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이후, ‘가고 싶은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DMZ 피스트레인·교토·콘월·APEC 경주에서 본 도시 브랜딩과 MICE

by MICE 기획자 Michelle

이번 주 월요일과 화요일, MICE人쇼와 2025 대한민국 MICE 대상 & 컨퍼런스를 연달아 다녀왔습니다.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 이야기부터, APEC 2025의 도시 전략, AI 이후 PCO의 역할까지… 머릿속이 한동안 꽤 시끄러웠어요.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남은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APEC 이후, 우리는 어떤 ‘도시 브랜드’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을까?”


오늘 ‘기획자의 목요일’에서는 단순한 행사 스케치 대신, 도시 브랜딩과 MICE 개최지, 그리고 기획자/PCO의 역할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APEC 2025가 도시들에게 남긴 질문

올해 APEC 2025의 키워드는 “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 Connect, Innovate, Prosper”였습니다. 연중 내내 서울·부산·제주·인천에서 각종 관련 회의가 열렸고, 정상회의는 천년고도 경주에서 마무리되었죠.

국가 차원에서는 3천만 관광객, 아태 지역의 ‘허브 국가’, 디지털·그린 아젠다 리더십 같은 거대한 키워드들이 오갔지만, 저 같은 기획자의 머릿속에는 조금 다른 문장이 맴돕니다.


“행사 한 번으로, 이 도시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 도시에 다시 오고 싶은 이유가 생겼는지, 로컬 경제·문화에 새로운 연결선이 생겼는지,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만들어낸 공동의 기억이 남았는지

APEC이 던진 신호는 분명했습니다. 도시 브랜딩이 더 이상 ‘관광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생존 전략이라는 것.


2️⃣ 교토와 콘월: “많이 유치하기”보다 “어떤 행사만 깊게 할 것인가”

컨퍼런스에서 소개됐던 두 도시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교토 - “교토다운 회의만 받는 도시”

교토는 “전통 × UN 회의 × 지속가능 회의도시”라는 정체성을 비교적 명확히 잡고, 모든 국제회의를 다 받기보다 도시가 가고 싶은 방향과 맞는 회의만 전략적으로 유치합니다. 참가자 경험 역시 “관광”이 아니라 골목, 공예, 식문화처럼 교토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체험하는 구조로 설계하죠. 도시가 행사를 위해 포장되는 것이 아니라, 행사가 교토라는 도시를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수단이 되는 방식입니다.


콘월 - G7을 ‘레거시 프로젝트’로 만든 도시

영국 콘월은 G7 한 번 치르고 끝낸 게 아니라, 자연 회복·그린 전환 프로젝트와 묶어 “G7 레거시”라는 이름의 장기 사업으로 이어갔습니다. 지역 업체와 함께 기념품·상품을 만들고, “콘월 = 푸른 해안과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이미지를 계속 쌓아가고 있습니다.


두 도시의 공통점은 단순합니다. 행사 유치는 수단이고, 그 앞에 서 있는 것은 도시가 풀고 싶은 문제(환경, 전통, 삶의 질)입니다. MICE는 그 문제를 함께 풀 사람들을 초대하는 장치인거죠. 그래서 이 도시들은 “얼마나 많이 유치했느냐”보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행사만 골라서 깊게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결국 이런 도시가 브랜드를 가져가고 있는 도시였습니다.


3️⃣ DMZ 피스트레인과 송길영 작가: 결국 도시를 완성하는 것은 ‘사람’

월요일 DMZ 피스트레인 이야기와, 화요일 송길영 작가의 강연이 묘하게 겹쳤습니다.


DMZ 피스트레인 –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은 “DMZ를 어떻게 새롭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페스티벌입니다. 평화를 정해진 방식으로 규정하기보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장으로 만들고자 했고, 프로그램·공간·커뮤니케이션 전체에 하나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심어 페스티벌 자체를 IP처럼 쌓아 왔습니다. 무엇보다 “돈 내는 주최가 호스트”가 아니라 기획자가 호스트십을 가진다는 철학이 강했습니다. DMZ라는 장소를 다시 보게 만드는 건 결국 기획자의 문제의식과 태도라는 점이 또렷했습니다.


송길영 작가가 짚은 포인트 – 인프라보다 ‘삶의 양식’

송길영 작가는 강연에서, 이제 사람들은 잘 만든 세트장보다 그 도시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을 궁금해 한다고 짚었습니다. Artificial(인위적)한 관광 상품이 아니라, 그 도시만의 Authentic(고유한)한 일상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 그리고 AI가 기능적인 일들을 대신해 줄수록,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면, 정서, 맥락이 더 중요해진다고요.


최근 서울 COEX에서 운영했던 정보 및 지식관리 컨퍼런스 CIKM 2025를 떠올려 보면, 이 메시지가 더 실감납니다. 공식 투어는 없었지만 참가자들은 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저녁 모임을 만들었고, 한국 참가자가 “오늘 동 가보실래요?”라고 가볍게 손 내미는 순간, 그날의 서울은 그 참가자에게 ‘한 번 더 오고 싶은 도시’로 저장되었습니다.

크게 드러내진 않아도, 현장에서 계속 느끼게 된 결론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실제로 도시의 브랜드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인프라, 프로그램, 세션도 중요하지만, 로컬과 함께 ‘진짜 도시’를 즐겨본 경험, 즉 로컬의 삶 속으로 한 번 들어가 본 경험이 도시에 대한 인상을 입체적으로 바꿔 놓습니다.


4️⃣ 지역소멸 시대, 도시와 기획자가 체크해볼 '세 줄'

지역소멸 이야기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에, MICE는 “사람을 한 번 불러들이는 이벤트”를 넘어 “이 도시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언젠가 살아보고 싶고 자꾸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느껴지는지 시험해 보는 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잡합 프레임 대신, 도시와 기획자/PCO가 같이 봤으면 하는 질문만 세 줄로 정리해봅니다.


1. 이 도시는 한 문장으로 뭐라고 불리고 싶은가?

- 슬로건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가치관 기준의 페르소나까지 같이 떠올려 보기.


2. 이번 행사 한 번으로, 도시에는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 인프라, 로컬 브랜드, 커뮤니티 중 하나만이라도 분명히 정해두고 설계하기.


3. 그걸 위해, 기획자인 우리는 무엇을 더 하고 무엇을 AI에게 넘길 것인가?

- 회의에서 도시 메시지 한 줄을 끌어내고, 로컬이 호스트가 되는 구조를 만들고, 우리는 맥락과 경험 설계에 시간을 더 쓰는 쪽으로 역할을 재배치하기.




APEC 이후,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행사를 유치했는가”가 아니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번 행사로 어떤 사람이 이 도시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 사람이 기억하는 삶의 장면은 무엇인가”에 가까운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제안서 한 페이지를 쓰실 때, 이 질문 한 줄만 같이 올려놓고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이번 기획은, 결국 어떤 ‘사람’을 더 잘 보이게 할까?


그 질문 하나가, 우리가 설계하는 도시 경험의 방향을 조금은 다르게 틀어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매주 목요일 발행되는 닷플래너의 '기획자의 목요일'의 <기획자의 시선>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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