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브리엘의오보에 Feb 16. 2022

불의한 일은 피해자가 느낀 만큼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는 스릴러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궁금증을 일으킨다.


상대가 드러나던 드러나지 않던, 주인공은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해 나아간다. 혹은 완숙의 경지에 오른 주인공이 예고 없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리 생각해 상대를 물리친다. 전략, () 어우러지니, 대부분 시대극이다.


(좌) 경여년 (우) 설중한도행


가장 최근에 늦은 밤까지 시청하던 시리즈다. 가장 잘 알려진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리즈 구성은 크게 차이가 없다. 다만, 중소 규모 스트리밍 서비스에 숨은 보석이 있기도 하다.


천성장가


원작은 여황제에 닿는 과정을 논한다. 소설 '황권'이 이 시리즈의 원작이다.


랑야방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복수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황위를 놓고 벌어지는 황자들의 정쟁과 뒤섞인 이야기다. 주인공의 성장은 없지만, 그의 문제 해결 능력이 눈길을 끈다.


녹정기


소설가 김용의 작품은 시리즈로 지속 만들어진다. 신필이라 칭하는 작가의 작품이라 배우를 다르게, 줄거리의 연출을 다르게 하여 새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녹정기 시리즈  원작의 주인공을 가장  구현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구주해왕목운기


왕좌의 게임  서양의 세계관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작가가 모여 구축한 세계관, 구주.  세계관에 기반해 여러 작품이 만들어졌지만, 그중 가장 재미있게  작품이다. 마법, 요정,  등이 등장하는 다채로운 소재가  어우러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마무리가 되지 않았고,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선한 주인공이 암투와 정쟁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는 바보 같게도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을 해친다. 그것도 재능이 출중한 주인공의 주변 사람을 말이다. 주인공이 재능을 꽃 피우기 전이므로 몰랐다고 할 수 있지만, 결국 주인공의 재능에 무릎을 꿇는다.


예나 지금이나, 정부는 백성을, 국민을 근간으로  정치를 하는 선의 집단이다.  선의 집단 내에서 욕심을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법을 어기도록 만들거나 국법을 어겼다고 몰아가는 것이다. , 상대는 정의를 구현한다는 모습 속에서 자신의 욕심을 채운다. 결코, 칼을 난자질을 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있는, 가능한 재능 있는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이는 권력의 형성 과정이기도 하다.


황제가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다. 신과 인간 사이의 중간자인 황제는 신하가 전하는 말을 듣고 그들에게 명을 내린다. 신하는 황제의 눈과 귀이고 손과 발이다. 따라서, 황제는 언제든 이들에게 휘둘릴 수 있다. 모든 결정은 황제가 내리므로, 그들에게는 반대파를 제거할 명분이 필요하고 증거가 필요하다. 집단이 움직인다.


상대의 집단에 속한 이들 중 욕심을 함께 하려는 이들을 제외하고, 이것이 나쁜 일임을 모르는 것일까? 상대는 언제나 '더 나은 세상'을 약속한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것을 주거나 가장 무서워하는 것을 막아준다. 다시 말해서, 은혜를 베풀어 세를 구축하고 이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 한다.


황제가 황태자를 선정했다. 그것이 장자승계든, 적자승계든 황태자를 정한다. 황제에 충성한다면, 이 결정에 따라야 한다. 경여년 시리즈에서 이런 대화가 있다.


만일, 너의 종에게 너를 때리라고 명했을 때,
종이 너를 때리면 상전을 업수이 여기는 것이고,
종이 너를 때리지 않으면 네 명을 거역한 것이다.


헌데, 다른 황자들이 황태자의 오류, 잘못, 죄 등이 황제 눈에 띄게 하여 황태자를 끌어내리려고 노력한다. 권력 있는 신하도 함께 한다. 황제 입장에서는 자신이 정한 황태자를 공격하는 것은 죄이나, 잘못된 승계자 지정은 자신의 죄이기도 하다. 황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판단을 위한 증거, 증인이 필요하다.


황태자 공격에 성공한 황자는 황제가 될 수 있을까? 황태자가 폐위되어도 자신이 황태자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암투 중에도 황제가 칭찬할 일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홍보한다.


이렇게 선의 집단 내에서 욕심을 충족하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마교는 어떨까? 여기서 마(魔)는 인간의 지혜로 알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사회 질서와 문화와 다르다. 이를 준수하지도 않는다. 더욱이, 마교 교주는 그렇지 않지만, 중소 마교 집단이 민간인을 해친다. 마의 이름을 걸고. 결국 마교는 정파에 있어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존재이다.


갈등이 고조되고, 서로를 해치며, 서로를 업수이 여긴다. 마교 교주는 외친다.


내가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다.


정파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마교 교주에게 충성하고 스스럼 없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다. 그리고 영원한 마교 세상을 외치며 사라진다. 마교에도 정의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그렇지만, 정의란 승자의 사상이다.


세상에 상대는 있어도 악은 없는 모양이다. 아니, 악은 존재할 지도 모른다.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을 해치는 자는 악이다. 상대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도시 전체를 날려 버리려는 테러리스트는 악이다. 서로 맞서는 사람들끼리 대결해야 하는데,  범위를 넘어 경쟁  밖의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면 악이다. 상대든 나든, 소위 '민간인' 해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없다면, 악이다.


다시 마교로 돌아가서, 마교에 대한 인식이 그런데, 이들이 집단을 이루고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탐관오리인데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과 이익을 나누며 함께 하는 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억지 춘향이든 자발적이든, 이들에게 동조하기 때문이다.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무대 위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무대에 서도록 돕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탐관오리에게 재산과 아내를 빼앗기는 것이다. 그들을 위해 무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반대로 보면, 악을 근절하는 방법은 동조자를 없애는 것이다. 혼자서는 오래가지 못한다. 효율적 대응을 위해, 동조자 중 중요자들을 먼저 제거하거나 이격 한다.


이런 일들이 이 시리즈에는 차고 넘칠 만큼 있다.


경여년 담주의 노마님은 경성으로 떠나는 손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상대에 대응  마음을 독하게 먹으라고. 욕심에 나를 침범하는 이들에게 인본주의, 인권은 필요 없다.


한 사람이 상대의 뺨을 때렸다. 때린 사람은 '뺨 한 대'라고 자각한다. 맞은 사람은 빨갛게 부어오른 뺨 외에도 모멸감을 느꼈다. 이때, '뺨 한 대'의 가치는 얼마인가? 그것은 '부어오른 뺨' + '모멸감'이다. 만일, 이 '뺨 한 대'가 불의하다면, 이 가치만큼 벌을 받는 것이 맞다. "난 그냥 뺨 한 대 쳤을 뿐인데?!"라는 판단은 필요 없다. 불의한 일은 피해자가 느낀 만큼 벌을 받는 것이 맞다. 하지만, 오히려 칭찬을 듣는다면? 아니 맞을 만한 짓을 했다고 주위 사람이 설득되어, 맞은 사람이 벌을 받는다면? 암투와 정쟁은 시작된다.


#암투 #정쟁 #쟁투 #선과악


*Cover-image: Photo by Miguel Bruna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진실한 사랑인데 응원이 없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