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야기, 다시 쓰기

-이야기 쓰기와 다시 쓰기-

by 아나키스트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이야기는 그 사람이 속한 사회적 가치관과 개인적 경험의 합입니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강한 힘을 가집니다.

그 힘은 우리의 행동을 지시하고,

삶이라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Story/Narrative)는 어느 것이든 구멍이 숭숭 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 쓰기'는 은유가 아닙니다.

실제로 삶의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행위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썼든 라캉이 썼든, 그 어떤 거장의 문장도 온전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썼다 지웠다 할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만 합니다.


이야기는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이야기 다시 쓰기는 시간이 남아서 하는 '헛짓'이 아닙니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중년을 그저 ‘지는 황혼’으로만 보지 않으셨나요? (

그렇다고 해주셔야 제가 체면이 좀 섭니다만...)

여러분이 제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것 자체가

이미 중년이라는 서사를 다시 쓰고 계신 증거입니다


다시 쓰기는 미래를 향한 징검다리입니다.

우리는 다시 쓰기를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슬쩍 '염탐'해 봅니다.

그러다 만만해 보이면 행동으로 옮기고,

아니다 싶으면 또다시 고쳐 씁니다.

또한 다시 쓰기는 광산에서 금을 캐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다시 쓰기를 하다 보면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부분, 소홀히 여겼던 소중한 가치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아쉬운 부분도 건져 올립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다음 단계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하고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철학자들이 이미 확인해 주었듯이,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 아닙니다.

이야기가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세상을 보는 안경이자,

우리 머릿속에 심어진 '인공지능 칩'과 같습니다.

우리가 이야기를 만들지만,

그 이야기가 다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셈이지요.


어떻게 다시 써야 할까요?

당연한 것에 의문 품기: "왜 꼭 그래야 하지? 누구를 위한 거지? 꼭 지금이어야 하나?"

이면 들여다보기: 익숙한 풍경을 뒤집어보고 엎어보는 연습입니다.

사소한 것 수집하기: 이제껏 사소하게 여겼던 것, 무심코 지나쳤던 의외의 순간들을 긁어모오는 것입니다.

제한 없이 상상하기: 현실성이나 실현 가능성을 고민하지 말고, 막 지르듯이 상상해 보는 겁니다.

현재의 갈망에서 시작하기: 지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위해 다시 쓰고 싶은지를 자신에게 묻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나름의 굴곡진 인생을 넘어온 저에게도 다시 쓰기는 절실합니다.

이야기치료를 배우기 전에는 항상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 '

철저한 계획'에만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제 노력과 상관없이

'우연'이라는 놈이 나타나 길을 틀어버리는 순간들은 애써 외면했습니다.

"어제의 선택이 오늘의 나를 만든다"는 가혹한 명제를 맹신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살아온 '나'는 간데없고, 항상 결과에만 집착했습니다.

부족한 능력, 부족한 노력, 지혜롭지 못했던 선택에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며

스스로를 괴롭혔습니다.


이제부터는 다시 쓰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안 되면 오기 부리지 않고 내려놓으렵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고, 사소하게 여겼던 저의 관록을 귀하게 여겨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 합니다.

오늘, 가을 속을 산책하시는 모든 분께

이 '다시 쓰기'를 함께 해보시길 권해 봅니다.



다시 쓰는 문장

-AI가 생성한 시-


삶이 이미 다 쓰인 책인 줄 알았습니다

어제의 선택이 오늘을 가둔 단단한 감옥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구멍 숭숭 난 초고일 뿐 지우고

다시 써도 괜찮은 부드러운 여백이었습니다


계획을 비웃으며 끼어든 우연들 앞에 더는 자책을 변명 삼지 않으렵니다

버려진 돌멩이 같던 사소한 기억에서 황금 같은 관록을 캐내려 합니다


마침표를 지우고 쉼표를 찍습니다

중년이라는 이름의 낡은 서사를 덮고

오늘, 가장 나다운 첫 문장을 다시 적기 시작합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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