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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Mar 31. 2017

행복해지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해야 하나요?

프롤로그 : 인터뷰 여정의 발단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를 좋아하고, 아이들도 좋아하는데, 영화관에서 의자를 발로 차는 아이들은 싫어하는 평범한 대학교 4학년입니다. 또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판에 박힌 일상은 지루해해요. 또 원래는 방송 영상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가지 않고 경영학과로 왔는데요. 학과 공부가 맞지 않는 것 같아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어쨌거나 내 손으로 선택한 삶. 돈 벌며 책임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남들 다 한다는 스펙도 쌓고, 여러 활동도 틈틈이 하다 보니 스멀스멀 의문이 드는 겁니다. 




나는 뭘 위해 살지?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한가?
취직은? 


  아마 저뿐만 아니라, 아마 제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겪고 있을 모습인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교환 학생을 다녀온 후로는 온통 머릿속이 ‘해외 취업’에 가 있어서 관련된 블로그, 사이트, 책, 글들을 잡다하게 찾아 읽습니다. 그러다 급기야는 무작정 “외국에서 일하고 계신 커리어 우먼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러 가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밤 9시 LA행 비행기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이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2016년, 2 학기. 9박 10일 동안 미국 LA와 뉴욕으로 ‘자국 대학을 졸업하셨지만 미국에서 일하고 계신 커리어우먼분들 12분을 인터뷰’ 하러 떠났습니다. 난생처음으로 잔잔한 물결 같았던 인생에 거대 괴석을 던지는 짓이었어요. 웁스.. 그럼 제 돈으로 다녀왔냐고요?

  저는 근근이 용돈과 알바로 연명하고 있는 학생이기에, 미국에 당장 갈 만한 큰돈이 없었어요. 대신 학교 장학금 프로그램에 지원합니다. 마침 친한 후배가 학교 장학금으로 스페인에 다녀왔다는 게 떠올랐어요. 어떤 프로젝트든 개인이 실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를 후원해 주는 프로그램이어서, 저도 후배 덕에 지원을 해봅니다. 



프로젝트 테마는 ‘꿈,’ ‘커리어,’ ‘젠더,’ ‘행복’이었어요. 



  사실 가끔 월트 디즈니 홈페이지에 들어가 구인 공고란을 쳐다보는 게 제 은밀한 취미 중 하나예요. (이제 더는 은밀하지 않네요..) 그래서 지원서에는 ‘디즈니’에서 일하고 계신 분을 인터뷰 해오겠다고 썼습니다. 또 ‘파라마운트 픽쳐스 스튜디오’에서 뉴 미디어 배급 이사님으로 일 하고 계신 분을 만나 뵙겠다고 그분의 약력도 첨부합니다. 또 제가 인터뷰 하고 싶은 사람 50분 정도를 링크드인으로 추려내어 엑셀 파일로 정리했고, 신원 보증을 위해 대학교에 들어와 제가 해온 활동들도 적어 냈습니다. 저에게 믿고 맡겨 주시라고 정숫물 떠다 비는 간절한 심정으로요.

  인터뷰 후보자 분들을 추린 기준은 이랬어요. ‘되도록이면 자국 대학을 졸업했고, 한국사람일 것이며, 5년 이상 일 하신 분일 것’이었습니다. 국내 대학을 졸업했어도 미국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나도 해볼 수 있겠구나!’ 용기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어느 정도 경력이 있으셔야 제가 정한 테마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들려주실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습니다. 그게 1학기였어요.



 6개월 후가 됩니다. 




저는 어느새 미국으로 훌쩍 건너가 월트 디즈니 본사 뒤뜰을 걷고, 파라마운트 픽쳐스 스튜디오 내부에서 영화 촬영 현장을 멀찍이 지켜보고, 뉴욕 구글 내부 식당에서 인터뷰이 분과 식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TED 본사에도 직접 들어 가, 내부 직원들이 서로에게 지식을 전수해주는 생생한 현장,‘배움의 수요일(Learning Wednesday)’도 목격합니다. 그곳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과 인터뷰를 했어요. 


TED 뉴욕 본사 내부



정리하자면, 미국에 가기 전 한국에서 4분, 미국에서 9박 10일 동안 8분,
총 12분의 인터뷰이들을 만나고 돌아왔어요. 




