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미셸 Michelle Oct 18. 2021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한다고 생각한 것

21.10.18 - 일주일에 커리어/자기 계발 글 하나 발행 - 32편

안녕하세요, 미셸입니다. 지난 한 주는 잘 보내셨나요~?

어쩜 이렇게 금방 겨울이 왔나 싶은데요, 

오늘은 '심리, 멘탈 코칭'에 관한 글입니다 :)


아 참, 그리고 저번에 깜빡했는데, 설문 조사에서 개인적으로 답글 남겨주신 분들이 계셨었고, (매우 감사했고) 그분들께는 조금 제 글을 통해 답변을 드리는 형태로, 제 글이 도움이 된다면의 의미에서 남겨보고자도 해요.


저와 같은 고민을 혹여 겪으신 분이 계시다면,

그 누구 한 분에게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빕니다.






최근에 세 갈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게 된 일이 있었어요. 며칠간은 밤에 잠도 못 자고 뒤척이며 생각이 많았었죠.


첫 번째 길은 데이터 분석 공부를 하면서 여기저기 출몰하다가 알게 된 분의 지인 분을 통해서, 두 번째 길은 존경하고 감사했던 전 직장 분 덕에, 마지막 길은 제가 두려움도 들었지만 사실 설레기도 한 저만의 길이었죠. 사실 종종 감사한 주변 분들 덕분에 과분하게 추천받기도,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앞선 두 길은 감사한 인연들 덕분이었음은 변함없어요.


문제는 제가 세 갈래 길 중 뭘 진심으로 더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혼란이 찾아왔을 때였어요. 평소 저라면 선택에 있어서 그렇게까지 큰 고민을 안 하기도 했을 텐데, 그래서 더더욱 신중하자고 마음먹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어느 방향의 선택이든 감사하기만 할 수도 있는 기회들이 다소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더 이상 자발적 백수라는 사치를 누릴 수 없는 상황에 가까워 왔는데 뭐가 문제였을까요? 그러다 이 원인 모를 제 혼란스러운 마음을 더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크게 두 가지 원인을 찾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정답”을 찾고 있었어요. 1번 길이든, 2번 길이든, 3번 길이든. 조금씩 저마다의 새로움이 잔뜩인 길이었고, 어쩌면 또 이렇다 할 정답이랄 게 없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길이든 선택하기만 하면 그 선택만으로도 정답일 수 있는 길이었죠. 그나마 무엇이 정답인고, 굳이 정답을 찾자면 1, 2번 길은 지금 공부 중인 데이터/설루션 쪽이라 시장/산업 자체가 유망하다는 큰 틀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 깊숙이 저의 이런 혼란은 꼭 정답을 찾고자 하는 마음에서만 비롯된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 두려움도 따라 피어오르는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이 두려움이 두 번째 큰 원인임을 알게 되었어요. 1번 길이든, 2번 길이든 어느 한 길을 택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는 결국 거절의 의사 표시를 해야 하는데, 저는 그렇게 누군가의 기대를 저버리게 되는 것이 두려웠고,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어요. 그리고 늘 고마운 오랜 소모임 멤버들에게 제 혼란스러운 마음을 두서없이 털어놓았을 때, 그래서 제가 가장 가고 싶은 길이 뭐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또 한 방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가 진짜 뭘 원하는지 살면서 나에게 많이 물어봐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많이 물어봤다고 생각했지만, 그 안에서 여러 경험들을 통해 정말로 원하는 것들이 바뀌기도 했는데, 저는 1번 길이든, 2번 길이든 사실 가장 안전하니까, 누군가가 나에게 원하니까라면서 내 안 깊숙이 깊숙이 진짜 원하는 것들에는 조금 눈을 감고, 지금 당장의 주어진 것들 앞에서, 유망해 보이는 것들 앞에서, 누구나 원할 것 같은 것들 앞에서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리고 이걸 어떻게 알았냐면, 사실 1번 길도, 2번 길도 제 마음을 설레게 하지는 않는 길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정말 정말 두렵더라도 마음 깊이 가장 가고 싶은 길은 제3의 길이었죠. (두려운 건 정말 실패 확률도 클 수 있기 때문이라서) 이건 잠시 마케팅 커리어 열차에서 내려와서 이런저런 활동들을 해봤기 때문에 알게 된 거고요. 


