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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콜과 구공탄 Jun 01. 2023

U look pretty today

사람, 축복, 그리고 소통

오늘도 신축 공사 현장 주변 주택가 앞 빈자리에 주차를 한다. 걸어서 1분 정도 걸리는 현장으로 발걸음을 딛는다. 오늘 따라 몸이 무겁다. 이제 3주차가 된 초짜 페인터에게도 피곤이 쌓이나 보다…. 하는데 갑자기 땅바닥에 분홍색 분필로 쓰여진 예쁜 글씨를 발견한다.


U look pretty today


 이 글귀를 보자마 이건 글로 써야해. 이건 풀어서 다른 사람들과도 나눠야 해 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누가 썼을까? 아니, 이 글을 쓴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누가 걸어갈지 모르는 이 맨땅에 이런 참신하고, 말 그대로 예쁜 글을 남겼을까? 약간의 의역을 더하자면 이런 뜻이리라.


오늘 당신은 멋져보입니다.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하고, 생판 모르는, 그것도 한국인도 아닌(아마 영어 쓰는 사람의 필체인 듯) 이 나라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약간 낯설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땅바닥에 이렇게 까지 쓰려면,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든지, 퍼질러 앉든지 했을 것이고, 정성스럽게 쓰인 글씨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공을 들여 썼을 것이다. 그 예쁜 마음이 전해졌고, 그의 멋짐이 나에게 스며드는 듯 했다. 오전 작업 중 2시간 정도는 전혀 힘든지 모르고 일을 했다. 물론 오후는 온통 샌딩으로 먼지를 뒤집어쓰느라 괴롭긴 했지만ㅎㅎㅎ


 가족이든, 아는 사람이든, 혹은 누가 읽을지 모르는 이런 온라인에서든 축복의 말을 건네 본적 있는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칭찬을 해본 적이 있는가? 때로는 억지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어색해서 상대에게 좋은 말을 하는 일은 결단코 쉽지 않다. 아마 동양인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더 그러하다. 하지만, 해보자. 축복의 말을 해보자. 고맙다고 인사해보자. 적절한 타이밍에 꼭 칭찬을 해보자. 더 이상 욕이 욕이 아닌 일상 언어가 된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욕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너무 티나게 아부성 칭찬이 아닌 다음에야 나를 인정해주고, 도전과 위로와 지지의 말을 내치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어디에서든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어느 책에선가 읽은 내용인데, 정확한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다.(작가님 죄송요^^;;)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받는 사람은 살맛이 난다. 삶에서 맞이하는 지랄 맞은 상황과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 틈 속에서도 사막의 생수처럼 나를 축복해주고,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 한 명, 말 한 마디, 책 한 구절, 영상 한 꼭지, 자연의 한 풍경 하나면 다시 힘을 낼 수 있다. 살 수 있다.


 그러니 작게나마 옆사람을 축복해보자. 고맙다고 말 해보자. 수고했다고 인정해주자.


 “밥 차려줘서 고마워.”

 “모자 정말 멋지다.”

 “머리 했어? 잘 어울린다.”

 “일 하느라 힘들었지? 수고 많았어.”

 “저를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많이 힘드셨을텐데도 지금까지도 같이 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버지, 어머니가 자랑스럽습니다.”

 “공부 하느라 수고 많지? 그래도 잠은 충분히 자야지. 몸 상할라 걱정돼.”

 “힘들 때 얘기해. 내가 커피 한 잔 살게.”


 내가 이 말들을 들었을 때를 상상해보며, 기분 좋아짐을 상대에게 선물해보자. 나에게도 선물 같은 인생 살 맛이 뚝뚝 떨어지지 않을까?


 U look pretty today! 오늘 당신은 정말 멋져 보입니다!


20230531 ~2023060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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