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1 - 나홀로 일본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들 01
안녕하세요, 미셸입니다.
최근에는 나홀로 여행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는데요, 작년/재작년 휴가 때마다 국내 근교로 혼자 여행은 한 번씩 간 적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해외로는 처음이었는데 여러 에피소드와 인생을 바꿔주는
중요한 깨달음들이 좀 있었어서 몇 편은 여행기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
그러다 보니 정보 공유보다는 개인 감상평 위주 내용들이 주가 될 수도 있는데, 그래도 혹시 일본 여행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질문 주세요!
되는 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ㅎㅎ
미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망했다
밤 10시가 넘어 가는 시점, 내 눈 앞에 준비된 거라고는 빈 여행 가방 뿐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준비된 것도 그 빈 여행 가방 뿐인 것 같았다.
난 아직 일본 엔화도 환전을 안 했고,
정확히 어느 명소를 갈지 확정을 하지도 못 했으며,
교통 수단이나 먹을 음식에 대해서도 밤 동안 유튜브를 더 봐야하는 지경이었다.
그래도 기분은 적당히 즐거웠다. (미친 건가??)
근데 이 세 글자가 일본에 도착하는 첫 날 밤까지… 그 하루의 나의 테마를 장식하는 키워드일 줄, 이 때는 몰랐으니 그랬겠지.
그래서 비록 이번 여행은 준비 측면에서는 다소 망했지만 침착하자고 생각하며, 환전과 교통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음 날 비행기가 3시인데… 15시간 전에서야 드디어;
엔화 환전 방법과 가서 이동을 어떻게 할지, 교통에 대해 찾아 보기와 갈 만한 명소를 좀 더 구글 지도에 박기를 시작 했다.
(이 와중에 배운 막간의 꿀팁 ;
환전 수수료가 0원인 곳은
트레블 월렛이나 토스 뱅크인데,
트레블 월렛 실물 카드 수령은
2주 정도 걸리니 미리 신청하시길 바라옵고,
토스 카드도 기존 체크 카드와 통장이 있다면
미리 현지 화폐를 파킹해 놓는 것을 추천하며,
- 나는 실물 카드 잃어버린 바보라,
공항에 가서 환전을 해야했다..-
최후로 공항에 가서 환전을 해야할 경우
꼭 주거래 은행 환전 창구 위치와
환전 시간을 확인하고 가시라.)
사실 이 여행의 내 목적은 관광 명소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세계 테마 기행이 아니었다.
5월 많은 날과 출발 전 날 당일까지도
야근을 하면서도, 감사하게도 백업을 잘 해주시는
팀원분들을 뒤로 하고,
기어이도 짐을 챙기기로 한 건
다시 마음 한 가득을 매캐하게 채운
질문들에 답하려면,
익숙한 장소에서 멀찍이 벗어나
몸을 좀 고생시키는 게
선택지 중 하나임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글 쓰고 걷고 몸과 마음을 환기했던 경험들은
그간 썩 효과가 좋았다.
물론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지 확신은 없지만..
한 번씩 어느 누구와도 교류하기가 너무 지치고,
내가 선택한 모든 것들이 나를 버겁게 하는 것 같고,
내가 뭘 더 어떻게 하면 다르게, 더 잘 할 수 있을지 생각을 비우면서도 더 또렷하게 하고 싶을 때,
내가 나에게 부린 사치는, 지난 2년 간, 1년에 1번 정도는 혼자 떠나버린 근교 여행이었다.
정말 감사하고도 다행히도, 그 때마다 인생을 한 단계씩 더 깊어지게 하는 큰 깨달음을 얻고 돌아왔지만,
문제는 이번의 상대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었다.
그 영어도 잘 안 통하고 종종 지진도 난다는 일본….
내가 아무리 고등학교 때 일본어과 전공이었다고 하지만, 그것도 거의 10년 전이었다. (10년 전에 뭐 배웠는지 기억 나는 사람..?)
평소 일본 영화나 드라마도 자주 보는 편이 아니지만,
역시 나에게 있는 건 무식함과 용기 뿐이었다.
고맙게도 출발하기 며칠 전에
일본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와 연락이 닿았고,
다음 날은 또 교환학생 때 친구였던
일본인 친구와 연락이 닿았으며,
가장 중요한 (?) 파트인, 나에게는 숙소가 있었다.
내가 에어비앤비를 예약하자,
아래와 같은 알림 메시지가 날아왔다.
내가 숙소 예약 확정을 하기 전에,
이렇게나 엄청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시고,
내가 정말 예약 하고픈 곳이 맞는지 정말 확인해보라는 정말 친절하신 에어비앤비 호스트 분이 계셨다.
그럼 다 된 거지 뭐~!
그렇게 비행기 표, 숙소,
글 쓰고 싶다는 마음만 잔뜩 준비 된 나는
11시가 다 되어서야 짐을 싸는 게 가능했고,
결과적으로 고데기는 챙겼지만
돼지코는 전압이 반대인 것을 챙겼으며,
운동화는 챙겼지만, 밑창이 너무 얇은 운동화를 챙겨서 발바닥이 하루만에 불이 날 줄 몰랐으며,
셀카봉을 챙겼지만, 셀카봉 밧데리가 없는 데다가,
들어가는 밧데리가 보통 일반 매장에서 잘 팔지 않는 동전형 밧데리였던 지라,
한국 다이소에서 밧데리를 사고,
중간에 종이까지 끼워서 작동시켰으나,
그때까진 돼지코를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으므로
돼지코는 의기양양하게 지나쳤으며,
먹구름으로 흐려지고 있는 날씨를 보면서도,
우산을 챙겼으니 다 된 거지 뭐~라는 대책 없는 해맑은 마음으로, 그 날 일본에 도착하고부터 펼쳐질 쌩 (혹은 Dog..) 고생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다이소 들리느라 - 돈과 시간을 아낀다고 - 공항으로 버스 대신 공항 철도 타고 출발을 했으므로,
공항에는 시간 맞춰 도착할 것이므로,
여행에 대한 설렘이 그제서야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날의 미친 (?), 나라는 사람은, 가는 철도 안에서도 여행에 가서 셀카 예쁘게 찍는 법에 대한 유튜브를 보면서 갔는데,
내가 이 철도에서의 나에게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일본의 교통에 대해서나 더 자세히 찾아보라고 뒤통수를 때려줄 것 같다.
아무튼, 시작은 그렇게 번잡하긴 했지만, 설렜다.
그리고 갑자기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창밖에 비가 후둑후둑 오기 시작했고, 비행기는 1시간을 연착 했다.
- 오메, 비가 오는 데도 비행기가 뜬다, 야?
이 때까지도, 비행기 날개를 보며 비가 와도 설렜다. 그리고 이 설렘이, 과연 내가 막막한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도전 중이라는 설렘인지, 그냥 여행을 가기 때문이라는 설렘인지 뭔지는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어떻게든 해결해보지 뭐‘가 지난 2년 간 내가 새로운 환경에서 구르며 배운 깨달음이었고, 여행도 별 거겠냐 싶었다.
물론 오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