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by 이다

엄마와 한창 내일 스케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싱크대 위쪽에서 목욕탕 물을 바가지로 붓는 것처럼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앗 차가워. 눈으로 보기 믿기 힘들 만큼 천장에서 비가 온다. 너무 놀란 나는 자동으로 발사되는 용수철이 되어 위층으로 올라갔다.


띵동.


문이 열리니 현관엔 어울리지 않게 아이 동화책이 있었고 중문은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도록 커튼으로 막아 놓은 모양이었다. 분위기는 이상하리 만치 차분하고 뜨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부부가 현관으로 나왔다.


"아래층에서 왔는데요. 지금 저희 집 싱크대 위쪽에서 믿기 힘들 만큼 물이 떨어지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쪽에서 누수가 있는 모양이에요."


다급한 내 모습에 일단은 들어오라는 신호를 한다. 조심스럽게 중문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집 윗 공간은 이런 느낌이구나. 두꺼운 시멘트 한 장이 가로막힌 윗 집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튀어나가던 용수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갑자기 생경한 남의 집 거실에 초청하지도 않은 손님이 되어 우두커니 서 있게 되었다.


주방 쪽을 바라보니, 뭔가가 이상하다. 주방 싱크대가 없다. 주방 싱크가 있어야 할 자리는 공사를 하다만 모양새로 배관을 이불로 덮어 놓았다.


"아무래도 이 쪽 수도배관에서 누수가 있는 것 같아요. "


그렇게 말하고 수도배관 쪽의 이불을 살짝 걷어올리자, 눈으로 보기엔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다. 이불속에 갓난아이가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아기는 불편하지도 않은지 이불에 쌓여 다리를 버둥거리고 있었다. 점점 분위기가 묘하다.


나는 정신을 차려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려 연신 말을 뱉어냈다. 처음에는 무뚝뚝하게 대응하던 부부도 점차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의외로 주인아줌마는 살갑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줌마라고 하기엔 뽀얀 얼굴에 정성스러운 화장을 했고 날씬한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호피무늬원피스를 입었다. 갈색으로 물들인 긴 생머리는 어깨를 넘은 길이로 누가 봐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주인아줌마는 갑자기 나를 데리고 안방으로 가더니 명함을 한 장 내민다. 회사이름과 직함이 쓰여있는 명함 위에 본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내게 건넨다.


"난 써니야. 써니 언니라고 불러. 곧 있으면 101동으로 이사 가려던 참이었어. "

"아, 그랬군요. 그래서 싱크가..."


밥을 집에서 안 해 드시는 모양이다. 아기는... 등등의 이야기를 묻고 싶었지만, 초면에 실례가 되는 것 같아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그럼 내일 기사님께 연락을 드려 이쪽에 방문 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집을 나왔다.


그런데 내일은 금요일. 악.... 안돼..... 내일은 엄마와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 날이다. 아마도 하루 종일 밖에 있어야 할 텐데...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망진창 진정이 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니 천장에서는 물이 한 바가지씩 새고 있었다. 그런데 난 지금 뭘 보고 온 거지. 내가 보고 온 게 맞나. 어쩐지 기묘하고 으스스한 느낌이 들어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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