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에서 학생을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며?

by 사각사각

오늘은 오후에 길을 나섰습니다. 아침 나절에 후다닥 할 일을 해치우고 오후 시간이 비어있어서 공부방까지 걸어왔죠. 운동 삼아 삼십 분 정도만 타박타박 걸으면 되니까요.


햇살이 화창하고 완연한 봄 날입니다. 겨울 점퍼를 벗어들고 부지런히 걸었어요. 곧 봄맞이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봄맞이는 새 옷 사는 거죠. 개학을 한 우리 학생님이 하교 후 저녁 때나 오실 거예요. 그래서 간식이라도 준비할까 했는데 아뿔사, 지갑이 없네요. 헐헐. 어제 또 차 안 어딘가에 던져놓았나봅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문명의 이기, 자동이체가 있잖아요. 동네 어귀에 보이는 떡볶이집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단백질 식단은 잠시 잊고, 눈에 띤 이상 급 떡볶이가 땡깁니다. 오늘을 주말 대신 치팅 데이로 하면 되죠. 호기롭게 자동이체를 하고 떡볶이를 저녁에 배달시켜 달라고 했습니다. 우리 이쁘장한 학생님과 단란하게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몽실몽실, 포근해지네요.


좀 더 열심히 홍보계획을 세워봅니다. 내 공부방이니 회사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영업을 나서야 할 것 같네요.

(그렇다면 이 회사에는 왜 들어간 걸까요?)

아파트 두 군데의 관리사무실을 물어 물어 찾아가서 광고지를 게시할 계획을 세워봅니다. 음, 우선 광고지 먼저 준비해두어야 하겠네요. 군데서는 "여기에 게시한다고 효과가 있냐?"이런 퉁명스러운 말씀을 하셨지만 남들도 다 하고 처음이니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거죠.


이렇게 발품을 팔아 다리 운동을 한 후 공부방에 도착합니다. 어째 일주일에 딱 두 번 밖에 오지 않는데 바닥에 흙먼지가 꺼끌꺼끌하게 느껴지나요? 하, 물티슈를 들고 엎드려 바닥을 빡빡 닦아봅니다. 유리창 틈새로 바람에 이끌려 흙먼지가 계속 들어오나봐요. 청소 좀 덜하려고 공부방을 따로 얻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생활하는 집보다는 한결 깔끔하지만요.


우리의 삶이 날마다 다이나믹하고 특별하고 즐거울 순 없죠. 다만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최대로 행복하게 만들어봐야겠습니다. 학생님과 함께 매콤달달한 로제 떡볶이를 나눠 먹는 금요일 저녁, 나쁘지 않잖아요. 충분히 평화롭고 따뜻한 시간이죠.


조용하기만 한 공부방에서 홀로 커피 한잔 하는 기쁨도 있어요, 읽을 거리를 옆에 두고요. 이런 잔잔한 행복도 놓치지 않으렵니다.

근데 어째 책으로 장식만 하고 읽지는 않고 매일 쓰고만 있네요. 오늘도 마주 대한 인간이 별로 없다보니 마음속에 가득한 말이 글로 넘쳐납니다.


그럼, 나만의 이 고요하고 완벽한 시간 ,이제 우아하게 책을 펼쳐볼까요?

책은 장식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