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접은 설익은 태양은
이불속 우주를 밀어내고
아장 걷는 발끝에서
우렁찬 세상이 구른다
건널목 종소리는 아침을 앞지르고
치치 까까 치치 까까
눈 쫓는 아이는 기회를 엿본다
이번엔 뛰어볼까
금세 낚아챈다 대롱거린다
실패!
올라탄 짝꿍은 어깨를 넘실대고
방주가 모르게 빨간 볼은 부비부비
동네 한 바퀴 돌다 보면
포대 속 아이는 슬그머니 잦아들고
시작과 끝이 정해진 숨바꼭질
꼬물대는 네 발은 끝을 찾는다
하나 된 그림자는
딸기맛 알사탕을 물고 돌아간다
가끔은
청량리 뒤 길에 두고 온 꼬마가
시린 눈으로 꿈을 꾼다
구름을 얹은 희미한 수국이
그 여름의 끝을 살살 기억한다
- 미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