그리고 지금은 이 브런치를 빌어 제가 보고 듣고 느낀 여정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제가 가본 길 위에는 ‘해외 취업’을 넘어선 ‘삶’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거든요. 




어떤 분들을 만나고 왔을까요? 

  앞서 말한 미국의 대표적인 대기업 직원분들도 만났지만, ‘분야와 전공을 막론하고’ 최대한 다양하게 만나 뵈려고 했습니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어요. 미 대사관 공보과 총괄, 실리콘 벨리 스타트업 대표, 세포라 마케팅 VP, 미국 명문 대학 영문학과 교수님, 위 워크 커뮤니티 매니저, 뉴욕에서 새로 스타트업을 시작하신 분, 할리우드에서 배우/작가로 일하고 계신 분 등 다양했어요. 


왜 하필 미국이었을까요? 

  다양성이 살아 숨 쉬고, 짧은 역사 동안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미국이 궁금했어요. 또 우리나라보다도 더 정글 같은 경쟁사회라는데 과연 어떤 ‘한국인 (혹은 동양인) 커리어 우먼’이 그곳에서 살아남고 계실지 궁금했어요. 


그럼 제가 성공한 여성들의 성공담을 이야기하려는 거냐고요? 

  에이, 그러면 너무 식상하잖아요. 어떻게 성공할지에 관한 처세술은 이미 서점에 많아요. 사실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어떻게 해외 취업을 하셨을까?’가 맞아요. 또 현실적인 커리어 패스들도 궁금했어요. 어떻게 하면 내게 맞는 일을 찾을지, 회사에서 회사로 이직은 어떻게 하셨는지 등등이요. 그런데 점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는, 제첫 출발점이 협소한 시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 분들은 사실 ‘성공’만을 위해 달려오신 분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그분들의 삶 안에는 ‘노력,’ ‘실력,’ ‘운’ 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가치’와 ‘철학’이 숨어 있었고요. 다들 각자의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개척해나가고 계신, ‘과정’ 속에 계신 분들이었어요. 결국 여러 질문들에 대한 ‘정답’을 찾으러 떠났던 제가 배우고 돌아온 건 애초에 누구에게나 통하는 삶의 정답은 없다는 거였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학교 시험지 밖 세상, ‘이제 앞으로 평생 답이 없을 인생에서의 태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또 누군가의 ‘인생’ 혹은 ‘삶’의 가치는‘사회적인 성공’으로 좌우될 수 없는 거잖아요, 누구나 성공을 해야 할 필요도 없고요. 그래서 저는 이 브런치에 좀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기존의 ‘성공 공식’을 기대하셨다면 조금 의아할 수 있는,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따라 할 수 있고, 어떤 어려운 상황과도 맞서게 해줄 ‘성장의 자세’와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요. 



LA의 밤



  방금까지는 따뜻한 이야기였고요. 차가운 현실을 보자면, 더는 ‘과거의 성공 공식’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기도 하잖아요?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인공지능과 자동화된 로봇들로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대요. 곧 세계 직업의 수는 인공지능과 기계들의 발달로 절반으로 감소한다고 하구요.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전 세계가 더뎌지고 있는 경제 성장 한 복판이라고 해요. 점점 예측 불가능한 시대가 오는 거고, 누구나 성공을 꿈꿀 수 있는 시대도 더는 아닐 수 있죠.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에서 ‘과거의 성공 공식’을 추출해서 우리 삶에 적용하겠다는 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구석기시대 유물을 답습하는 것만큼이나 철 지난 답일 수도 있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불확실성도 많고, 경제 성장도 둔화된다는 지금 같은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저도 한 마디로 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대신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분들이 각자만의 정답을 묻고, 정답을 찾아나가시도록 돕고 싶어요. 미국이라는 가장 경쟁이 심한 곳에서, ‘동양인 여성’이라는 가장 약자의 위치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아 남고 계신 분들의 태도를 배운다면 세계 어디에서나, 어떤 일을 해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그런 태도는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자세일 테니, 굳이 성별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아직 훈련 중이지만, 함께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자고 유혹하는 글이기도 하네요. 





  게다가 최근에는 양성평등에도 관심이 많아져서 그에 관한 글도 씁니다. 

