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손

by 미오


일요일 이른 점심때였다. 고등학교 1학년인 작은놈 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차를 끌고 사농동 집을 나섰다. 7월 중순의 날씨치고는 그리 덥지 않은 날씨였다. 한 때는 유명한 먹자골목이었으나 지금은 곳곳에 임대 딱지가 붙은 석사동 스무숲 입구에 아들을 내려주고 한 블록 떨어진 CGV 사거리를 돌아 언덕을 내려가고 있었다.


순간이었다. 조수석에서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더딘 걸음의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여름임에도 할머니는 하얀색 긴팔 소매가 보이는 얇은 보라색 카디건에 발목까지 오는 롱치마를 입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헐렁한 감색 양복바지에 하늘색 반팔 와이셔츠, 밀짚 페도라 모자를 푹 눌러쓴 평범한 모습이었다. 차도 쪽으로 걷고 계셨던 할아버지는 검버섯이 얼룩덜룩한 손으로 할머니의 오른손을 꼬옥 붙잡고 있었고 두 분 다 족히 팔십은 되어 보였다.


시간이 조각난 듯 천천히 흘렀다. 할머니는 거의 바닥을 끌다시피 한 발씩 내딛고 계셨고 그에 맞추어 할아버지는 매우 짧은 보폭으로 천천히 앞장서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할머니의 걸음걸이와 표정이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붙잡은 손을 연신 돌아보신다. 때마침 횡단보도 앞에 차가 섰고 연안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두 분의 뒷모습까지 눈에 담았다.


운전 중이던 집사람한테 물었다.


"내가 나이 들어 저렇게 되면 당신은 어떡할 거야?" 웃으며 바로 대답한다.

"설마 내가 당신을 버리겠어? 데리고 다녀야지"


빈말이라도 듣기 좋은 말이다. 묵묵히 꼭 잡은 두 분이 주름진 손이 무척이나 고집스럽고 단단해 보였다. 인생의 반을 돌아선 지금에 많이도 부럽고 참으로 예뻐 보이는 손들을 만났다. 그날의 풍경 위로 시원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짠한 맘은 덤이 되었다.



- 미오 -




* 화양연화란 말이 있다. 영화제목에도 쓰인 말인데, 인생에서 꽃과 같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의미한다. 저 분들의 화양연화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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