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싶다

공부도 휴식도 충분히

by 사각사각

거의 늘 피곤해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와서 바로 과외를 했다. 가끔은 아파트에 도착했는데 아이가 하교 전이라 집 앞에서 서성이며 기다린다. 집에 온 아이는 방 상태가 엉망인지 방문을 한참 닫고 후다닥 청소를 시작했다. 내 상태도 못지 않아 개의치 않기에 말리고 싶지만 얌전히 밖에서 서서 기다려야 한다. 타인에게 그런 상태는 내보이고 싶지 않은 걸 이해하는지라.


아이는 기운이 없어 보이고 말이 없는 편이다. 처음에 몇 번은 괜스레 다정하게 굴었다가 무안만 당한 이후로 자제한다. 문제는 곧잘 풀기 때문에 질풍노도의 사춘기려니 하고 질문이나 사담은 안하려고 한다. 한 삽십분쯤 문제를 풀더니 조금 쉬고 오겠다고 했다.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여간해서 돌아오지 않기에 거실로 가보니 커다란 인형을 베고 잠이 들어 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져 세상 모르고 곤히 잠든 아이를 깨워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이들마다 체력은 다르다. 성인보다는 에너지가 넘칠 수 있으나 타고난 에너지가 부족할 수도 있고 학교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은 심신이 피곤하다. 학교라는 공간도 사회 생활과 비슷하게 복잡한 교우 관계도 있고 6~7교시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수업도 있다. 이를 마치고 돌아오면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또 다른 아이는 악기를 전공하고 있다 이 아이도 학교를 다녀오면 악기 연습실에 갔다가 다시 과외를 하러 왔다가 다시 연습실에 간다. 이만하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연예인 스케줄이랑 별 다르지 않을 정도. 전에도 예술 중고등학교에 다닌 아이가 있어서 이 아이들이 하루 여덟시간씩 악기를 연습 한다는 걸 들었다. (무엇이든 제대로 하려면 세상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어느 때는 밥 먹을 새도 없이 수업을 받는 것 같아서 수업 중에 무엇이든 먹어도 된다고 허락을 했다. 안 그래도 또래보다 한참 키도 작고 마른 아이가 끼니까지 챙겨먹지 못했다니 안쓰럽지 않은가? 이러니 연약해보이려면 마르고 볼 일.


이 아이는 극도로 피곤하여 눈이 반쯤은 풀린 상태이더니 아련한 눈빛으로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하였다. 이제 열 네살에 인생이 얼마나 고달프면 이런 말을 할까. 농사를 본격적으로 지어 본 적은 없으나 팔자에 없는 텃밭 농사 몇 개월에 혀를 내두른 적이 있어서 극구 말렸다. 농사나 돈 버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줄 아느냐 그나마 공부가 제일 쉽다 등등. 공부도 말처럼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지만 이 허약체질인 아이가 농사를 짓는 것은 무리라 생각되었다.


누구나 피곤할 때는 쉬어야 한다. 아이의 스케줄도 공부와 휴식을 적절하게 배분해야 효율이 오른다. 공부도 컨디션이 최상의 상태이고 뇌가 잘 작동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학교 수업 후에 휴식 시간도 없이 학원이나 과외를 빼곡하게 배치하는 건 문제가 있다. 과외를 많이 해야 돈을 벌겠지만 날마다 직장인 못지 않게 피곤에 쩔은 아이들을 보니 한마디 하고 싶어졌다. 아이든 어른이든 공부도 일도 휴식도 적당히 합시다!

오일 파스텔의 세계에 빠져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