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등학교에 입학한 여학생과 떡볶이를 먹으며 담소를 나눴습니다. 이 학생은 말이 없는 편이라 제가 주로 떠드는 역할을 담당해요. 가끔 보면 저는 E에 가깝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일대일 혹은 소그룹에서는 말을 상당히 잘하는 편입니다. 하루 한 두세 시간은 E를 유지할 수 있어요.
화제는 학생의 첫 등교에 대한 소감 같은 것이었죠. “그래, 반 아이들은 어때? 새 친구들 사귀었어?” 이런 가볍고도 친근한 질문들이요. 여학생이 머뭇거리며 말하기를 앞자리의 남학생에게서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합니다. 허허.
전 학교에 근무할 때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다수 봤기 때문에 그리 놀라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새 학년 첫날인데 담배를 피우다니요 “쉬는 시간마다 담배 피우러 다닌다고? 헐, 이미지 관리할만도 하련만 중독되서 못 참나 보네.” 이런 분위기로 도란도란 대화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근무했을 때 경험했던 담배에 얽힌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저는 길지는 않지만 공고, 정보고를 비롯하여 여러 학교에 근무했었기에 추억도 다채롭습니다.
어느 해에는 시골에 있는 학교에서 교사 겸 사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 아이들도 역시나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있어서 때때로 기숙사 방 점검을 했어요. 소변 검사 같은 걸 해서 검사지에 니코틴 성분이 나오는지 보기도 하고요. 헐헐.
교사 생활하면서 전 가끔 제가 경찰인지 교사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습니다. 흡연, 폭력 등 다양한 사건 해결과 취조 과정에 직면하게 되니까요.
그 학교에는 이십 대의 괄괄하고 화통한 여선생님이 한 분 계셔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근데 이 선생님이 아이들 기숙사 방에 감춰진 담배를 너무 잘 찾으시는 거예요.
전 담배와 친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를 어떻게 뒤져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 쌤은 기가 막히게 쏙쏙 찾아내셨어요.
왜냐? 이분은 흡연자셨습니다. 참 재미있는 분이었는데 한참 기숙사 점검하여 담배를 수거한 후에는 근처 논두렁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곤 하셨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전 얼마나 웃겼겠습니까. 여교사 신분에 또 내놓고 담배를 피울 수는 없으니 최대한 몸을 낮추고 숨어서 피우며 키득키득.
이거야말로 몰래 학교 근처 구석진 곳에 도망나가서 망을 봐주며 담배 피우는 학생놈들이랑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근데 이분이 170 넘는 상당한 키에 체격이 좋으셨거든요. 게다가 시골 논은 시야가 확 트여있잖아요. 근교의 얼룩소들을 비롯하여 누군가는봤을 것 같습니다.
한번은 공고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그때도 담임을 맡았었는데 학생과에서 우리반 학생들이 단체로 담배를 피우다가 걸렸다고 연락이 왔어요. 하, 전 당연히 남학생 몇 명이려니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웬 걸. 눈앞에 끌려온 학생들은 얌전하게 보이는 여학생 네댓 명.
평소 행실이 그다지 나쁜 것도 아닙니다. 요즘 학생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담배를 아무렇지 않게 배우기도 하더라고요.
그 학교는 규율이 엄격하여 추운 날이었는데 다른 쌤이 시멘트 복도 바닥에 무릎을 꿇으라고 했습니다. 전 그 학교에 근무한지도 얼마 안 되어 약간 구경하는 입장이었는데 마음이 좀 안 좋았어요.
‘이거 학생 인권을 너무 무시하는 행위인데.’ 그러나 공고 특유의 센 분위기에서는 용납되는 체벌이었더랍니다.
그리고 또 어느 학교에서는 아침에 출근하는 길이었어요. 학교에서도 일진으로 유명한 한 남학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등교하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오토바이도 경악할 일이건만 한 손으로는 담배를 들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멋지게 달려가네요.
하, 이 장면을 보면 소리라도 한번 지르면서 훈계를 해야 마땅하지만 전 아시다시피 체력이 극도로 좋지 않습니다. 핑계이지만 평소에도 소리 치고 하는 걸 참 싫어해요. 엘레강스하거든요. 그저 눈을 내리깔고 모른 척 지나가고 싶었습니다. 출근도 겨우 했다고요.
또 한번은 특별실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학생이 교복 자켓을 두고 갔다가 찾으러 왔길래 건네주는데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피가 툭 떨어졌습니다. 이 학생은 약간 어리바리한 스타일이었는데 선배가 부탁해서 어쩌고 하며 변명을 시작했어요.
하, 이 애처로운 학생을 학생과에 인계하고 등등 머리가 아파옵니다. 단단히 잔소리를 하고 넘어갔어요.
이렇듯 요즘 학생들은 담배를 접해본 학생이 아마 반수는 되리라 생각됩니다. 친구들과 어울러 놀면서 한 번씩 호기심에 경험 삼아 해보는 거죠. 하지만 흡연이 걸렸다고 해도 너무 심하게 자책감을 느끼도록 혼내시거나 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학교에서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아직 미성년자여서 마음이 약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며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 살살 달래셔야합니다.
무척 화가 나시더라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분자분 훈계하세요. 여기까지 담배에 얽힌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었네요. 십 년도 훌쩍 넘은 일들이니 지금쯤은 그 선생님과 학생들 금연했으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