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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50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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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Jun 18. 2022

할무이


반쯤 접은 설익은 태양은

이불속 우주를 밀어내고

아장 걷는 발끝에서

우렁찬 세상이 구른다

     

건널목 종소리는 아침을 앞지르고

치치 까까 치치 까까     

 

눈 쫓는 아이는 기회를 엿본다

이번엔 뛰어볼까

금세 낚아챈다 대롱거린다

실패!     

 

올라탄 짝꿍은 어깨를 넘실대고

방주가 모르게 빨간 볼은 부비부비

동네 한 바퀴 돌다 보면

포대 속 아이는 슬그머니 잦아들고     

 

시작과 끝이 정해진 숨바꼭질

꼬물대는 네 발은 끝을 찾는다

하나 된 그림자는

딸기맛 알사탕을 물고 돌아간다     

 

가끔은     

 

청량리 뒤 길에 두고 온 꼬마가

시린 눈으로 꿈을 꾼다

구름을 얹은 희미한 수국이

그 여름의 끝을 살살 기억한다




- 미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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