 물품이 얼마나 남았나 살펴보고 추가로 필요한 물품을 조사해서 구매 목록을 정리한다. 쇼핑은 주말을 이용한다. 물품 별로 가성비 높은 마트를 조사해 두었다. 슈퍼마켓, 직거래 협동조합,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검색 후 쇼핑), 제철 식재료의 온라인 산지 직송 매장 등을 조사해 두었다. 새벽 배송은 가능한 이용하지 않는다. 배송비가 더 높기 때문이다.


머리를 다듬고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는다. 뜨거운 고대기나 헤어 도구는 잠시 시킨 후 전원선을 정리해 원래의 자리에 둔다. 설거지를 하고 그릇은 사선으로 기울여 둔다. 똑바로 세우거나 수평으로 놓는 것보다 물기가 잘 마른다. 이건 고민과 조사를 통해 알게 된 살림의 팁이다.


아침 저녁으로 거실과 방의 바닥을 정전기 포와 실내용 마대로 닦는다. 정전기 포는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실내용 마대 걸레는 8장 정도 구비해 두고, 사용된 걸레가 4장 정도 되면 샤워할 때 손으로 세탁한다. 더운 물이 나오기 전 찬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이든 등하교든 아침은 반드시 챙긴다. 나도 함께 먹는다. 빵, 밥, 죽, 미숫가루, 시리얼 등을 적절히 섞어 중복되지 않도록 한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점심을 거하게 차리고 저녁은 먹지 않거나 최소화한다. 간간히 초콜릿이나 과자가 생각나므로, 다용도실 창틀에 고리를 걸고 과자 바구니를 걸어 둔다. 쇼핑 시 먹고 싶은 과자를 조금 사두고 생각나면 먹는다.


이런 인련의 습관 혹은 정기적 활동을 가정의 지속 가능성 유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가계부 물가가 올랐다. 가계부에 적어 넣은 식료품 구입, 식비의 단가가 높아지고 있다.


그때그때 먹고 싶은 메뉴를 생각하거나, 완전 조리 식품을 데우거나, 배달로 끼니를 해결하니 식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관리할 때, 식재료를 구입해 조리를 할 때, 구입처를 선별할 때에 비해 높아졌다는 말이다.


야채는 A 종합 마트가 싸고, 육류는 B 정육점, 공산품은 C 대형 마트가 저렴하다. 물품에 따라서는 창고형 마트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싸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더 싼 온라인 상점에서 구입하기도 한다. 제철 식재료는 산지 직송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렇게 관리할 때와 비교해 가계부 물가가 높아졌다. 양파가 떨어진 줄 모르고 있다가 가까운 마트에서 구입하니 단가가 올랐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가계부 물가가 올랐다.


정리하면, 가계부 물가란 직접 구입한 물품의 분량 대비 가격으로 정의했다.


내일 아침 메뉴는 버터 토스트로 정했다. 필요한 것은 버터, 식빵, 토스터다. 그리고 캡슐 머신으로 커피를 내린다. 여기서 미리 준비할 것은 버터와 식빵이다. 버터 토스트의 우리집 레시피, 즉 조리법은 부드러운 식빵을 토스터에 살짝 굽는다. 그리고 버터를 얇게 펴 바른 후 다시 토스터 기에서 굽는다. 우리집 토스터는 오븐형이라 이런 조리법이 가능하다. 전용 토스터는 빵을 세워 넣기에 바른 버터가 녹아 밑으로 흐른다. 그렇다고 전용 토스터를 옆으로 눕혀 해보기도 했지만 뭔가 아닌 것 같았다. 레시피의 포인트는 버터를 얇게 펴 바르는 것, 부드러운 식빵을 굽는 것. 버터는 냉장 보관, 식빵은 매월 1일 할인 이벤트에 몇 봉지를 사서 냉동실에서 보관한다. 사전 준비는 전일 잠들기 전에 버터를 분량만큼 그릇에 덜어 상온에 놓고, 냉동실의 식빵을 분량만큼 접시에 담아 상온 해동하는 것이다. 버터가 굳어 제대로 발리지 않아 빵이 찢어지는 것은 좋은 경험이 아니다. 얼린 빵을 급해서 그대로 토스터에 넣으면 해동되며 굽히기 때문에 식감이 별로다. 또 버터와 식빵이 메뉴에 맞게 비축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일련의 준비 활동을 지속가능성 유지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가정에서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있지 않다. 물론 이러한 관리 행동은 인간의 역사와 거의 동일하다. 의식주를 유지하고 부족함이 없어 준비 과정이 중단되는 일이 없게 하려고 수요에 따른 공급을 유지하려고 애써왔다. 하지만, 이것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를 정의하진 않았다. 그래서 기업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빌어 가정의 원활하고 지속하는 상황을 유지하는 데 사용한다.


