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확신이 없어질 때
내가 일하면서도 확신이 없어질 때가 있다. 언제 내가 확신이 있었고 언제 없었을까. 그런 생각을 적어본다.
나의 건축과 생활은 반항의 역사였다. 반항만큼 내 학점은 숱한 탄압을 받았다. 뭘 하라고 해도 난 잘 되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다른 학교는 다 기계과 쓰고 여기만 건축과 썼던 그런 영향인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그런 건축 프로세스가 썩 내키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세돌과 알파고가 격돌하던 시절 땅바닥에서 모델을 자르며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은 확신이 되었다. 여차저차 BIM 연구실에서 인턴을 하며 "이거 잘하면 나도 뭔가 하나 할 수 있겠는데?"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BIM / Facade 컨설턴트로 일을 시작했다. 뜬금없이 Facade가 나오는데, 그 이유는 BIM 컨설팅 만으로는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 2년간 회사를 다니며 숱한 이해 당사자들을 만났다. 건축가, 시공사, 전문 Facade 제작업체 등. 건축에는 모르면 당해야지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뼈저리게 느낀 순간들이었다. 각 정보를 모두 다 공유하는 게 참 좋은데 그런 정보들을 제공하는 행위가 오히려 나를 향한 칼이 되는 순간들을 겪으며 중요한 정보들을 감추는 게 버릇이 되어 버렸다. 그런 직장 생활의 결론은 "이 분야는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겠구나, 일단 떠나서 다른 일을 모색해 보자"였다.
대학원은 사실 다른 커리어를 향한 발판이기도 했다. 나는 나름의 순서를 정해놓고 다음 커리어를 준비했으며, 어찌어찌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 다른 곳으로 갈 기회도 있었지만 내 졸업 시기와 맞물려 업계에서 나를 찾는 무수한 손짓을 버릴 수 없었다. 어쩌면 그런 손짓이 내가 좀 더 잘 쓰일 수 있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예상이 맞은 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필드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각 회사들은 기술력을 향한 무수한 광고들을 뽑아내고 있지만, 그 포장지이면에 과연 진짜는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도 자주 한다. 전회사에 비하면 훨씬 큰 규모로 오긴 했으나 기술력으로 보면 바닥 밑에 지하실 입구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면 사람들은 혁신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배를 만들려면 바다로 가는 꿈을 심어줘야 하는데 바다로 가는 꿈을 누군가 심어주지 않았을 수도 있고, 바다가 무엇인지 몰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면 바다로 가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뭐 다 그럴 수 있다. 근데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비정상이 되는 이상한 상황들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그리고 그 뒤를 자세히 보면 바다로 나가면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는 사람들과 같은 정치적 이슈가 숨어있던 것을 보곤 한다.
그런 점을 보면 참 안타깝다. 나는 우리가 이제는 남들을 따라 하는 모델에서 벗어나서 리딩하는 모델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기꺼이 바다로 나가려 해야 한다 생각한다. 물론 노를 젓지도 못하고 배도 못 만드는데 나가자는 얘기다. 시대가 이제는 육지에서 바다로 넘어가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 내가 비록 뱃놀이를 해본 적이 없지만 배우고 나가자는 얘기다.
푸념을 계속 늘어봐야 무엇이 해결될 수 있을까. 결국 확신이 없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고인이 된 이건희 전 회장은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고 얘기하며 혁신을 이야기했다. 지금도 한 번 그래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은데 이 업계는 그러자고 해도 할까 싶다. 그래서 오히려 작은 곳이라도 IT업계를 완전히 입문해 버렸어야 했나 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상태부터가 여기 있어야 하는지 확신이 없는 상태 아닐까. 아무튼 무엇이라도 나 혼자라도 공부하고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