하지만 주변에 고민을 터놓을 때도 뭔가 완전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서 이게 또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저는 1, 2번 길만 주변에 말하고 있더라고요. 3번 선택지를 아예 제 고민 터놓을 때 말하지 조차 않고 있었어요... 그리고 문득 제 사고 회로 속 패턴까지도 반성해 보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겠지만, 저는 삶 속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받는 인정을 즐기면서 살아왔습니다. 유능하고 싶었고, 제가 맡은 일은 잘 해내고 싶었고, 부모님이나 주변 친구들, 지인들에게도 든든하고 멋진 사람이고 싶었죠. 그래서 학창 시절에도 관계 속에서 어우러지는 것도 좋아했지만 노력하는 분야들에서는 항상 잘 해내고 싶었기에 많은 분야들에도 노력해왔어요. 제 마음속 감정이나 기대 수준을 맞추기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인정에 더 즐거워하기도 했고, 지표가 명확해서 잘한다 그렇지 않다 구분도 명확할 수 있는 외부 기대치에 저를 맞추는 일을 반복하기도 했죠. 그렇게 반복 경험하다 보니 기대치에 응하는 건 점점 더 쉬워졌고 그게 더 편하게 느껴지게 되었어요. 이것도 일종의 멘탈 습관이 되었달까요. 


하지만 지금과 같이 시간은 한정되어 있어서 절체절명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그런 기대치에 기댄 결정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걸, 그 외적인 보풀들을 따라다닐수록 저는 평생 마르지 않는 샘을 채우는 것 같은 기분이 더 들겠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던 중 최근 그로스 해킹에 대해서 찾아보다 읽고 있는 책에서 아래와 같은 그림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민했던 1, 2의 길들이 과연 저 세 가지 겹치는 영역 중에 어딜지 생각해 보게 되었죠.


그래서 저는 어떤 길을 택했냐고요? 


제가 지금 당장 조금 더 제 성향에 맞으면서도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며 기여할 수 있는 제4의 길을 택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길을 만들 수 있도록 주변 분들과 대화를 하고 조율했어요. (좀 더 조율해야 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1, 2의 종합이자 3의 길을 장기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위치를 쓸고 닦았어요. 그러면서 제가 가장 원하는 건 결국 다른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지 않고도 나 스스로도 떳떳하면서 의미 있고 나 스스로에게 최선의 선택을 해나갈 준비라는 걸 다짐했어요.


다만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아직 해소하지 못한 내면 두려움이 있습니다. 1도, 2도 너무나도 급격한 변화예요. 하지만 진짜 다행인 건, 이제는 그 두려움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게 되었고, 궁극적으로 제가 원하는 길은 무엇일지 조금은 더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너무 단기적인 결과에 신경 쓰지 말고 더 장기적으로 삶을 보자고, 그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정의하고 선택해 나가자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설령 제가 지금 내린 선택이 모두 잘못된 것이어서, 다시 번복해 또 5, 6의 길을 찾아야 할지라도, 관계들은 소중히 여기고, 내면의 양심과 가치는 소중히 지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저만큼은 제 편이 되어주자고 마음먹었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또 흔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까지는 타인의, 외부의 기대나 시선에 많이 신경 쓰기도 했고, 그게 편한 습관이라서 자주 기대치에 맞추려고 해왔지만, 이제 그만하는 연습들을 해가려고요. 그게 결코 나를 아끼는 일이 아님을 알았으니, 이제는 내가 나의 속마음을 알아주고 내 안의 기대부터 맞춰주는 연습을 해가자고요. 


또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에서든 어떤 위치에서든 다시 도전하고 또 노력하기 위해서 외부나 남이 아니라 그 모든 결정과 행동을 해 나갈 내가 내 편이 되어 주자는 걸 크게 깨달았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믿어 주어야 하는 건 스스로이기 때문이에요. 때로 보듬고 아껴주면서, 부족해도 자꾸 자기 연민이나 자기 자비로 응원해주면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죠. 


그래서 이제 저는 더 이상 정답을 찾지 않습니다. 정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삶을 우리 각자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우리 행복과 희로애락은 모두 우리만의 것이자 우리 책임이니까요. 그리고 역설적이고, 두렵기도 하고 또 그래도 축복인 건, 원래 정답이 없는 삶이니까, 우리가 만들어가는 길들이 우리 각자에게는 가장 생존에 적합한 정답일 수 있다는 걸 계속 경험들과 작은 성취들을 쌓아가며 함께 각자 스스로에게 증명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빗소리에 피부는 촉촉해도 마음은 보송하시길 빌며..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글을 쓰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