가정의 지속가능성 개념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소비 현황의 데이터를 기억하고, 가족의 인원수에 따른 혹은 행사가 있을 때 소비되는 물품 종류 및 수량을 파악한다. 수집된 데이터가 있다면 계획할 수 있다. 일상에도 사업과 마찬가지로 변수가 발생한다. 갑자기 들이닥친 친구들, 친척들, 밖에서 술 마시다가 우리집으로 쳐들어오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럴 때 문 닫은 마트를 두드릴 수는 없다.


일상이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경험하면 어느 정도 예상이 되고, 필요 소비량 외 비축분을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효율화를 지속하면 준비의 품질이 올라간다. 그다음은 실행이다. 실행은 다시 데이터를 낳고 데이터는 분석과 계획으로 이어진다. 기업이든 가정이든 지속가능성의 구현은 계획-실행-피드백의 기본 구조(frame)를 가진다. 이를 지금까지 지속가능성 구현이라고 하지 않고 살림이라 불러왔다.


이렇게 살림을 해보면, 그리고 집이 좁을수록, 갖고 싶은 것이 생긴다.


팬트리(Pantry)라는 식료품 저장실. 해외, 특히 미국 가정에는 저장고 혹은 저장공간이 있다. 그 안에는 건조하게 보관할 식재료, 통조림 혹은 병조림류 등을 보관한다. 일일 소모품 역시 이곳에 보관한다. 사용하지 않는 가전이나 기구도 이곳에 보관한다. 팬트리는 구입처와 거주지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발달 된다. 예전엔 냉장고가 없어서 식재료나 소모품, 장비 등을 보관하기 위해 설치 사용했을 것이다. 냉장고가 저변화된 다음 식재료는 냉장고 혹은 냉동고로 향했다. 풍미를 위해 냉장 혹은 냉동 과정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금은 걸어서 10분 정도면 구입처에 닿을 수 있다. 그래서 굳이 팬트리라는, 별도의 공간이 필요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이행하다 보면, 주방 및 거실 수납공간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다. 이는 마트의 개당 판매 분량과도 관계가 있다.


만일 주간 메뉴 상 1주일에 필요한 양파가 1.5개이고, 비축분을 포함 2개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구매해야 하나? 양파는 최소 3~4개부터 2~3kg 단위로 판매한다. 1회 구매량이 3개 이상이라는 말이다. 이번 주가 지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없다면 양파는 1.5개가 남는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이 넘은 지금, 1인 가구에 대한 마트의 배려는 대형일수록 찾기 어렵다. 물품에 따라서 낱개 구입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물품이 더 많다. 할인 판매 식용유는 묶어서 판매한다. 1리터 이상의 분량은 3인 가족 기준 1개월 이상은 사용한다. 1인 가구의 경우 가장 작은 병을 구입해도 1개월 이상 사용한다. 유지류는 보관을 잘해야 한다. 직사광선 등 빛에 노출되거나 산소, 열에 노출되면 산패된다. 산패된 기름은 발암 원인이 될 수 있다. 마늘은 더하다. 깐마늘을 판매하는데 최소 500g 이상이다.


이러한 공급 상황은 공급자 관점에서 마련된 매대다. 공급자 시각은 부족 사회를 벗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다. 공급자가 불편하면 그 불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제도와 체계를 변경, 신설했다. 공급자 중심의 변화는 사용자를 불편하게 한다. 사용자 관점에서 남는 물품의 보관 필요성 및 효율화가 필요하게 된다.


가계부 물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의 유지를 위한 효율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데이터 수집-분석-계획-준비-사용-피드백의 기반 체제가 있겠다. 가정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니, 이러한 프레임을 각 가정의 상황에 맞게 맞춤 구성할 필요가 있다. 오늘 오후 2시에는 이 부분에 대해 마인드맵을 정리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