  요 근래 나라 안팎이 ‘페미니즘’에 관한 논의로 뜨거웠죠. 그때마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단어들은‘여혐,’ ‘남혐’ 등 특정 성별을 지칭하며 서로를 혐오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간혹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뉴스에 떠도는 자극적인 기사들을 볼 때면 어쩌다 이렇게 이성을 ‘혐오’하는 수준까지 오게 되었나 싶잖아요. 서로 도우며 다독이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어려운 마당에 끝없이 퍼지는 부정적인 의견들이라니요. 이미 세대 갭, 계층 갭만도 충분한데, 젠더 갭에서까지 분노해야 한다니요. 물론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회적인 요인들이 있었겠고, 차차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세대가 기울여야 하는 노력들 또한 다양하겠지만 저는 ‘직장 내 성 평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앞으로 일 해야 할 곳이며, 제 친구들이 살아갈 곳이고, 제 자식들이 지내게 될 땅이니까요. 그리고 흥미롭게도 여러 자료들을 찾아 읽으면서 저 또한 생각지도 못 했고, 알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배우게 되었어요. 그건 아주 단순하고도, 당연한 사실들이었습니다.


  이를 테면 남자분들도 회사에서만 일을 하기보다 집에 일찍 돌아가 자신의 자녀들을 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 페미니즘이 여성을 우대하는 관념이 아니라, 남성도 기존의 젠더 고정관념에서 해방시키는 관념이라는 이야기. 결국 페미니즘도 우리 모두 고정화된 ‘성별의 틀’에서 벗어나 더 자유로워지자는 뜻을 지닌 관념이라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젠더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타인을 한 성별의 일부가 아닌 고유한 ‘개인’으로 보게 되겠죠. 그러다 보면 나도 내가 지닌 고유의 가치로 인정받고, 다른 사람도 그만의 고유한 가치로 존중하며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요? 결국 ‘인류’ 모두를 위한다는 게 좋았어요. 


우리는 누군가의 딸이며, 아버지이자, 엄마이자, 아들이죠.


  물론 미국도 양성평등과 관해서 아직 해결해야 될 부분이 많은 나라입니다. 익히 알려졌듯, ‘할리우드’ 배우들도 임금 불평등이나, 여성 배역 부족 등의 문제로 이의를 계속 제기하고 있고요, 트럼프는 세계 초강대국의 대통령이 되어 여성 혐오적인 발언을 한다고 언론들로부터 질타를 받습니다. 그래도 글로벌 성별 차이 지표(GlobalGender Gap Index, 2016)에서는 미국이 45위로, 115 위인 한국에 비해서는 나아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양성 평등 지표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국가들과 견주면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요. 하지만 구글, 디즈니 등 세계적으로 성별에 관계없이 복지가 잘되어 있고, 가장 다니고 싶은 직장으로 꼽히는 기업들 중 일부는 미국 기업들입니다. 제가 후반부에 언급할 직장 내 여성 관련 자료들을 제공해 준 컨설팅 기업 맥킨지도 미국 기업이고요. 그래서 저는 ‘기업’ 내부 의측면에서 배울 점, 미국의 유명 기업들, 혹은 양성 평등이 잘 실현되고 있는 기관과 기업을 거쳐오신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우리 현실과 비교해보고, 적용해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일으켜 보고 싶었습니다. 비교는 배움이자 개선의 시작이 될 테니까요? :)


따라서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1부는 “내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내 안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고요. 
2부는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 가지 방법 : 남녀가 동등하게 일 하고, 육아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입니다. 



제목만 봐도 궁금하시지 않으세요?

(네, 강요하는 겁니다.^^)


  정말 철없이 떠난 여행이었어요. 저는 지금도 아직 제 인생 ‘과정’을헤매고 있는 학생이에요. 완성형이 아니고, 아마 앞으로 더 많이 떠돌 제 인생의 단편이겠죠. 그런 저만의 이야기라도, ‘각자 다양한 삶의 항로를 개척하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글을 읽으시는 더 많은 분들의 맘 속에 새롭게 태어난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제가 다양한 분들께던진 질문들이 독자분들의 마음속에 새로운 ‘질문’으로 피어 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럼 제 인터뷰 여정에 함께 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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